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서부지법 난동 사태가 발생한 시각은 지난 19일 새벽 3시쯤이었다. 일대엔 초유의 현직 대통령 구속이라는 상황에 극도로 흥분한 군중 4만4000여 명(18일 오후 최대 기준)이 몰려온 상황이었다. 하지만 경찰은 현장에 배치했던 기동대 48개(2900여 명) 중 13개(780여 명)만 남기고 나머지를 전날 오후 9시쯤 윤 대통령 구속영장 실질 심사 종료 직후 철수시켰다. 경찰 관계자는 “실질 심사 종료 후 서부지법 주변 시위대가 약 90% 가량 철수했기 때문에 연일 집회 관리로 지쳐있던 기동대 병력을 조정한 것”이라고 했다.
서부지법 후문에 군중 400여 명이 몰려들었지만 경찰은 120여 명(기동대 2개 부대)에 불과했다. 게다가 후문은 경찰 버스 차벽으로 막지도 않은 상태였다. 경찰 관계자는 “정문보다 경계가 상대적으로 약했던 후문 쪽으로 군중이 밀려들면서 속수무책이었다”며 “시위대가 이 정도까지 폭력 행위를 할 줄도 미처 예상하지 못했다”고 했다. 경찰은 뒤늦게야 기동대 4개 부대(240여 명), 마포서 등 인접 경찰서 인력 200여 명을 추가 투입했지만 이미 법원 건물에 진입한 난동자들을 제압하는 데는 세 시간가량 걸렸다.
경찰은 난동자들이 소화기나 안내선 봉 등으로 유리창을 깨부수는 상황까지는 미처 예견하지 못한 것으로 알려졌다. 현장 기동대 경찰 역시 방호 헬멧이 아니라 일반 모자만 착용한 상태여서 집기를 마구 던져내거나 바리케이드를 밀치는 난동자들을 제압하는 데 어려움을 겪었다. 경찰 대처가 미흡했다는 지적이 나온다. 윤 대통령 체포 이후 군중 심리가 극도로 불안정한 상태였으므로 이번 난동 사태에도 충분히 대비했어야 한다는 것이다.
경찰 관계자는 “영장 실질 심사 종료 후 집회 참가자가 다소 감소해 일단 휴식 차원에서 경찰력을 줄였던 것”이라고 했다. 지난해 12·3 비상계엄 사태 이후 서울 도심에서 대규모 집회가 사실상 매일 열리면서 현장 경찰들의 피로감이 극대화한 상황이었다고 한다.
국민의힘 권성동 원내대표는 경찰의 과잉 대응이 문제라고 주장했다. 그는 이날 당 공개 회의에서 “어제 현장은 폭력 책임을 시위대에게 일방적으로 물을 수 없는 상황이었다”며 “경찰이 시민을 내동댕이치고, 시민의 카메라, 삼각대 등을 발로 걷어차는가 하면 시민을 방패로 내리찍고 명찰이 없는 경찰이 현장에 다수 나선 모습은 납득하기 어려웠다”고 주장했다.
경찰 관계자는 “과격 시위에 대한 대응 과정에서 일부 군중이 부상했을 수는 있지만, 시위대의 일방적인 법질서 위반 등에 대한 정당한 공권력 행사였을 뿐”이라며 “경찰이 무고한 시민을 먼저 일방적으로 폭행하는 일은 한 번도 발생하지 않았다”고 했다.
2017년 3만명이었던 경찰 기동대원 수는 의무경찰 폐지 등 여파로 현재 1만2000여 명 수준이다. 전국에서 가장 규모가 큰 서울경찰청 기동대원도 같은 기간 7800명에서 4000여 명으로 줄었다. 서울경찰청 기동대 부대는 97개에서 60개가 됐다. 비상계엄 사태 이후엔 거의 매일 집회에 투입되는 부대도 있다. 비상계엄 사태로 서울에 있는 부대 한 곳은 작년 12월 한 달 동안 집회 24곳에 동원됐다.
한 기동대 관계자는 “현재 추세라면 서울에서 매년 1개 부대가 300여 건의 집회 시위에 대응해야 하는 상황”이라며 “집회 인파 관리도 버거운데 교통 지도 단속, 생활 안전 활동, 범죄 단속 등 해야 할 일이 너무 많다”며 “사명감으로 버티고 있는 경찰들이 대부분”이라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