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동훈 검사장

채널A 기자가 윤석열 검찰총장 측근인 한동훈 검사장과 결탁해 유시민 노무현재단 이사장 비위를 캐려고 했다는 이른바 ‘채널A 사건' 관련, 한 검사장이 채널A 이동재 전 기자의 선배인 법조팀장에게 전화해 “(나와 이 전 기자가 통화한) 녹취파일이 있다고 하지 그랬냐. (제보자X가 들었다는 그런 말을 한 적이 없기 때문에) 그게 뭐 문제 될 거 있다고”라고 말했다는 증언이 법정에서 나왔다.

MBC에 ‘검언 유착'이라고 제보한 사기 전과자 지현진(제보자X)씨는 마치 채널A 이 전 기자와 한 검사장이 유 이사장 비위를 캐기 위해 공모한 통화 녹취록이 있다는 취지로 주장했는데, 한 검사장은 “문제 될 말을 한 적이 없다. 녹취파일이 있다면 공개하라”는 취지로 말했다는 것이다. 법조계에서는 “한 검사장이 이 전 기자와 문제될 만한 통화를 했다면 채널A 법조팀장에게 ‘말을 맞춰보자'고 하지 ‘녹취록이 있으면 공개하라'고 했겠느냐”는 해석이 나온다.

19일 서울중앙지법 형사1단독(박진환 부장판사) 심리로 열린 이동재 전 기자와 백모 채널A 기자의 강요미수 혐의 9차 공판에서는 당시 채널A 법조팀장 배모씨가 증인으로 출석했다.

배씨는 “MBC가 취재하고 나서부터 한동훈 검사장이 굉장히 억울함을 표명하면서 채널A가 강력하게 입장을 표할 것을 요구했다”고 말했다.

이 전 기자는 사기 혐의로 징역 12년 이상 형을 선고 받고 구치소에 수감 중인 이철 전 VIK 대표를 취재하려고 구치소에 편지를 보냈고, 이 전 대표와는 일면식도 없는 제보자 지씨가 ‘대리인’ 행세를 하며 지난 2~3월 이 전 기자를 만나 모든 대화를 몰래 녹음해 MBC에 제보했다.

지씨는 당시 이 전 기자에게 한 검사장과의 관계를 끈질기게 캐물었고, 이 전 기자에 따르면 자신이 아는 법조계 인사들과 통화한 내용을 짜깁기 해 한 검사장과의 통화 내용인 것처럼 녹취록을 만들어 지씨에게 보여줬다. 일부 통화 녹취 파일을 직접 이어폰을 통해 지씨에게 들려주기도 했다. 지씨는 해당 음성이 “한동훈 검사장이 100% 맞다”고 주장했지만, 이 전 기자는 “취재를 원활히 하기 위해 아는 법조 관계자와의 대화 내용을 녹음해 한 검사장인 것처럼 들려준 것뿐”이라고 반박했었다.

이에 대해 이날 법정에서 법조팀장이었던 배씨는 해당 녹취록 및 녹취파일 등과 관련해 “한동훈 검사장은 저런 대화를 안해서 녹음 파일이 있을 수 없고 녹취록도 있을 수 없다는 거였다”며 “(회사 진상조사 과정에서) 이 전 기자의 진술이 중간에 (녹취 상대방이 한동훈이 맞다고 했다가 다시 아닌 것으로) 한 번 바뀐 적이 있었다. 그러자 한 검사장이 굉장히 억울해 하면서 ‘그럼 이동재가 나한테 다 뒤집어 씌우는 것이냐. 그럴 거면 녹취파일이 있다고 하지 그랬냐. 그게 뭐 문제 될 거 있다고' 하면서 왜 이렇게 상황이 전개되는지 고통을 호소했다”고 말했다.

앞서 이 전 기자는 지난 7월 본지 인터뷰를 통해 사태 초기 회사 내부에 녹취 상대방이 한 검사장이 맞다고 말한 것은 사태가 이렇게 커질 줄 몰랐기 때문이라는 취지로 말했었다. 당시 변호인을 선임하지 않았던 이 전 기자는 이후 검찰 수사에 대비해 변호인을 정식 선임하고 다시 녹취 상대방은 한 검사장이 아니라고 정정했다.

강요미수 혐의로 구속된 이동재 전 채널A 기자가 지난 17일 오전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법에서 열린 영장실질심사에 출석하고 있다.

배씨는 ‘검언 유착' MBC 보도가 나온 이후 이 전 기자가 “함정에 빠진 것 같다”며 당황해했다는 내용에 대해서도 진술했다.

배씨는 “구체적으로 어떻게 함정에 빠졌다고 이야기는 안 했고, 당황하고 힘들어하고 불안해하고, 불리한 상황에 처하게 될 수 있다는 공포심에 사로잡혀 있었다”며 “팀장으로서 지휘감독을 제대로 하지 못하고 함정에 빠진 상황에서 꺼내주지 못해 참담하고 무거운 책임을 느끼고 있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