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8일 밤 김해국제공항에서 홍콩으로 출발 예정이던 에어부산 항공기에서 발생한 화재가 기내 수화물 선반에 둔 짐에서 시작됐다는 승무원·승객 증언이 나오는 가운데 한 달 전에도 비슷한 사고가 있었던 것으로 확인돼 공항과 항공사 차원의 안전 점검이 미흡한 것 아니냐는 비판의 목소리가 나온다.
29일 에어부산과 김해공항 측에 따르면 지난달 12일 오전 10시쯤 부산에서 출발해 후쿠오카로 가는 에어부산 BX142 항공기 기내 안에서 연기가 발생했다. 당시 항공기는 이륙을 위해 이동 중이었다. 승객이 들고 있던 휴대전화 보조배터리에서 연기가 발생했고, 이를 들고 있던 승객은 손에 화상을 입었다. 일부 승객은 객실 내 연기를 마셔 어지러움을 호소했다고 한다.
당시 연기가 발생하자 객실 승무원이 기내 소화기로 연기를 진압했고, 이어 공항소방대가 출동해 기내 안전 여부를 확인했다고 한다. 항공기는 활주로에서 방향을 돌려 다시 탑승 게이트로 돌아왔다. 승객들은 1시간 가까이 내리지 못해 연기를 마셔 어지러움과 두려움을 느꼈던 것으로 전해졌다. 승객 100여명은 사고 발생 1시간 뒤인 오전 11시쯤에서야 항공기에서 내렸다고 한다. 만약 항공기가 이륙한 상태에서 화재로 이어졌다면 더 큰 피해가 발생할 가능성이 컸다.
부산소방재난본부 등에 따르면 28일 오후 10시 15분쯤 김해공항 주기장에서 승객 170명과 승무원 6명을 태우고 이륙을 준비하던 에어부산 BX391편 항공기 맨 뒷줄 선반에서 검은 연기가 발생한 뒤 화재로 이어졌다. 당시 비행기는 오후 9시 55분 출발 예정 시간을 넘겨 이륙이 지연된 상태였다.
소방 관계자는 “기내 뒤쪽 주방에서 대기하던 승무원이 닫혀 있던 선반 내부에서 연기와 불꽃을 관측한 것으로 보면, 선반 내부 미상 물체에서 화재가 발생한 것으로 추정된다”고 말했다. 항공기 뒤편 좌석에 앉은 한 승객은 연합뉴스와의 인터뷰에서 “기내 수화물을 두는 선반 짐에서 ‘타닥타닥’ 소리가 난 후 조금 있다가 연기가 났다”고 했다.
이번 사고 역시 이륙 직전 발생하면서 큰 피해로 이어지진 않았다. 하지만 항공사 측의 대처를 지적하는 목소리가 나온다. 연기가 발생하자 승객들이 웅성거렸고, 승무원들은 “가만 앉아있으라”며 소화기를 뿌리는데 급급했다”거나 “화재에 대한 안내 방송은 없었다”는 승객 증언들이 이어지고 있다. 이미 연기가 자욱하고 선반에서 불똥이 떨어지는 상황인데도 화재가 난 좌석 주변 승객을 대피시키지도 않았다는 증언도 나온다. 일부 승객들은 “짐 챙기는 승객과 탈출하려는 승객으로 아수라장이었다”고 했고, “연기가 차기 시작하자 비상구 옆에 앉은 승객이 게이트를 열면서 승객들이 탈출하기 시작했다”고 당시 급박한 상황을 전했다.
다만, 탈출 과정에서 혼란과 2차 사고를 막기 위해 매뉴얼대로 대응한 것이란 반론도 나온다.
다행히 승객들은 비상용 슬라이드를 이용해 모두 탈출하면서 사망자는 발생하지 않았다. 탈출 과정에서 연기 흡입과 타박상 등으로 7명이 다치고 인근 병원에서 치료를 받았다.
소방당국은 이륙 전이라 항공기 양쪽 날개에 3만5000파운드가량의 항공유가 실려 있다는 내용을 듣고, 화재가 커지는 것을 막는 데 집중했다고 한다. 소방당국은 오후 10시38분쯤 대응 1단계를 발령하고, 차량 68대, 인원 138명을 투입해 화재 진압에 나섰다. 불은 오후 11시31분쯤 항공기 대부분을 태우고 나서 꺼졌다.
한 달 사이에 같은 항공사에서 비슷한 사고가 이어진 것과 관련해 에어부산 측은 “승객 수하물이 든 후방 좌측 선반에서 연기와 불꽃이 보였다는 승무원의 초기 진술은 있지만, 보조배터리인지 다른 전자기기인지 등은 조사가 더 이뤄져야할 것 같다”며 “내국인 승객에게는 귀가 교통비를 지원했고, 외국인 손님에게는 숙박을 지원했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