애국가를 작곡한 안익태 선생의 유족이 지난 광복절 경축사에서 안 선생을 ‘민족반역자’라고 부른 김원웅 광복회장에 대해 “터무니없는 내용으로 민족의식도 투철한 분을 민족 반역자라고 하는 김원웅이 오히려 민족 반역자”라고 말했다.

광복절 기념사를 하는 김원웅 광복회장

이날 안 선생 측 유족은 김 회장에 대한 사자명예훼손 고소 건과 관련해 첫 고소인 경찰 조사를 받았다. 앞서 안 선생의 유족은 지난달 김 회장을 사자명예훼손 혐의로 서울중앙지검에 고소했다. 검찰 지휘로 현재 서울 중부경찰서가 사건을 수사 중이다.

안익태 선생의 친조카 안경용(데이비드 안)씨는 5일 오전 서울 중부경찰서 앞에서 “안익태 선생은 창씨개명도 끝까지 하지 않으신 분”이라며 김 회장에 대해 “일면식도 없는 김 회장이 어떤 정치적 의도를 가지고 계속 허위 사실을 말하는지는 모르겠으나 명백한 허위 사실로 돌아가신 분의 명예를 훼손한 점에 대해선 제대로 처벌받아야 하고 잘못된 사실을 확실히 바로잡아야 한다”고 말했다.

애국가 작곡가 안익태 선생의 친조카인 데이비드 안(안경용, 왼쪽)씨가 지난 11월 9일 오전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방검찰청에서 김원웅 광복회장에 대한 사자 명예훼손 고소장 접수에 앞서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뉴시스

앞서 김 회장은 지난 8월 광복절 경축사에서 “최근 광복회는 애국가를 작곡한 안익태의 친일·친나치 관련 자료를 독일 정부로부터 받았다”며 “그중에는 안익태가 (독일) 베를린에서 만주국 건국 10주년 축하 연주회를 지휘하는 영상이 있다. 민족반역자가 작곡한 노래를 국가로 정한 나라는 전 세계에서 대한민국이 유일하다”고 말했다. 김 회장은 이후에도 각종 라디오 프로그램 등에 출연해 이와 같은 취지의 주장을 폈다.

김 회장은 안 선생이 1942년 독일에서 베를린 필하모니에서 만주환상곡을 지휘한 영상을 ‘친일·친나치 행각’ 증거로 제시했다. 안씨는 이에 대해 지난달 7일 본지와의 인터뷰에서 “‘만주환상곡'은 일본 만주국을 찬양하는 것이 아니라, 만주라는 역사의 정기를 찬양하는 것”이라며 “큰아버지는 생전에 만주를 고구려·여진의 땅으로 인식하셨고, 우리나라의 역사, 우리나라의 영토라고 생각하며 되찾아야 한다고 많이 말씀하셨다”고 했다. 이어 “김원웅 논리라면 큰아버지는 1938년과 1942년 아일랜드와 영국 런던에서는 ‘한국환상곡’도 지휘했는데, 그렇다면 이것은 독립운동이냐”고 반문했다.

안씨는 안 선생의 ‘일본식 이름’(에키타이안·益泰安)에 대해서도 “큰아버지는 창씨개명조차 하지 않고 부모님이 지어주신 이름을 지켰다”며 “‘에키타이안'이란, 본명을 그대로 둔 상태에서 서양식으로 성씨만 뒤로 보낸 것으로, 일본 사람들에게 ‘에키타이안이 일본식 이름 아니냐’고 물으면 아마 비웃음을 살 것”이라고 했다. 실제로 안씨들이 창씨개명하는 경우 성씨부터 ‘야스모토’(安本), ‘야스다’(安田) 또는 ‘안도’(安藤) 등 일본식으로 바꾸는 게 일반적이었다.

안씨는 김 회장을 상대로 민사 소송도 진행할 예정이다. 앞서 안 씨는 본지와의 인터뷰에서 “김 회장이 라디오 프로그램에 출연해 ‘광복절 기념사는 개인 생각이 아니라 30차례나 내부 검토를 거친 광복회의 공식 입장’이라고 밝혔다”며 “광복회에 대하여도 거액의 배상을 청구하는 민사소송을 제기할 것”이라는 입장을 밝힌 바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