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국 법관 대표들의 회의 기구인 법관대표회의에서 7일 대검찰청의 `판사 문건 작성' 의혹이 정식 안건으로 상정됐지만, 입장을 표명하지 않기로 결정했다. ‘판사 문건'은 추미애 법무부 장관이 윤석열 검찰총장을 징계해달라고 청구하면서 핵심 이유로 꼽은 사안이었다.

각급 법원에서 선발된 대표 판사들이 사법부 현안을 논의하는 법관대표회의가 7일 온라인으로 진행되고 있다. /법관대표회의 제공

법관대표회의를 앞두고 여권 일각에선 “판사 사찰 의혹 문건에 대해 부당하다는 의견이 모이면 오는 10일 예정된 윤 총장 징계위원회에도 영향을 미칠 것”이란 관측이 나왔었다. 법조계 관계자는 “추 장관으로선 판사들이 ‘부당하다’는 의견을 내주길 바랐을 것”이라며 “윤 총장에 대한 감찰 및 징계 청구가 위법하다는 논란이 거센 상태에서 법무부가 더 궁지에 몰렸다”고 했다.

◇판사들 “토론 정치적 해석 경계해야”

법관대표회의 공보 간사는 “법관대표들은 법관은 정치적 중립의무를 준수해야 하고, 오늘의 토론과 결론이 정치적으로 해석되는 것을 경계해야 한다는 공통된 문제의식이 있었다”고 밝혔다.

이 문건은 당초 회의 안건에는 포함돼 있지 않았으나, 법관 대표들이 현장 논의 끝에 `법관의 독립과 재판의 공정성 확보에 관한 의안'으로 상정했다. 이와 관련해 법관대표회의 측은 “검찰의 법관 정보 수집을 비롯해 법관의 독립과 재판의 공정성 제고를 위한 여러 현안과 사안을 포괄적으로 논의하기로 했다”고 설명했었다.

이에 대해 찬반 토론을 실시한 뒤 입장을 표명하는 여부에 대해 표결을 했지만 부결됐다고 한다. 찬성을 밝혔던 판사들은 “검찰의 법관 정보 수집 주체(수사정보정책관실)가 부적절하며 ‘물의야기법관리스트 기재'와 같이 공판절차와 무관하게 다른 절차에서 수집된 비공개자료를 다루고 있는 점에서 법관의 신분상 독립을 침해할 수 있다”는 의견을 밝혔다.

각급 법원에서 선발된 대표 판사들이 사법부 현안을 논의하는 법관대표회의가 7일 온라인으로 진행되고 있다./법관대표회의 제공.

그러나 반대 의견을 낸 판사들은 “(윤석열 검찰총장 관련 사건이) 서울행정법원에 재판이 계속 중이고 앞으로 추가로 계속될 가능성이 있는 사안”이라며 “해당 재판의 독립을 위하여 전국법관대표회의 차원의 표명은 신중해야 한다. 또한 전국법관대표회의 의결이 정치적으로 이용될 수도 있다”는 의견을 냈다고 한다. 대부분의 판사들이 이런 의견을 낸 것으로 전해졌다.

◇수정안 3~4개 나왔는데도 모두 부결

이날 회의에선 “검찰의 법관 정보 수집 및 보고가 법관의 독립과 재판의 공정성을 침해할 수 있으므로 지양되어야 한다” 등 3~4개의 수정안이 제시되었으나 모두 부결됐다고 한다. 공보 간사는 “(윤 총장) 관련 행정소송이 계속 중인 점, 대표회의가 의견을 낼 경우 관련 소송에 영향을 줄 수 있는 점, 정치적 이용가능성 등을 근거로 수정안들이 모두 부결됐다”고 했다. 이어 “오늘 회의와 관련된 어떠한 논의와 결론도 정치적으로 활용되어서는 안된다는 점도 부각됐다”고 했다.

법원 관계자는 “여권이 부추겼던 사안을 두고 일부 판사들이 어떻게든 안건으로 올리려고 밀어붙였지만 대다수 법관들은 ‘휘말리지 않겠다'는 입장을 분명히 한 셈”이라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