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 옵티머스 대표

추미애 법무장관이 27일 감찰을 지시한 2018년 10월 한국전파진흥원의 옵티머스 관련 수사 의뢰는 이혁진 전 옵티머스 대표의 ‘민원’이 출발점이었던 것으로 27일 확인됐다. 당시 유영민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장관이 전파진흥원을 조사해달라는 이혁진씨 부탁을 들어줬고 이게 이후 전파진흥원의 옵티머스 수사 의뢰로 이어진 것으로 나타났다.

이씨는 검찰이 지난 7월 확보한 옵티머스 내부의 ‘펀드 하자 치유’ 문건에 등장한다. ‘이혁진이 국회의원, 민주당 유력 인사 및 정부 관계자들에게 거짓으로 탄원, 회사를 공격하게 함으로써 이를 소명·해결하는 과정에서 의도치 않게 민주당 및 정부 관계자들이 당사와 직간접적으로 연결됨’이라는 내용이다.

본지 취재에 따르면, 이씨는 2018년 3월 문재인 대통령의 순방지인 베트남 하노이로 출국해 당시 대통령을 수행한 유영민 전 장관을 접촉, 과기부 산하 전파진흥원에 대한 조사를 부탁했다. 그때는 이씨의 성범죄 사건으로 옵티머스 경영권이 김재현(구속) 현 옵티머스 대표에게 넘어간 상태였다. 한 달 뒤인 2018년 4월 실제 감사가 이뤄졌다. 전파진흥원은 2017년 6월부터 2018년 3월까지 680억원을 옵티머스에 투자했다가 회수한 곳이다.

이씨는 2018년 3월 22일 문 대통령과 베트남 교민들과의 만찬이 열린 하노이 메리어트 호텔 앞에서 유 전 장관과 만났다고 한다. 유 전 장관은 본지 통화에서 “한 남성(이씨)이 호텔 앞에서 내 이름을 여러 차례 부르며 다가와 ‘전파진흥원이 옵티머스에 속아서 투자를 잘못했다. 사기를 당했다'는 뉘앙스의 말을 했다"고 말했다. 유 전 장관은 "귀국해 전파진흥원이 무슨 투자를 했다는 건지 확인해보라고 지시했고, 이후 (과기부) 실무진의 판단 하에 감사가 진행된 게 전부”라고 했다.

그러나 현직 장관이 처음 보는 사람의 민원을 듣고 산하 기관 감사를 지시했다는 것에 대해 “다른 ‘배후’가 있을 것”이란 의혹이 제기되고 있다. 이씨는 문재인 대선 캠프 특보 출신으로 여권 586 정치인들과 친분이 있는 인물이다. 이에 대해 유 전 장관은 “이씨 외의 다른 사람으로부터 전파진흥원 투자에 관한 말을 들은 적이 전혀 없다”고 했다.

이씨는 비슷한 시기 금감원 등에도 비슷한 민원을 제기했다. 옵티머스 관계자는 “당시 이씨와 경영권 분쟁을 벌이던 김재현 대표도 여권 및 금융계 인맥을 총동원해 대응한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감사가 진행 중일 때, 김재현 대표 측은 여권과 금감원 등에 “한국전파진흥원의 투자금은 이미 다 상환을 했다” “2017년 6월 옵티머스펀드 1호 신설을 주도한 사람이 바로 이혁진씨였다”고 항변한 것으로 알려졌다. 여권이 ‘허위’라고 하고 있는 옵티머스 내부 ‘펀드 하자 치유’ 문건 속 이혁진·김재현의 ‘로비전’이 사실에 가깝다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