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남 산청 등 영남을 할퀴고 간 대형 산불과 관련해 박완수 경남도지사가 정부와 여당에 임도(林道) 개설 등 제도적 개선을 촉구했다.
3일 경남도에 따르면 박 지사는 국회에서 열린 ‘산불 피해 대책 당정협의회’에 참석해 이같이 요청했다. 박 지사가 언급한 임도는 소방차가 들어갈 수 있는 숲 속 찻길을 말한다. 지난 21일 오후 3시 26분쯤 산청에서 발생한 산불은 30일 오후 1시 큰불을 잡기까지 213시간 이어졌다. 험한 산악지형과 함께 임도 부족이 산불 장기화의 원인으로 꼽혔다.
박 지사는 “산악 지형인데다, 국립공원 내에 임도가 없어 야간 진화대 투입이 어려웠다”며 “산불 예방과 신속한 대응을 위해 국립공원 내 임도 개설이 반드시 필요하다”고 했다. 산림청에 따르면 임도가 있는 산은 소방차가 숲 속 깊이 들어가 밤에도 진화 작업을 할 수 있어 산불 진화 효율이 5배 이상 높다. 임도로부터 1m 멀어질수록 산불 피해 면적이 1.55㎡ 증가한다는 조사 결과도 있다. 하지만 우리나라는 산림 1ha당 임도가 4.1m로, 독일(54m)이나 일본(24.1m)보다 임도 수가 적은 것으로 나타났다.
박 지사는 “국립공원의 경우 임도뿐만 아니라 저수조 등 기본적인 진화 인프라가 전혀 갖춰져 있지 않은 상황이었다”며 “국립공원 관리 체계에 대한 검토가 필요하다”고 했다.
야간에도 진화할 수 있는 대응 장비의 확충도 촉구했다. 이번 산불에서 큰 역할을 한 헬기의 경우 야간에는 안전 문제 등으로 투입하지 못했던 현실을 지적한 것이다.
박 지사는 “야간에는 헬기도 못 띄우고, 사실상 장비 투입은 손을 놓는 수준이다”며 “드론이나 조명타워 등 특화된 야간대응 장비 확충에 대한 대책 마련이 시급해 보인다”고 했다. 이밖에 지자체가 운영하는 전문진화대의 처우 개선, 산불 피해 이재민 주거비 추가 지원, 국립 남부권 산불방지센터 설립, 산불 피해지역 지원 특별법 제정 등 23건의 정책과 사업을 정부와 여당에 건의했다.
이날 당정협의회에는 경남‧경북‧울산 시도지사를 비롯해 권영세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 권성동 원내대표 등 국민의힘 지도부와 농림축산식품부 장관, 산림청장 등 관련 부처 장‧차관 등 관계자 30여명이 참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