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헌 금융감독원장은 13일 국회 국정감사에서 ‘옵티머스 정·관계 로비 의혹’이 불붙는 계기가 된 옵티머스 측 ‘펀드 하자 치유 문건’에 대해 “약간 조작된 문건이라는 인상을 받았다”고 답변했다. 윤 원장은 “금감원 수장으로서 어떤 느낌이 들었느냐”는 질의에 웃으며 그같이 말했다.

13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금융감독원 국정감사에서 윤석헌 금감원장이 의원들의 질의를 듣고 있다. 이날 금감원 국감에서는 라임·옵티머스 등 사모펀드에 대한 금감원의 감독 실패가 사태를 키웠다는 의원들의 질타가 이어졌다. /이덕훈 기자

윤 원장은 가볍게 넘겼지만 라임자산운용과 옵티머스 펀드 등 사모펀드 비리에는 감독 업무를 맡고 있는 금감원에 대한 로비 의혹이 공히 등장한다. 이날 본지가 입수한 라임의 배후 전주(錢主) 김봉현 전 스타모빌리티 회장과 지인 간의 문자메시지에는 금감원이 청와대 민정수석실과 함께 거론돼 있다. 김 전 회장이 양쪽을 상대로 금품 로비를 했다는 의심을 갖게 하는 내용이었다.

라임 사태가 본격적으로 불거지기 직전인 작년 5월 김 전 회장은 사업상 지인으로부터 “요즘 여의도에 라임 돌려막기 한다고 소문 다 나서 조만간 사고 날 거 같다고 한다”는 문자를 받았다. 이에 김 전 회장은 “형이 일 처리할 때 경비 아끼는 사람이등가” “금감원이고 민정실에도 다 형 사람이여”라며 “찌라시 소문 신경 쓰지 말고 일이나 잘해주셔”라고 답했다.

라임 펀드 사건에서 라임의 배후‘전주(錢主)’인 김봉현 전 스타모빌리티 회장이 지인과 주고받은 문자메시지 화면.

라임 사태는 이 문자 대화가 있고 나서 두 달쯤 뒤인 작년 7월 22일 한 경제 매체의 보도로 수면으로 부상했다. 김 전 회장이 최근 남부지법에 출석해 증언하면서, 광주 MBC 사장 출신인 이강세 스타모빌리티 대표를 통해 당시 강기정 청와대 정무수석에게 5000만원을 전달했다고 한 시점은 언론 보도 엿새 뒤인 7월 28일이었다.

김 전 회장은 또 금감원에서 청와대 경제수석실에 파견돼 있던 동향 친구인 김모 전 행정관에게 5000여만원의 뇌물을 주고 금감원의 라임 검사 계획서를 사전에 빼돌리기도 했다. 김 전 행정관은 이러한 혐의 등으로 지난달 1심에서 징역 4년을 선고받았다. 김 전 대표에게 돈을 받은 혐의가 포착된 여당 정치인들에 대한 수사는 아직 진행 중이다. 한 법조인은 “'금감원도 민정실도 다 내 사람'이라는 걸 보면 보다 철저한 수사가 필요해 보인다”고 했다.

옵티머스 사건에서는 옵티머스 인사들이 금감원과 유착됐다는 의혹을 뒷받침하는 녹취록들이 등장했다. 이 녹취록에는 양호 전 옵티머스 고문이 2017년 10월 금감원 직원과 통화하며 “제가 11월 2일은 (당시) 최흥식 (금융감독)원장과 만날 일이 있어서”라는 대목이 나온다. 양 전 고문은 또 같은 해 11월 김재현(구속 기소) 옵티머스 대표와 통화하면서는 “내가 이 장관(이헌재 초대 금감원장)을 월요일 4시에 만나기로 했는데, 사정 봐가면서 (부탁)하면 되겠네”라고 하기도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