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엄마가 1년만 기다려 달라고 했었는데…. 전 제가 평생 버려진 아이인 줄로만 알았습니다.”

1972년생 김유리씨는 한국으로 돌아온 해외 입양인이다. 부모가 이혼한 뒤 보육원에 보내져 12세(1984년)에 프랑스로 입양됐다가 2010년 한국으로 돌아와 정착했다. 입양 전 남동생에게 ‘엄마가 데리러 올 테니 조금만 기다리면 된다’고 했지만, 보육원은 김씨와 남동생을 ‘고아(孤兒)’로 바꿔치기해 해외로 보냈다. 프랑스에선 양부에게 학대당했다. 2022년 김씨는 뒤늦게 입양 기관이 부모 동의 없이 서류를 조작했다는 사실을 알게 됐다. 김씨는 26일 본지 인터뷰에서 “우리는 국가 폭력의 피해자”라고 했다.

진실·화해를 위한 과거사 정리 위원회(이하 ‘진실화해위’)는 이날 1964~1999년 한국에서 미국·덴마크·스웨덴 등 11국으로 보내진 입양인 367명이 조사를 신청한 사건에 대해 ‘인권침해’라고 공식 규정했다. 이들은 지난 2022년 입양 기관이 미아 아동을 고아라고 허위 기록하거나 다른 사람으로 신원을 무단으로 변경해 ‘정체성을 알 권리’를 침해당했다며 조사를 신청했다. 2년 7개월간의 조사 결과 진실화해위는 367명 중 56명 사례에서 인권침해를 발견했다. 해외 입양 문제와 관련한 독립 국가 조사 기관의 첫 조사 결과다.

이번 조사에 따르면, 이 입양인들은 출생 당시 ‘기아(棄兒·버려진 아이)’ 또는 ‘고아’로 기록됐다. 그러나 실제로는 미아이거나 부모가 입양을 동의하지 않았던 경우가 많은 것으로 나타났다. 이미 입양 수속이 완료 단계에 있었는데, 입양 알선 기관은 이를 양부모에게 알리지 않고 아동 신원을 바꾸기도 했다. 입양 취소에 따른 수수료 반환을 피하고 복잡한 행정 처리를 피하려는 목적이었다.

1~3세 영아들이 수십 명씩 항공기 좌석 벨트에 묶여 ‘짐짝’처럼 해외로 보내지기도 했다. 1974년 10월엔 유당불내증이 있는 아기가 비행기에서 분유를 먹고 덴마크에 도착한 직후 사망해, 덴마크 법무부가 조사에 착수하기도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