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경수 경남지사/연합뉴스

지난 2017년 대선을 앞두고 당시 문재인 민주당 후보에게 유리한 방향의 인터넷 ‘댓글 조작’을 지시한 혐의로 최근 2심에서 징역 2년을 선고받은 김경수 경남지사의 판결문이 또 다른 의미에서 법조계의 주목을 받고 있다. 법원은 김 지사와 김동원(필명 드루킹)씨 일당의 ‘댓글 조작’ 공모를 인정하는 주요 증거가 두 사람이 주고받은 텔레그램 메시지라고 판단한 바 있다. 그런데 이 부분이 추미애 법무부 장관 아들의 ‘군(軍) 휴가 미복귀’ 사건에서 추 장관이 아들 부대의 휴가를 담당하는 지원장교 이름과 전화번호를 보좌관에게 카카오톡으로 전달한 것과 유사하다는 것이다.

김 지사의 판결문에 따르면, 그는 2016년 11월부터 이듬해 10월까지 드루킹에게 11차례 인터넷 뉴스 기사를 보냈다. 특히 김 지사의 보좌관 한모씨는 2018년 1월 20일 오후 3시 9분 텔레그램으로 드루킹에게 두 건의 기사를 전송했다. 모두 유시민 작가의 TV 토론 태도를 비판한 한 비트코인 전문가에 관한 것이었다. 한씨는 6분 후 드루킹에게 ‘토론할 때 얘기 않고 뒤늦게 뒷담화, 우리가 제일 싫어하는 유형’이란 문자를 보냈다. 해당 전문가에 대한 비판적 댓글을 추천수 조작으로 맨 위로 올리라는 지시로 해석될 수 있는 부분이다. 드루킹은 ‘네’라고 답했다. 김 지사가 드루킹과 통화한 직후 인터넷 뉴스 전송이 이뤄졌다. 재판부는 김 지사의 지시를 보좌관이 대신 드루킹에게 전한 것으로 판단했다.


추미애 법무부 장관이 17일 오전 서울 종로구 정부서울청사에서 화상으로 열린 국무회의에 참석하고 있다. /뉴시스


추 장관도 2017년 6월 17일 오후 4시 6분, 아들 서씨의 군 휴가 연장과 관련해 이를 담당하는 부대 지원장교의 전화번호를 보좌관에게 전달했다. 보좌관은 1분도 안 돼 ‘네’라고 답했다. 이후 추 장관이 오후 4시 32분 ‘(걱정하고 있는) 아들에게 연락을 취해 달라’고 하자 보좌관은 5분 후 ‘바로 통화했고, 예후를 좀더 봐야 한다고 해서 한 번 더 (휴가를) 연장해 달라고 (지원장교에게) 요청한 상황’이라고 답했다.

추 장관이 아들 부대의 지원장교 전화번호를 찍어준 것에 대해 지난 9월 서울동부지검은 추 장관의 ‘아들 휴가 연장 지시’로 볼 수 없다고 발표했다. “지시를 받은 적 없다”(보좌관), “아들 상황을 확인해 달라고만 했다”(추 장관)는 당사자들의 말을 주요 근거로 삼았다. 그러면서 추 장관과 보좌관, 아들의 군무이탈 및 부정 청탁 관련 혐의를 모두 무혐의 처리했다. 노골적 ‘봐주기 처분’이란 비판이 나왔다.

추 장관 ‘지시’가 인정되더라도 부정 청탁 여부 등은 별도로 판단해야 하지만, 이 사건의 재수사 여부를 결정할 서울고검이 추 장관의 지시가 있었다는 걸 인정한다면 이 사건 재수사 가능성은 더 높아질 것이란 관측이 많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