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동훈(왼쪽) 검사장과 정진웅 차장검사.

‘채널A 사건’ 관련 한동훈 검사장에 대한 ‘폭행 압수 수색’으로 서울고검 감찰·수사를 받은 정진웅 광주지검 차장검사가 독직(瀆職) 폭행 혐의로 27일 재판에 넘겨졌다.

독직 폭행 혐의는 검찰·경찰 공무원 등이 직권을 남용해 사람을 체포하거나 감금, 폭행한 경우 적용된다. 국가로부터 시민을 보호하기 위한 입법 취지에 따라 일반 폭행죄보다 형이 무겁다. 유죄일 경우 벌금형 없이 5년 이하 징역형만 선고된다. 김근태 전 의원 등을 고문했던 이근안 전 경감은 독직 폭행에 다른 혐의가 추가돼 징역 7년을 선고받은 바 있다.

서울고검이 이날 한 검사장을 폭행한 혐의(특가법상 독직 폭행)로 정 차장검사를 불구속 기소한 것은 한 검사장이 정 차장검사를 독직 폭행 혐의로 수사해달라는 고소장과 감찰 요청서를 낸 이후 3개월 만이다.

정 차장검사는 서울중앙지검 형사1부장으로 재직하던 지난 7월29일 이동재 전 채널A 기자의 강요 미수 혐의 사건과 관련해 한 검사장의 휴대전화 유심(USIM) 카드를 압수 수색하는 과정에서 한 검사장의 팔과 어깨 등을 잡고 소파 아래로 밀어 눌러 전치 3주 상해를 입게 한 혐의를 받는다.

지난 7월 서울 서초구 서울성모병원 응급실 음압병실 침대에 누워 있는 정진웅 당시 서울중앙지검 형사 1부 부장검사.

서울고검이 정 차장검사를 감찰 도중 피의자로 전환하고 이날 기소까지 한 데는 압수 수색에 투입됐던 검사와 검찰 직원들이 “정 차장검사가 한 검사장에게 물리력을 행사한 건 사실”이라는 취지로 진술한 것이 결정적으로 작용했다고 알려졌다.

압수 수색 닷새 전인 지난 7월 24일 외부 전문가들로 구성된 검찰수사심의위원회는 ‘한 검사장에 대한 수사를 중단하고 불기소하라’고 권고했지만, 이성윤 서울중앙지검장은 압수 수색을 강행했다. ‘폭행’ 논란이 불거지자 당시 서울중앙지검은 ‘한 검사장이 물리적으로 압수 수색을 방해해 정 차장검사가 다쳤다’면서 압수 수색 직후 병원에 입원한 사진을 공개하고, 한 검사장이 공무 집행을 방해했다는 취지로 주장했다.

‘채널A 사건’ 수사를 맡았던 정 차장검사가 독직 폭행 혐의로 기소되면서 이 사건 관련 수사 지휘권을 발동한 추미애 법무부 장관, 한동훈 검사장에 대한 검찰수사심의위원회의 ‘수사 중단·불기소’ 권고를 무시하고 압수 수색을 지시한 이성윤 지검장은 무리한 수사를 강행했다는 비판을 피할 수 없을 것으로 보인다.

정 차장검사에 대한 서울고검 감찰부 수사는 3개월 가까이 걸렸다. 정 차장검사는 ‘한 검사장 등에 대한 수사가 진행 중’이라는 이유로 소환에 불응하다 지난달에야 첫 조사를 받았다. 이성윤 서울중앙지검장도 당시 김영대 서울고검장을 찾아 ‘감찰 연기’를 요구해 감찰 방해 논란이 불거졌다. 지난 8월 검찰 중간 간부 인사에선 서울고검 감찰부 검사들이 전원 사표를 내거나 좌천당하는 식으로 공중 분해됐다.

정 차장검사는 이날 “기소를 수긍하기 어렵다”며 “향후 재판에서 당시 직무 집행 행위의 정당성을 적극 주장할 예정”이라는 입장을 내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