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업통상자원부가 2018년 4월 4일 청와대에 보고한 ‘월성 1호기 조기 폐쇄 추진 방안’ 보고서의 핵심은 월성 원전(原電) 1호기에 대한 한국수력원자력(한수원) 조기 폐쇄 결정이 나오면 그 즉시 원전 가동도 중단하겠다는 것이었다. 감사원은 이 보고서 내용이 하루 만에 바뀐 것을 확인한 것으로 알려졌다.
본지 취재를 종합하면, 산업부 원전산업정책 과장 등은 2018년 4월 3일 백운규 당시 산업부 장관에게 ‘월성 1호기는 조기 폐쇄하되, 다만 원자력안전위원회의 원전 영구 정지 허가가 나올 것으로 예상되는 2020년까지 약 2년간 한시 가동한다’는 방안을 보고했다. 그러자 백 전 장관은 “너 죽을래?”라며 “즉시 중단으로 보고서를 다시 쓰라”고 지시했다고 한다. 백 전 장관은 하루 전인 4월 2일 문 대통령이 “월성 1호기 가동 중단은 언제 결정하느냐”고 참모들에게 물었다는 걸 전해 들은 뒤 ‘한시적 가동’ 보고를 올린 산업부 공무원들을 질책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로 인해 산업부 원전 담당자들은 ‘월성 1호기 조기 폐쇄 추진 방안’ 보고서의 제목만 남기고 내용은 ‘한시 가동’에서 ‘즉시 가동 중단’으로 수정했다. 바로 다음 날 수정된 보고서를 본 백 전 장관은 “됐다. 이대로 청와대에 보내라”고 했고, 산업부 관계자는 이날 김모 청와대 산업정책 행정관에게 보고서를 송부했다고 한다.
김 행정관은 감사원 조사에서 “당시 채희봉 산업정책비서관은 보고서를 조목조목 따지는 스타일인데 그 보고서는 열람 후 곧바로 청와대 내부 보고망에 올리라고 했다” “채 비서관이 매우 흡족해했다”고 진술한 것으로 알려졌다. 채희봉 전 비서관(현 가스공사 사장)도 감사원 조사에서 “이 보고서가 문재인 대통령에게 보고된 것으로 들었다”고 진술했다고 한다.
이때는 외부 평가 기관의 월성 1호기 경제성 평가가 시작되지도 않은 시점이었다. 산업부가 청와대에 월성 1호기 ‘즉시 중단’ 방침을 보고한 지 6일이 지난 2018년 4월 10일에야 한수원은 S회계법인에 월성 1호기의 경제성 평가를 맡겼다. 법조인들은 “월성 1호기의 경제성 평가는 요식 행위였고 답은 정해져 있었다는 뜻”이라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