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1일 오전 8시 경남 산청군 시천면 일대는 여전히 헬기가 내는 소리로 가득했다. 헬기는 인근 저수지 등에서 물을 퍼 담아 지리산 자락에 물을 쏟아 냈다. 전날 큰불을 잡았지만, 만일을 대비해 뒷불 감시와 잔불 정리 작업을 벌이는 것이다.

지난 30일 진화 작업 중인 군 헬기. /뉴스1

큰불을 잡으면서 대부분의 이재민은 집으로 돌아갔지만, 아직 14가구 23명의 산청 주민은 대피 생활을 이어가고 있다. 지난 21일 오후 발생한 산불로 옷가지는 물론 귀중품도 챙기지 못하고 몸만 빠져나온 이들은 다음날 불에 새까맣게 탄 삶의 터전을 보고 절망했다고 한다. 김모(74)씨는 “어제 불이 꺼졌다는 소식은 들었다. 대피소에 있던 주민 대부분도 다시 집으로 돌아갔다”며 “우리는 돌아갈 수 있는 집도 없다”고 눈물을 글썽였다.

지난 21일 발생한 산불로 큰 피해를 입은 경남 산청군 시천면 중태마을. 이 마을 주민 김모(60대)씨의 집이 형체를 알아볼 수 없게 불에 탔다. /산청=김준호 기자

남아있는 주민은 이번 산불로 큰 피해를 입은 시천면 중태마을과 외공마을 주민들이라고 한다.

지난 30일 오후 찾은 중태마을. 이곳 주민 김모(60대)씨는 “어떻게 손을 댈지 막막하다”며 불에 탄 집 앞에서 망연자실 서 있었다. 2층 건물은 이번 산불로 엿가락처럼 휘어 형체도 알아볼 수 없었다. 집 안 가재도구나 가구, 가전제품은 불에 타 잿더미가 됐다. 이곳은 김씨와 남편이 15년째 사는 보금자리였다. 지금은 장성해 마을을 떠난 자녀도 이곳에서 자랐다. 2층은 곶감 건조장으로, 부부의 일터였다. 시천면 일대는 곶감으로 유명하다. 김씨 부부 역시 감나무에서 딴 감을 말려 곶감을 만들었다. 나무에 거름을 주고 나뭇가지를 다듬으며 농사를 본격 준비해야 할 시기에 부부의 감나무도 불에 탔다. 감나무가 제대로 된 열매를 맺기에는 10년 정도 걸린다고 한다. 이 마을 손경모(68) 이장은 “마을이 쑥대밭이 됐다”며 “복구까지 얼마나 걸릴지 모르겠다”고 했다.

지난 21일 발생한 산불로 큰 피해를 입은 경남 산청군 시천면 중태마을. 마을 입구에 있는 건물이 불에 타 폐허처럼 변해 있다. /산청=김준호 기자

경남도와 산청군은 주택 피해 가구에 대해서는 임시 주거지를 제공할 계획이다. 주거용 건축물과 농업과 임업 피해 시설에 대해서는 복구비를 지원한다. 곶감, 양봉, 산나물 등 주요 농축특산물과 임산물에 대한 피해 조사를 하고, 피해 분야별로 지원과 복구를 도울 예정이다. 피해가 가장 큰 산청군 시천면·삼장면과 하동군 옥종면 약 1만명의 주민에게는 1인당 30만원의 긴급 재난지원금을 지급한다.

박완수 경남도지사는 이날 도청에서 열린 실국본부장 회의에서 “주민들이 소홀함 없이 일상으로 빨리 돌아갈 수 있도록 적극적으로 챙겨 달라”고 당부했다.

지난 21일 산청군 시천면 신천리 한 야산에서 시작한 산불은 213시간 만인 지난 30일 오후 1시쯤 주불이 잡혔다. 이번 산불로 축구장 2602개 크기의 산림이 탔다. 민가와 공장, 사찰 등 84곳이 불에 탔다.

한편, 산림청은 경남 산청과 경북 의성 등 8개 지역에 ‘긴급진단팀’을 파견해 산불피해지 복구계획을 수립하고, 복구에 나설 계획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