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미애 법무부 장관이 24일 윤석열 검찰총장의 직무 집행 정지 및 징계 청구를 발표하며 든 여섯 가지 근거에 대해 검찰 내부는 물론 법조계에서도 “황당하다” “정치적 폭거”라는 반응이 나왔다. 대검 내부 규정에 따른 사건 배당을 ‘감찰 방해’로, 윤 총장이 여론조사에서 대선 후보 1위가 된 것을 ‘정치 중립 상실’로 규정해 사상 초유의 검찰총장 직무 집행 정지 근거로 삼았다는 것이다.
◇공판부 지원을 ‘불법 사찰’로 규정
추 장관은 “윤 총장이 서울중앙지검장이던 2018년 11월 서울 종로구의 한 주점에서 사건 관계인인 JTBC 실질 사주 홍석현을 만나 검사윤리강령을 위반했다”고 말했다. 검사윤리강령 제15조는 검사의 사건 관계인과의 사적 접촉을 제한하고 있다. 당시 서울중앙지검은 JTBC가 변희재씨를 명예훼손으로 고발한 사건을 처리 중이었는데 두 사람이 만났다는 것이다. 변씨는 JTBC의 ‘최순실 태블릿PC’ 보도가 조작됐다고 해 고발당했다.
그런데 그해 11월 변씨는 이미 기소돼 사건은 법원 손에 넘어간 상황이었다. 검찰 관계자는 “윤 총장은 이 만남 직후 당시 문무일 검찰총장에게 이를 보고했다”고 했다. 법조계에서도 “JTBC의 태블릿PC 보도는 현 정권에 집권의 길을 열어준 보도인데 상식적으로 이 사건을 잘 봐달라고 부탁한다는 게 말이 안 된다”는 평가가 많다.
추 장관이 든 두 번째 근거는 조국 전 법무장관 및 청와대 울산시장 선거 개입 사건 재판부 판사들에 대한 ‘불법 사찰’ 지시다. 두 사건의 재판장은 김미리 부장판사다. 대검이 올해 초 이 사건 재판 시작 전후해 김 부장판사의 우리법연구회 가입 사실, 그의 세평, 일부 가족 관계 등 공개된 정보를 담은 보고서를 작성했다는 것이다. 판사 출신 변호사는 “검사도 변호사도 승소를 위해 자기 사건을 맡는 판사의 스타일 등을 파악하려 애쓴다”며 “대검이 이미 공개된 판사 정보를 취합해 일선 공판 검사에게 제공하는 건 통상적인 업무 지원 성격이 강하다”고 했다.
대검 수사정보정책관실 등에서 만든 이 보고서를 받은 사람은 당시 대검 반부패·강력부장이었던 심재철 현 법무부 검찰국장이었다. 그는 대표적인 친정부 검사로 분류된다. 법조계 관계자들은 “이 보고서가 정말 불법 사찰 문건이었다면 심 국장에게 넘겼겠느냐”고 했다.
◇”규정에 따라 채널A·한명숙 사건 배당”
세 번째 근거는 윤 총장이 채널A 사건과 한명숙 전 총리 사건에 대한 대검 감찰부의 감찰을 방해했다는 것이다. 대검 감찰부가 한명숙 전 총리 수사 과정, 채널A 사건에 연루된 윤 총장의 측근 한동훈 검사장을 감찰하겠다고 했는데도 이를 막고 사건을 대검 인권부에 배당했다는 것이다.
두 사건 모두 수사 과정에서 인권침해가 있었다는 주장이 제기됐었다. 그런데 대검 규정에 따르면 수사 과정에서의 인권침해 논란이 생길 경우 조사는 인권부 관할로 하게 돼 있다. 한동수 대검 감찰부장은 조국 전 장관이 추천한 사람이다. 한 부장은 이런 상황을 자기 소셜미디어에 공개하며 윤 총장을 비판했는데, 이것이 오히려 감찰 정보 유출이라는 지적이 나왔다.
네 번째는 윤 총장이 채널A 사건 감찰 관련 정보를 외부로 유출했다는 것이다. 한동수 감찰부장이 윤 총장이 휴가 중이던 지난 4월 7일 ‘한동훈 검사장을 감찰하겠다’고 문자메시지 통보를 한 것이 언론에 보도됐는데, 이것이 윤 총장 지시에 의한 것이란 내용이다. 여기서 핵심은 윤 총장이 누구에게 지시해 감찰 정보를 유출했느냐인데 추 장관은 ‘성명 불상자’를 통해 유출했다고만 발표했다.
◇법무부 감찰 자체가 위법 소지
다섯 번째는 윤 총장이 여론조사에서 대권 후보 1위에 오르기도 했는데 그가 이를 시정하지 않고 묵인·방조했다는 것이다. 그러나 윤 총장은 올 2월과 8월 여론조사 기관에 본인을 조사 대상에서 빼달라고 요청한 바 있다. 추 장관은 윤 총장이 지난달 대검 국감에서 “퇴임 후 국민에게 어떻게 봉사할지 생각해보겠다”고 한 발언까지 ‘정치 참여 선언’이라며 문제 삼았다.
여섯 번째 사유는 윤 총장이 최근 법무부의 대면 감찰 조사에 불응했다는 것이다. 법무부 내부 감찰 규정엔 ‘상당한 (비위) 이유’가 있을 경우 감찰을 개시할 수 있게 돼 있다. 평검사를 감찰할 때도 비위 혐의를 감찰 대상자에게 미리 통보하고, 이에 대한 소명을 서면으로 받은 뒤 대면 조사를 한다. 그러나 법무부는 사전에 윤 총장의 비위 혐의가 무엇인지 알리지 않고, 윤 총장에게 소명할 기회도 주지 않았기 때문에 ‘불법 감찰’이란 비판이 제기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