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열 검찰총장이 복귀 하루 만인 2일 월성 1호기 관련 문건 444개를 삭제한 산업부 공무원 3명의 구속영장 청구를 승인한 것은 법대로 이 사건을 수사하겠다는 의지를 천명한 것으로 법조계에서는 해석한다. 수사의 칼끝이 산업부를 넘어 청와대를 향하더라도 원칙대로 하겠다는 것이다. 여권 핵심에서 “넘지 말라”고 한 선을 넘은 셈이다.
한 검찰 관계자는 “자칫 자신의 직무 집행을 정지시킨 것에 대한 보복으로 오인될 수 있음에도 영장 청구를 승인한 것은 법치주의를 내세워 온 윤 총장의 원칙이 반영된 것”이라고 했다. 실제로 이 사건을 수사하는 대전지검은 윤 총장의 직무가 정지된 지난달 24일 영장 청구를 대검에 보고했었다. 직무가 정지된 기간 동안 미뤄졌던 것을 원칙대로 승인한 셈이다.
대전지검이 이날 구속영장을 청구한 사람은 산업부 원전산업정책과에 근무했던 A씨 등 3명이다. A씨는 검찰 조사에서 ‘감사원 감사 하루 전 어떻게 알고 원전 관련 문건을 삭제했느냐’는 질문에 “신내림을 받은 것 같았다”라고 답변한 인물이다. 믿는 구석이 없고서야 수사기관을 희롱하는 이런 답변을 하기란 쉽지 않다는 게 법조계의 평가다. 그러나 검찰은 A씨 등이 지금은 수사에 지극히 비협조적이지만 일단 구속되면 삭제를 지시한 ‘윗선’을 규명하는 수사의 속도는 빨라질 것으로 보고 있다. 수사의 본류라고 불리는 경제성 평가 조작 의혹도 탄력을 받을 전망이다.
검찰은 이 수사의 정점에 청와대가 있다고 보고 있다. 실제로 정부의 월성 1호기 조기 폐쇄는 2018년 4월 문재인 대통령의 “(월성 1호기는) 언제 가동 중단하느냐”는 한마디가 결정적인 계기가 됐다. 이후 청와대 담당 비서관을 통해 산업부에 전달됐고, 한수원 이사회는 조기 폐쇄 결정과 가동 중단을 결정한 정황이 감사원 감사에서 드러났다.
그러나 문 대통령이 이날 월성 1호기 조기 폐쇄를 밀어붙인 주범으로 꼽히는 백운규 전 산업부 장관의 변호인이었던 이용구 변호사를 법무부 차관으로 앉히면서 향후 수사의 향방을 장담할 수 없는 상황이다. 이 차관 내정자는 윤 총장 징계위에 당연직 위원으로도 참여한다. 4일 법무부 징계위가 윤 총장 해임을 결정하고, 문재인 대통령이 이를 재가하면 월성 1호기 수사가 다시 표류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