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마을에 이불 빨래방 맹그러 줘서 참말로 고맙소잉. 다들 복 많이 받을 것이오.”

전남 곡성군이 지역 어르신들을 위해 추진한 고향사랑 지정기부 ‘마을 빨래방을 선물하세요’가 목표액을 달성했다. 사진은 지역 한 어르신이 기부자들에게 감사 인사를 쓴 손 편지. /곡성군

전남 곡성군이 지역 어르신들을 위해 추진한 고향사랑 지정기부 ‘마을 빨래방을 선물하세요’가 목표액을 달성했다.

곡성군은 지난해 7월부터 모금을 시작한 세 번째 고향사랑 지정 기부 사업인 ‘어르신 돌봄을 위한 마을 빨래방 프로젝트’에 1억8860만원이 모였다고 15일 밝혔다.

이 프로젝트는 60대 이상 인구 비율이 50% 이상이면서 전국 평균보다 독거노인 비율이 높다는 점을 고려해 추진됐다. 곡성군은 “바쁜 농번기와 겨울을 보내고 나면 이불에는 먼지가 한가득이지만, 혼자 사시는 어르신 가구에는 큰 가정용 세탁기가 없다”면서 “이동 세탁 서비스도 찾아가야 할 마을이 많아 한계가 많았다”고 했다.

곡성군은 어르신 가구의 빨래 고민을 해결하면서 독거노인의 근황을 파악할 수 있는 형태의 빨래방을 조성하기로 했다. 예산은 고향사랑기부제 지정 기부 사업으로 마련하기로 했다. 고향 사랑 기부제는 자기 고향 등에 기부하면 특산품을 답례로 주는 제도다. 기부자는 연말에 세액공제 혜택도 받을 수 있다. 작년 6월부터 지역의 특정 사업에 기부할 수 있게 하면서 지자체마다 다양한 사업을 시도하고 있다.

전남 곡성군이 지역 어르신들을 위해 추진한 고향사랑 지정기부 ‘마을 빨래방을 선물하세요’가 목표액을 달성했다. /고향사랑e음 캡처

곡성군은 사업에 동참한 이들의 공감을 유도하고자 지역에 사는 할머니의 손 편지를 기부자들에게 보내기도 했다. 곡성군 입면 흑석마을에 사는 80대 어르신 ‘담양댁’은 꾹꾹 눌러 쓴 손 편지로 기부자들에게 고마움을 전했다.

그는 “시상(세상)이 좋아져서 세탁기가 있지만, 나도 인자 나이가 80세가 넘어강께 무릎이랑 허리가 아파서 집에서는 빨래를 아예 못허요”라며 “일 년에 한 번만 빨래 차가 마을을 찾아와 (두꺼운 이불은) 장롱에 넣어 놓고 나는 얇은 이불을 놓고 내내 살고 있소”라고 적었다. 이어 “우리 마을에 이불 빨래하는 곳이 생겨, 자식들 명절에 올 때도 맘 놓고 이불 꺼내놓고 쓰라 한다”며 “이불 빨래방 맹그러(만들어) 줘서 참말로 고맙소잉. 여러분님들 덕택에 얼마 안 남았지만, 편히 살다 가겠소”라고 적었다.

한글을 깨친 지 몇 년 되지 않은 이 어르신의 손 편지는 소셜미디어(SNS) 등으로 퍼지면서 화제가 됐다. ‘편지만 읽었는데 눈시울을 적신다’ ‘진한 사투리에서 돌아가신 엄마 생각이 난다’는 등의 댓글이 이어졌다. 1500여 명이 응원 메시지와 함께 고향사랑 기부금을 보냈다. 올해 12월 말까지 모으려던 모금 목표액 1억8860만원은 9개월 만에 달성했다.

곡성군은 이 기부금을 활용해 고령화율이 높은 지역 2곳에 마을 빨래방을 설치한다. 빨래방에는 대형 세탁기와 건조기 등을 갖출 예정이다. 또 배송 차량 1대와 빨래방 운영단을 꾸려 어르신 가구의 빨래를 수거하고, 배송하는 서비스도 제공할 예정이다.

한편, 곡성군은 지역 소아과 출장 진료(시즌1)와 상주 의사 진료(시즌2) 등 2건의 지정기부 사업에 이어 이번 3번째 지정기부 사업도 성공했다.

조상래 곡성군수는 “지역 어르신들이 깨끗한 이불을 덮고 편히 주무실 수 있도록 이른 시일 내에 사업을 추진하겠다”며 “다른 지정 기부 사업이 기부자분들의 마음을 두드릴 수 있도록 다양한 시도를 멈추지 않겠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