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미애 법무부장관이 27일 오전 경기 과천시 정부과천청사 법무부로 출근하고 있다. /뉴시스

법무부 과장들이 30일 추미애 법무부 장관에게 “2일 개최 예정인 징계위원회를 중단하거나 연기해달라”는 내용의 문서를 전달했다.

박윤석 법무부 형사사법공통시스템운영단장 등 과장급 12명은 이날 오전 고기영 법무부 차관에게 추 장관에게 보고해달라며 ‘장관님께 드리는 글’이라는 제목의 문서를 전달했다.

이들은 “(추 장관의) 일련의 조치들이 검찰의 정치적 중립과 법치주의를 훼손할 우려가 있다는 지적에 대해 깊이 공감한다”며 “법무행정의 실무를 맡는 중간간부인 저희들은 작금의 상황과 관련해 다음과 같이 저희들의 일치된 의견을 간곡히 말씀드리고자 한다”고 글을 시작했다.

법무부 과장들은 내달 2일 열릴 예정인 윤 총장에 대한 징계위원회를 중단하거나 연기해달라고 요청했다. 이들은 “지금이라도 늦지 않았다. 대상자에 대한 충분한 자료제출 및 소명 기회 부여, 감찰위 개최 및 권고의견 숙고 등 적법절차를 준수해 주시기 바란다”며 “헌정사상 최초로 진행되는 검찰총장에 대한 감찰과 징계 과정이 통상의 절차에 어긋난다는 지적이 검찰 내부뿐만이 아니라 사회 각제에서 제기되고 있다는 점을 무겁게 받아들여 주시기를 바란다”고 했다.

이어 “징계위를 예정대로 진행해야 한다면 그 구성에 최대한 공정을 기해달라”며 “(심재철) 검찰국장이 (징계위) 위원 중 ‘법무부 장관이 지명하는 검사 2명’에 포함돼 있다면 이를 재고해달라”고 했다. 징계위원회는 법무부 장관을 수장으로 차관, 검사 2명, 외부인사 3명 등 총 7명으로 구성된다. 모두 장관이 임명·위촉한다. 이번 윤 총장 징계 청구 사유 중 하나인 ‘재판부 사찰 의혹’을 제기한 것으로 알려진 심 검찰국장을 징계위원으로 임명한다면, 공정성에 어긋난다는 지적이다.

법무부 과장들은 글을 통해 추 장관에게 3가지 진상 조사를 요구했다. ‘윤 총장 감찰·징계청구·직무집행정지 과정에서 이견 표출한 검사가 직무 배제된 경위’ ‘판사 불법 사찰 의혹 관련 감찰 착수 및 진행 과정’ ‘대검 감찰부의 압수 수색에 법무부가 관여했는지’ 등이다.

이들은 “원칙과 기준, 공정과 형평은 법무행정에 있어 반드시 지켜져야 할 가치”라며 “이러한 가치들이 일관되게 지켜질 때만이 장관님의 결정에 힘이 실리고 권위가 실릴 것”이라고 했다.

아래는 법무부 과장들이 작성한 문서 전문

<장관님께 드리는 글>

○검찰총장에 대한 징계청구 및 직무집행정지 조치를 둘러싸고 범무 검찰의 갈등과 반목이 갈수록 격화되고 있어 참으로 안타까운 마음입니다.

○저희들은 일선 검사들과 다수의 언론, 그리고 국민들께서 지속적으로 걱정과 우려를 피력하고 있는 현 상황을 엄중하게 인식해 왔고, 일련의 조치들이 검찰의 정치적 중립과 법치주의 를 훼손할 우려가 있다는 지적에 대해 깊이 공감하고 있습니다.

○법무행정의 실무를 말고 있는 중간간부들인 저희 들은 작금의 상황과 관련하여 다음과 같이 저희들의 일치된 의견을 간곡히 말씀드리고자 합니다.

-다음-

1. 우선, 12. 2. 개최 예정인 검사 징계위원회를 중단하거나 연기하여 주시기 바랍니다. 지금이라도 늦지 않았습니다. 대상자에 대한 충분한 자료제출 및 소명 기회 부여, 감찰위원회 개최 및 권고의견 숙고 등 적법절차를 준수해 주시기 바랍니다.

-지위고하를 막론하고 법령은 공정하게 적용되어야 하고, 적법절차는 준수되어야 할 헌법가치입니다.

-특히, 헌정사상 최초로 진행되는 검찰총장에 대한 감찰과 징계 과정이 통상의 절차에 어긋난다는 지적이 검찰 내부뿐만이 아니라 사회 각제에서 제기되고 있다는 점을 무겁게 받아들여 주시기 바랍니다.

2. 검사 징계위원회를 예정대로 진행해야 한다면 그 구성에 최대한의 공정을 기해 주시기 바랍니다.

-검사 징제위원회 구성의 공정성은 징계위원회 심의 결과의 공정성에 직결되는 중요한 사항입니다.

-만약, 검찰국장이 위원 중 ‘법무부장관이 지명하는 검사 2명’에 포함되어 있다면 이를 재고해 주시고, 이외의 위원 선정에도 공정성 시비가 최 소화 되도록 하여 주시기 바랍니다. 현재 검찰국장은 검찰총장의 주요 징계혐의인 ‘주요사건 재판부 판사들에 대한 불법 사찰 책임’및 관련 수사의뢰 대상인 ‘직권남용권리행사방해’혐의의 주요 참고인에 해당합니다.

3. 또한, 이와는 별개로 작금에 논란이 되고 있는 아래 사항들에 대해 즉시 진상을 확인할 필요가 있습니다.

① 검찰총장에 대한 감찰, 징계청구, 직무집행정지 등 일련의 조치 과정에서, 업무를 담당한 검사들이 이견을 표출하였다는 이유로 직무에서 배제되었는지 여부 및 그 경위를 밝혀 주시기 바랍니다.

②'판사들에 대한 불법사찰'관련 감찰 착수 및 진행 과정(감찰관실 파견 검사가 주장하는 보고서 삭제의 진상 포함)도 반드시 확인되어야 합니다.

③ 불법사찰 수사 관련 수사의뢰 과정 및 대검 감찰부 압수수색시 법무부 연락 경위, 내용 등에 대하여도 진상 확인이 필요합니다.

-이 모두는 감찰, 징계청구, 직무집행정지 조치 및 관련 수사에 있어 그 절차적 정당성 및 내용적 상당성을 가늠하는 중요한 사항이므로 철저한 진상 확인이 반드시 필요합니다.

한편, 위 진상조사 과정에서 해당 파견 검사가 불이익을 당하지 않도록 조치를 취할 필요가 있습니다.

○원칙과 기준, 공정과 형평은 법무행정에 있어 반드시 지켜져야 할 가치입니다. 향후 주요사안을 결정함에 있어 최대한 공정하고 합리적인 모습을 보여주시기 바랍니다. 이러한 가치들이 일관되게 지켜질 때만이 장관님의 결정에 힘이 실리고 권위가 실릴 것입니다.

○아울러 저희들은 현재의 상황이, 그리고 일선 검사들이나 저희들의 입장이 정치적으로 접근되고 해석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고 생각합니다. 오직 ·공정하고 정의로운 사회, 인권이 존중받는 사회'라는 법무행정의 비전을 받아들여 실천하고자 하는 충정어린 말씀으로 받아들여 주시기 바랍니다.

○저희들은 시대의 흐름에 맞게 국민의 검찰로 변화해야 한다는 검찰개혁의 방향성에 대해 깊이 공감하고 있습니다. 부족하지만 맡은 소임을 다하기 위해 앞으로도 최선을 다하겠습니다.

2020. 11. 30.

박윤석, 박기종. 차순길, 류국량, 장소영, 정수진,

정지영, 김윤선, 이응철, 권성희, 강상묵, 조영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