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라임자산운용 정·관계 로비 의혹의 핵심 김봉현(46)씨가 작년 8월 강남 룸살롱에서 금융감독원의 라임 검사계획서를 입수한 것으로 25일 확인됐다. 금감원 ‘검사역’이 김씨의 동향 친구인 김모 당시 청와대 경제수석실 행정관과의 룸살롱 술자리에서 검사계획서를 제공했고 이는 옆방에 있던 김씨에게 그대로 전달됐다. 이 룸살롱은 김씨가 옥중편지에서 작년 7월 현직 검사 3명을 접대했다고 주장한 곳이다.

김씨로부터 5000여만원을 받은 혐의로 1심에서 징역 4년을 선고받은 김 전 행정관 판결문에 따르면, 금감원에서 청와대에 파견됐던 김 전 행정관은 작년 8월 21일 서울 강남의 F룸살롱에서 금감원 검사역 후배들과 술을 마셨다. 그중 검사역 한 명이 김 전 행정관에게 준 라임 검사계획서가 룸살롱 옆방에 있던 김씨에게로 건너갔다. 술값 650만원은 김씨가 결제했다.

금감원은 라임·옵티머스·DLF(파생결합펀드) 등 지난 1년 사이 6조원대 피해를 일으킨 각종 사모펀드 사태의 책임에서 자유로울 수 없다는 지적을 받아왔다. 그런데 검사계획서를 룸살롱에서, 딴 사람도 아닌 검사 대상자에게 흘린 사실이 알려지자 “감독 실패를 넘어 금감원 내부 부패가 사모펀드 사태를 낳은 것”이란 비판이 쏟아지고 있다. 더구나 금감원은 최근 국감을 앞두고서야 검사계획서를 넘겨준 검사역을 경징계(감봉)하는 것에 그쳤다. 이에 대해 금감원 관계자는 “청와대에서 요청한 자료를 전달하는 것은 흔한 일”이라고 했다. 그러면서 금감원은 최근 라임 펀드를 판매한 금융사 대표들에게는 중징계(업무정지)를 내렸다.

서울남부지검 형사6부는 김씨 체포 이틀 전인 4월 21일 F룸살롱을 압수수색해 검사계획서가 건너간 정황을 확인했다. 한 언론은 대검 국감일인 지난 22일 이 압수수색이 ‘검사 향응’ 수사 차원에서 이뤄진 것처럼 보도했다. 한 법조인은 “당시는 김씨가 ‘검사 향응’을 진술하기도 전이었다"며 "'금감원 검사역 비리’ 압수수색이 ‘검사 향응’ 수사로 둔갑한 셈”이라고 했다. 서울남부지검 수사팀은 25일 서울남부구치소에서 김씨를 상대로 ‘검사 향응’ 의혹을 조사했다.

김봉현 옥중편지 3대 주장, 모두 앞뒤가 안맞는다

라임자산운용 로비의 핵심 김봉현(46) 전 스타모빌리티 회장의 옥중 편지 내용 상당수가 거짓말로 드러나고 있다. 김씨가 2019년 7월 현직 검사 3명을 술 접대 했다는 주장도 앞뒤가 맞지 않거나 관련자들이 조목조목 반박하고 있어 신빙성에 의문이 제기된다.

◇①작년 7월 라임 수사팀 검사를 술 접대?

김씨는 지난 16일 1차 옥중 편지에서 작년 7월쯤 현직 검사 3명에게 술 접대를 했고 그중 1명이 라임 사건 수사 책임자로 왔다고 주장했다. 지난 21일 2차 옥중 편지에서는 술 접대 검사 2명이 대우조선해양 수사팀에 있던 검사라며 이들을 사진으로 특정했다고 밝혔다.

이에 대해 김씨가 술 접대 검사들을 소개해 준 인물이라고 지목한 검찰 출신 A 변호사는 “검사들을 김씨에게 소개해준 적 없다”고 주장했다. 김씨에게 지목된 검사들 역시 “술 접대는 사실무근”이라고 했다. A 변호사는 25일 본지 통화에서 “4월 23일 김씨가 도피 끝에 체포됐을 때 접견을 가서 ‘당신이 도망가는 바람에 내가 거짓말쟁이가 됐다. 더 이상 변론을 못 해주겠다’고 하니 김씨가 ‘라임 수사팀에 어떤 검사들이 있는지는 좀 이야기해 달라’고 부탁했다”며 “B 검사가 라임 수사팀장으로 갔다는 사실은 알고 있었기 때문에 그 이야기를 해준 것뿐”이라고 했다.

A 변호사는 또 “당시 김씨에게 ‘B 검사는 대한민국 검사 중 가장 독한 검사다. 대우조선해양 사건 때 10년을 구형해서 10년 선고를 받아낸 검사다. 그러니 사실대로 말하고 선처를 받으라’고 이야기했다”고 했다. 이어 그는 “김씨에게 ‘B 검사를 만나더라도 절대 나를 안다고 내 이름을 팔지 말라’는 얘기도 했다”고 밝혔다. 그런데 김씨는 마치 “술 접대 자리에서 알게 된 검사를 만나더라도 아는 척하지 말라”는 식으로 편지에서 주장했다는 것이다. A 변호사는 “당시 이야기해준 대우조선 수사팀 검사들을 김씨가 이번에 술 접대 검사들로 지목한 것 같다”고 했다.

김씨는 또 지난 5월 남부지검 수사팀에 검사 술 접대 사실을 진술했지만 수사가 이뤄지지 않았다고 주장한다. 하지만 당시 남부지검 수사팀은 “수사 과정에서 김씨가 관련 진술을 한 적이 없다”고 했다. 송삼현·박순철 전 남부지검장도 “수사팀에게 그런 보고를 받은 적이 없고 이번 옥중 편지 보도를 보고 처음 알았다”고 했다. 윤석열 검찰총장 역시 “보고받은 적 없다”고 했다.

◇② ‘강기정 잡아야 한다’며 진술 회유?

김씨는 A 변호사가 “기동민도 좋지만 강기정 전 청와대 정무수석 정도는 잡아야 한다”며 진술을 회유했다고 주장한다. 하지만 김씨 측근들이 이런 주장을 부정하고 있다. 김씨의 한 측근은 지난 3월 김씨가 도피 중일 때 강 전 수석과 기 의원, 이상호 전 민주당 지역위원장 등 여권 인사 로비 리스트를 언론에 흘리라고 지시했다고 검찰에서 진술했다. 실제 일부 언론에는 당시 라임의 여권 인사 로비 리스트가 이니셜로 보도됐다. 김씨의 수원여객 횡령 공범인 또 다른 측근 김모씨도 지난 23일 법정에서 “김씨가 ‘언론의 불길을 다른 데로 돌려야 한다’며 이 전 위원장과 룸살롱에서 어울린 사진을 언론에 보내라고 해서 뿌렸다”고 했다. 김씨가 지난 3월 스스로 여권 로비 사실을 언론에 뿌려놓고는, 이제 와서 체포된 이후 변호사의 회유 때문에 진술했다고 주장한다는 것이다.

김씨는 또 자신을 변호했던 A 변호사가 윤 총장의 측근이기 때문에 ‘강기정을 잡으라’는 요구 사항을 따를 수밖에 없다는 취지로 주장했다. 김씨는 A 변호사가 윤 총장의 인사청문회를 도왔고, 지난해 청와대 울산시장 부정 선거 사건 관련 검찰 수사관이 자살했을 때도 윤 총장을 모시고 상갓집을 다녀왔다고 주장했다. A 변호사는 “현직도 아닌데 윤 총장 인사청문회를 어떻게 돕느냐”며 “해당 수사관의 상갓집은 간 적도 없다”고 했다.

◇③야권 인사 수사는 뭉갰다?

김씨는 윤갑근 국민의힘 충북도당위원장에 대한 로비 사실을 검찰에 진술했지만 수사가 진행되지 않았다고 했다. 하지만 수사팀은 지난 5월부터 윤 위원장에 대한 광범위한 계좌 추적을 진행했다. 윤 총장은 22일 국감에서 “야권 인사 수사는 마무리 단계”라고 했다. 검찰 관계자는 “해당 진술은 이종필 전 라임 부사장이 했다. 김씨는 수사 내용도 잘 모를 것”이라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