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널드 트럼프 미 대통령이 취임하기 전까지 글로벌 금융시장을 주름잡았던 ‘트럼프 트레이드(트럼프 정책 수혜 자산에 투자)’의 열기가 트럼프 2기 행정부 출범 이후 소강 상태를 보이고 있다. 트럼프 출범 이후 열흘 가까이 예상보다 강력한 정책이 등장하지 않았던 측면도 있고, 금융시장의 전형적인 ‘소문에 사서 뉴스에 파는’ 차익 실현 매도가 혼재된 것으로 평가된다.

◇테슬라·교도소株, 취임 후 하락

트럼프가 전기차를 선호하는지 여부는 차치하고, 작년 11월 미 대선 전 251달러였던 테슬라의 주식은 29일 389달러로 54% 뛰었다. 일론 머스크 테슬라 CEO가 트럼프 2기 행정부의 실세로 부각됐기 때문이다. 같은 기간 나스닥지수 상승률이 6.5%인 것과 비교하면 상승폭이 압도적이다. 하지만 트럼프 취임 직전 426달러까지 상승했던 것과 비교하면 트럼프 취임 후에는 주가가 오히려 잠잠한 편이다.

트럼프의 공격적인 반(反)이민정책에 이민자 구금센터 등을 운영하는 민간교도소 업체들의 주식에 베팅한 투자자들도 성공적이었다. 코어시빅 주가는 48%, 지오그룹은 107% 상승했다. 다만 이 또한 대선 직후부터 트럼프 취임 전까지의 상승률(코어시빅 69%, 지오그룹 134%)보다는 내려앉았다.

트럼프의 소셜미디어(SNS) 기업 ‘트루스소셜’의 모회사 트럼프미디어앤드테크놀리지 주가는 미 대선 전보다 오히려 6% 떨어진 32달러를 기록하고 있다. 적자 회사인 이 회사의 주식에는 대선 후 투기 세력이 몰려들어 한때 52달러선까지 치솟았었다.

◇트럼프발 불확실성은 여전

여전히 시장은 트럼프의 정책과 발언에 자유롭지 않다. 미 대선 전 1개당 6만7810달러였던 비트코인은 30일 10만3500달러 선에서 거래되고 있다. 50% 이상의 상승세다. 트럼프 취임 직전 11만달러를 위협하던 비트코인은 정작 그가 취임한 이후에는 하락했다가, 증권거래위원회에 가상자산 규제 완화를 위한 태스크포스를 설치한다는 소식에 다시 상승하는 등 트럼프 정책에 일희일비하는 모습을 보이고 있다.

도널드 트럼프 미 대통령이 23일 스위스 다보스에서 열린 세계경제포럼 에서 화상연설을 하고 있다. 그는 이날 "사우디아라비아와 석유수출국기구에 유가 인하를 요구하겠다"고 했고, 이후 국제 유가는 하락세를 보였다. 연합뉴스

지금은 잠잠하지만 ‘트럼프 트레이드’가 되살아날 여지는 여전하다. 찰스스왑의 수석 채권전략가인 케이시 존스는 블룸버그에 “트럼프는 인플레이션을 낮추고, 달러 가치를 내리면서도, 관세를 높이길 원한다. 이 세 가지를 동시에 달성하긴 매우 힘든데, 이를 삼각측량해서 얻어내는 난제를 트럼프가 풀고 있는 중”이라고 했다. 트럼프 정책의 윤곽이 더 분명해지면 트럼프 트레이드가 여전히 힘을 발휘할 것이란 의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