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1일부터 시작한 경남 산청 산불이 결국 지리산에 닿았다.
26일 지리산국립공원 경남사무소와 산림당국에 따르면 산청군 시천면 구곡산 기슭에서 발생한 불길이 인근 삼장면 황금능선을 따라 오후쯤 지리산 국립공원 경계를 넘었다. 천왕봉(1915m)과는 8~9km 남짓 거리다.
당시 지상에서 방화선을 구축하고 있던 지리산국립공원 경남사무소 직원 등은 거센 화염에 현장에서 긴급하게 철수했다고 한다.
산림청 관계자는 “최대한 불길을 차단하기 위해 애썼는데, 오후 갑작스레 분 남서풍으로 불길이 날아다니는 비산화가 발생하면서 불길이 경계를 넘은 것으로 파악된다”고 했다. 안전상 전문 진화요원인 공중진화대 등 투입을 주저할 정도로 지형이 험하다고 한다. 산림당국은 지리산으로의 산불 확산을 차단하기 위해 줄곧 구곡산 쪽에 지연제를 뿌렸지만, 강한 바람과 두터운 낙엽층 탓에 결국 방어선이 뚫렸다.
특히 이날 헬기 대부분이 하동 옥종면 등 민가로 향하는 불길을 잡기 위해 투입되면서 지리산 국립공원 쪽 진화 작업은 더욱 더뎠다.
산불이 점차 지리산을 향하자 산청군은 오후 3시쯤 삼장면 대포리, 시천면 중산리 등에 있는 마을 주민들에게 긴급대피령을 내렸다. 이들 마을은 현재 불길과 지리산 천왕봉 경로에 위치한 곳들이다.
또 삼장면 덕산사(옛 내원사)에 있는 국보 233-1호인 석조비로자나불 좌상을 금서면의 한의학박물관으로 옮겼다.
산림당국은 “전국적으로 산불이 동시다발로 발생한 만큼 헬기 투입은 인명 보호를 우선으로 배치하고 있다”고 했다.
산청·하동 산불 진화율은 77%다. 남은 불길은 14.5km다. 해가 지면서 헬기는 모두 철수했다.
산림당국은 야간에는 하동군 옥종면 등 민가로 향하는 불길 차단에 주력할 방침이다. 27일 산청에는 비 소식과 함께 미군 헬기 4대가 투입될 계획이라 산림당국은 주불 진화에 기대를 걸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