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부교도소장은 들어라. 조두순을 우리에게 넘겨라!”
11일 오후 서울 구로구 서울남부교도소 앞에서 검은 선글라스를 낀 한 남성 유튜버가 트럭 탑차 위에 올라가 마이크를 잡고 이렇게 소리쳤다. 유튜버는 이 집회를 12일 오전 7시까지 계속하겠다고 신고했다. 그날 출소하는 아동성범죄자 조두순(68)이 나올 때까지 기다리겠다는 뜻이다. 유튜버는 “강간범은 ×을 잘라야 한다. 그게 참된 교정”이라고 했다. ‘응징'을 암시한 것이다. 경비 경찰들이 주위를 지켰다.
같은 날 조두순이 돌아갈 경기 안산에도 긴장감이 감돌았다. 조두순 아내가 마련한 새집 근처에는 특별방법초소가 가동됐다. 조두순 집이 바로 보이는 자리에서, 경찰관이 초소를 지키고 있었다. 골목 곳곳에 새로 설치한 CCTV가 돌아갔다. 경찰관 2명이 근무복 차림으로 종일 순찰을 돌았다. 순찰차도 동네를 지켰다. 그러나 동네 주민들은 불안을 감추지 못했다. 한 40대 여성은 “조두순이 당장 우리 동네로 온다는데 이제는 낮에도 골목을 지나기가 무서울 것 같다”고 말했다.
조두순은 수형 생활 대부분을 경북북부제1교도소에서 보내다가, 최근 서울남부교도소로 이감됐다. 하지만 법무부는 조두순이 최종 어느 교도소에서 출소할지는 밝히지 않고 있다. 사적(私的) 보복을 막기 위해서다.
이와 함께 법무부는 조두순을 관용차에 태워 주거지인 경기 안산까지 호송하겠다고 이날 밝혔다. 교도소 안에서 전자발찌를 채운 뒤, 안산 보호관찰소에 들러 ‘전자장치 개시 신고서’ 등을 제출하도록 하고 집까지 태워주는 코스다. 이례적인 조치다. 법무부는 “사적 보복을 공공연하게 예고한 시민들과 물리적 충돌을 일으킬 우려가 있다”고 했다. 인터넷에서는 “무서워서 이사 가는 피해자, 관용차로 모셔다 드리는 범죄자” 등 격앙된 반응이 나왔다.
조두순이 공권력 보호하에 주거지에 도착하더라도 불씨는 계속 남는다. 많은 유튜버가 ‘조두순을 폭행하겠다'고 공언한 상태다. 그중엔 이종격투기 챔피언 출신이 있고, 조두순에게 휘두를 갈고리, 야구방망이 등을 공개한 유튜버도 있다. 조두순을 폭행하는 영상을 찍으면 처벌을 받겠지만, 폭발적인 조회 수를 확보할 수 있다. 유튜버에게 조회 수는 곧 돈이다.
곽대경 동국대 경찰행정학과 교수는 “흉악범에 대한 시민들의 분노는 이해하지만, 만약 조두순이 폭행 피해자가 된다면 앞으로 비슷한 보복이 잇따르고 결국엔 법치주의가 무너질 것”이라며 “그렇게 되면 결국 선량한 시민이 피해를 본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