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대 노총이 토요일인 11일 서울 도심에서 동시다발적으로 집회를 연다. 양대 노총 시위를 비롯해 이날 하루 동안 종로와 서대문, 여의도 등 서울 도심 반경 5km 안에서 10여 개의 집회·행진이 이어진다. 이들 집회에는 10만명 가량이 모일 것으로 보인다. 집회로 인해 극심한 교통 체증이 빚어져 도심 일대는 사실상 마비될 전망이다.
민주노총은 11일 오후 1시부터 오후 3시 30분까지 3만5000명 규모로 서대문구 경찰청 앞 집회를 신고했다. 통일로 왕복 8개 차로 중 6개가 집회로 통제된다. 이 집회 직후 민주노총과 ‘윤석열정권퇴진운동본부’ 4만명은 용산구 대통령실과 중구 서울지방고용노동청으로 행진한다.
한국노총은 같은 날 오후 1시부터 오후 2시 30분까지 영등포구 여의대로에서 2만명이 모이는 집회를 신고했다. 여의대로는 왕복 12개 차선 중 6개가 집회 장소로 쓰일 예정이다. 양대 노총은 이번 집회에서 윤석열 정부의 노동 정책을 비판하며 ‘윤석열 정권 심판’을 주장할 방침이다.
경찰은 이날 양대 노총과의 협의에 따라 시내 주요 도로를 집회 장소로 내줬다. 시민들은 “아무리 ‘집회·시위의 자유’를 존중한다고 해도 이런 식으로 허가를 내주면 차량은 어떻게 다니란 것이냐”며 “매주 열리는 시위 때문에 도심엔 나들이를 갈 엄두조차 나지 않는다”고 했다. 도심 호텔과 식당 등도 집회로 인한 불편을 호소하고 있다.
11일 대규모 집회·행진으로 차량 정체가 예상되는 곳은 서대문, 종로, 을지로, 용산, 여의도 등이다. 여의도, 서대문 일대는 한국노총, 민주노총의 무대 설치 작업으로 토요일 오전부터 교통 통제가 시작될 전망이다. 오후부터는 집회장 주변인 남대문로와 용산 일대도 차량 정체와 집회 소음으로 몸살을 앓을 것으로 예상된다.
양대 노총과 별개로 자유통일당 1만5000여 명은 이날 오후 1시부터 3시간 동안 세종대로 8개 차로 중 4개에서 집회를 연다. ‘윤석열 정권 퇴진’을 주장 중인 촛불행동 2000여 명은 오후 5시 중구 일대에서 집회를 연 뒤 오후 8시까지 종로 방향으로 3km 행진을 벌인다.
시민들 사이에서는 도심 주요 도로에서 심각한 차량 정체를 유발하는 집회는 경찰이 통제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왔다. 경찰은 최근 개정된 집시법 시행령에 따라 교통 소통을 위해 필요하다고 인정할 경우 집회·시위를 금지할 수 있다. 하지만 경찰은 이번에도 이 권한을 행사하지 않았다. 경찰청 관계자는 “경찰이 집회를 금지하더라도 주최 측이 가처분을 제기하면 법원이 번번이 주최 측 손을 들어주기 때문”이라고 했다.
주말 대규모 도심 집회는 사실상 ‘상설화’됐다. 매주 토요일과 일요일, 각종 단체들이 광화문 세종대로 등을 점거하고 집회를 여는 경우가 많다. 윤석열 대통령 퇴진을 주장하는 ‘촛불행동’은 11일 도심에서 64번째 집회를 연다. 이들은 주로 주말에 도로를 점거하고 행진도 한다. 서울 동대문구에 사는 안모(27)씨는 1년 전부터 매 주말 광화문에서 책 모임을 했다가 두 달 전부터 나가지 않았다. 안씨는 “집회 때문에 광화문이 늘 시끄럽고 거리가 부산스럽던 걸 경험하고 나니 굳이 서울 도심까지 나가지 않게 됐다”며 “도심에서 결혼식이 많이 열리는데, 차는 당연히 가져가지 못하고 집회 때문에 인도마저 막혀 결혼식에 늦기 일쑤”라고 했다.
주말 대규모 집회로 인해 도심 호텔, 음식점들은 매출에 타격을 입고 있다. 서울 서대문역 인근 한 호텔은 민주노총 집회로 호텔 주차장 접근이 전면 차단될 예정이다. 호텔 관계자는 “인근 건물 주차장을 이용하라고 호텔 이용객들에게 안내할 예정”이라며 “소음 때문에 이용객들이 불편할 수 있어 예약을 대거 취소하지는 않을까 걱정하고 있다”고 했다. 서울 서대문역 인근에서 음식점을 하는 김준범(41)씨는 “오후 시간대에 배달 주문이 많은데 배달 차량이 하나도 못 들어올 것 같아 걱정”이라며 “매장을 쉴 수도 없고 인건비는 인건비대로 나가니 죽을 맛”이라고 했다. 삼각지역 인근에서 음식점을 운영하는 송영진(38)씨는 “요즘 외국 관광객들이 조금씩 늘고 있어 그나마 다행인데, 집회로 발길이 끊길까 봐 걱정하고 있다”고 했다.
경찰은 11일 1만여 명을 도심에 배치하고 집회가 불법적으로 변질될 경우 법과 원칙에 따라 엄정 대응한다는 방침이다. 소음 측정 결과를 보여주는 LED전광판 차량을 배치하고 소음 관리 인력도 운영해 집회 소음을 엄격하게 관리하겠다고 했다. 경찰청 관계자는 “집회 과정에서 신고 범위를 벗어나 전 차로를 점거하거나 장시간 교통 체증을 유발하여 극심한 시민 불편을 초래하는 불법 행위를 강행할 때는 신속하게 해산 절차를 진행하겠다”며 “법 집행 과정에서 경찰관 폭행 등 공무집행을 방해할 경우 현장 검거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서울경찰청은 집회 행진 구간 주변에 교통경찰 240여 명을 배치하고, 세종대로와 통일로 일대는 가변 차로를 운영할 예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