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미애 법무부 장관이 13일 아들 서모씨의 군 부대 휴가 미복귀 의혹에 대해 “국민께 정말 송구하다”면서도 “(아들 의혹 관련) 딱히 절차를 어길 이유가 전혀 없었다”며 처벌 대상이 안된다는 취지의 입장을 밝혔다.

추미애 법무부 장관이 지난 1월 30일 정부서울청사에서 열린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 대응 종합 점검회의 회의장에 민방위복을 입지 않은 채 정경두 국방부 장관과 함께 들어서고 있다. 당황한 추 장관은 회의장을 나갔다가 보좌진이 공수해온 민방위복을 입고 돌아왔다./연합뉴스


◇추미애 “절차 어긴 적 없다”, 법조계 “수사 가이드라인 제시한 것”

추 장관은 이날 자신의 페이스북을 통해 “검찰 수사를 통해 명명백백히 진실이 밝혀지지 않으면 안될 것”이라며 “검찰은 그 누구도 의식하지 말고, 오로지 실체적 진실을 밝히라는 국민의 명령에만 복무해야 할 것”이라고 했다.

그러면서 추 장관은 아들과 관련된 의혹에 대해 “절차상 문제가 없다”는 점을 강조했다. 그는 “군대에서 일부러 아프고 싶은 사람은 없다. 군은 아픈 병사를 잘 보살필 준비가 잘 돼 있었고 규정에도 최대한의 치료를 권하고 있다”며 “그렇기에 딱히 절차를 어길 이유가 전혀 없다. 이 과정에서 일각의 의심대로 불법이 있었는지에 관해 검찰이 수사하고 있고 저는 묵묵히 기다리고 있다”고 했다.

추 장관의 이러한 발언에 대해 법조계에서는 “사실상 수사 가이드라인을 제시한 것”이라는 비판이 나온다. 한 지청장 출신 변호사는 “상관인 법무부 장관이 자신과 관련한 수사에 대해 검찰에 사실상 간적접으로 수사 가이드라인을 준 것”이라며 “'검찰 수사에 영향을 줄까 우려돼 말을 아꼈다'고 하면서 콕 집어 ‘절차상 문제가 없다’고 적은 건 무슨 황당한 말씀인지 모르겠다”고 했다. 한 법조인은 “추 장관이 ‘채널A 사건’때 수사 지휘권을 발동해 윤석열 총장을 배제시킨 근거가 윤 총장 측근(한동훈 검사장)이 수사 대상이었다는 것이었다”면서 “이번 사건은 추 장관 아들, 경우에 따라 본인도 수사 대상이 되는 사건인 만큼 오늘 추 장관의 입장문은 문제가 될 소지가 크다”고 했다.

현재 이 사건은 지난달 추 장관이 검찰 중간 간부 인사를 통해 임명한 김관정 서울동부지검장이 지휘하고 있다. 김 지검장은 지난 1월 대검 형사부장으로 있을 때부터 이 사건에 관여한 인물로, 이 사건 수사를 축소하려한 의혹을 받고 있다. 조국 전 법무부 장관을 옹호하기도 한 것으로 알려진 김 지검장은 이 사건에 대해서도 ‘이게 죄가 되느냐’는 반응을 보인 것으로 전해진다.

◇핵심 의혹엔 침묵…'적법한 절차' 국방부 입장과 판박이

국방부는 10일 추 장관 아들 의혹과 관련해 처음으로 ‘적법한 절차’라는 입장을 내놓았다. 추 장관 아들의 병가 연장이 ‘국인의 지위 및 복무에 관한 기본법 시행령’과 ‘현역병 등의 건강보험 요양에 관한 훈령’ 등에 위배되지 않는다는 것이다.

하지만 국방부는 이번 사안의 핵심 쟁점인 ‘서씨의 병가기록 증발 경위’ ‘추미애 의원실 보좌관이 해당 부대에 전화한 경위’ ‘당직병과 서씨의 통화 여부’ 등에 대해선 침묵했다. 세 쟁점 모두 휴가 연장에 외압이 작용했는지를 규명하는 데 필요하지만 이에 대해서는 함구한 것이다.

그런데 이 국방부의 입장은 국방부와 더불어민주당이 당정 협의에서 사전 조율한 것이라는 의혹을 받는 상황이다. 이에 대해 이 자리에 참석했던 황희 민주당 의원은 13일 오전 페이스북을 통해 “국방부 차관과 황희 국회 국방위원회 민주당 간사 등이 추 장관 브리핑을 위해 당정협의를 했다는 것은 사실이 아니다”고 적었다.

황 의원이 이러한 입장을 밝힌 직후, 추 장관은 “군대 규정에도 최대한 치료를 권하고 있다”며 “그렇기에 딱히 절차를 어길 이유가 전혀 없다”고 국방부와 대동소이한 입장문을 발표했다. 추 장관은 입장문에서 본인 또는 남편이 아들의 병가 연장을 앞두고 국방부 민원실에 왜 전화했고 어떤 내용의 말을 했는지도 설명하지 않았다. 추 장관 측 변호인은 언론 등에서 이를 “미담”이라고 주장하고 있다.

◇“기필코 검찰개혁” ... 사퇴 거부

추 장관은 또 검찰개혁을 강조하며 사퇴할 생각이 없다는 뜻을 우회적으로 밝혔다. 추 장관은 “저는 어떤 역경 앞에서도 원칙을 지켰고, 이 원칙은 지금도, 앞으로도 목숨처럼 지켜나갈 것”이라며 “검찰개혁 과제에 흔들림 없이 책임을 다 하는 것이 국민의 뜻이고 저의 운명적 책무다. 기필코 검찰개혁을 완성하겠다”고 했다.

그러나 법조인들은 “'검찰 개혁'의 핵심은 ‘검찰의 정치적 독립’인데 사실상 개별 사건에 개입한 추 장관이 ‘검찰 개혁’을 장관직 유지의 명분으로 내건 것은 자기모순”이라고 비판했다.

추 장관은 이날 가족사에 대해서도 언급하면석 ‘감성’에 호소하는 모습도 보였다. 그는 “제 남편은 교통사고로 다리가 불편한 장애인”이라며 “그런 남편을 평생 반려자로 선택하며 제가 불편한 남편의 다리를 대신해 줄 수 있을 거라 생각했다”고 했다. 이어 “그런데 아들마저 두 다리를 수술받았다”며 “완치가 안된 상태에서 부대로 복귀했다. 어미로서 아들이 평생 휴유증으로 고통을 겪지는 않을까 왜 걱정이 들지 않겠느냐”고 했다.

추 장관은 남편에 이어 자신 역시 다리가 불편하다고 호소했다. 그는 “저는 검은 것을 희다고 말해본 적이 없다”며 “상황 판단에 잘못이 있으면 사죄의 삼보일배를 했다”고 썼다. 추 장관은 2004년 총선 직전 노무현 대통령 탄핵에 찬성에 따른 사죄의 뜻으로 광주에서 사흘간 삼보일배를 한 바 있다.

추 장관은 “그 일로 인해 제 다리도 높은 구두를 신을 수 없을 정도로 망가졌다”며 “저와 남편, 아들의 아픈다리가 국민 여러분께 감추고 싶은 부끄러움이 아니라 오히려 당당히 고난을 이겨낸 위로가 될 수 있도록 더 성찰하겠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