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미애 법무부 장관은 19일 윤석열 검찰총장에게 사모펀드 ‘라임 비리’ 수사에서 손을 떼라며 재임 중 세 번째 총장 지휘권을 발동했다. 한명숙 사건 위증교사 의혹 사건 배당 교체, ‘채널A 사건’에서 총장 수사 지휘권 박탈에 이어 이번 사건에서 또 총장 지휘권을 박탈했다. 장관 지휘권 발동은 72년 헌정 사상 네 번째다.
추 장관은 윤 총장 지휘권 박탈 대상에 여권(與圈) 및 친여 매체들이 지속적으로 의혹을 제기해왔던 윤 총장 처가 관련 고발 사건도 포함시켰다. 이를 두고 검찰 안팎에선 “정권 인사 연루 의혹이 제기된 라임 사건의 수사 지휘에서 윤 총장을 배제, 국면을 바꿔보려는 정권 방탄용' 지휘권 발동”이란 비판이 나왔다.
추 장관은 이날 지휘권 발동의 근거로 전날에 이어 또다시 “윤 총장이 야권 정치인에 대한 비위 사실을 직접 보고받고도 여권 인사와는 달리 사건을 제대로 지휘하지 않았다는 의혹이 있다”고 했다. 이에 대해 복수의 검찰 관계자는 “남부지검이 이미 지난 5월 해당 인사에 대한 계좌 추적을 하는 등 수사를 진행했고, 법무부가 직접 감찰을 통해 이를 확인했는데도 억지 주장을 펼치고 있다”고 했다.
이로써 라임 수사는 박순철 서울남부지검장이 지휘하게 됐다. 박 지검장은 지난 3월 의정부지검장 재직 당시 윤 총장의 장모 최모씨를 은행 잔고 증명서를 위조한 혐의(사문서 위조)로 기소했고 지난 8월 서울남부지검장으로 영전했다. 한 검찰 간부 출신 변호인은 “윤 총장 처가 고발 사건은 이미 친(親)정권 성향의 이성윤 지검장이 지휘하는 서울중앙지검 형사부에 배당이 돼 있다”며 “서울중앙지검 내에서 수사 자체에 부정적인 기류가 있자 추 장관이 직접 ‘윤 총장을 찍어내라’고 노골적으로 지시한 셈”이라고 했다.
윤 총장은 이날 추 장관의 지휘권 발동을 수용하고 “수사팀은 대규모 펀드 사기를 저지른 세력과 이를 비호하는 세력 모두를 철저히 단죄함으로써 피해자들의 눈물을 닦아주고 국민의 기대에 부응하기 바란다”고 했다. 윤 총장 주변에선 “추 장관이 다시 한번 ‘자진 사퇴’를 압박한 것이지만, 윤 총장은 이를 쉽게 거취와 연결시키지 않을 것”이라고 했다.
라임 로비 의혹의 핵심 인물인 김봉현 전 스타모빌리티 회장 주장에 따르더라도 그동안 이 사건에 등장한 여권 인사는 강기정 전 청와대 수석, 기동민 민주당 의원 등 6명인 데 비해 야권 정치인은 윤갑근 국민의힘 충북도당 위원장 1명이다. 윤 총장이 ‘비호 세력’ ‘단죄’ 등의 단어를 쓴 것을 두고 검찰 내부에선 “추 장관이 수사 방향을 왜곡시키는 것에 대한 우려가 담겼다”는 지적이 나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