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요미수 혐의로 구속된 이동재 전 채널A 기자가 지난 17일 오전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법에서 열린 영장실질심사에 출석하고 있다.

‘채널A 사건’의 당사자인 이동재 전 채널A 기자가 자신의 재판에 증인으로 나와 “이번 사건은 ‘검언(檢言) 유착'이라는 프레임을 씌워 자신을 함정에 빠트리게 하려는 시도였다”는 취지로 증언했다. 또 “취재할 때 유시민 노무현재단 이사장을 언급한 건 검사들의 관심을 끌기 위해서였지만, 아무 반응이 없었다”라고 밝히기도 했다.

서울중앙지법 형사1단독 박진환 부장판사는 4일 채널A 백모 기자의 공판기일을 진행했다. 이날은 백 기자의 신청으로 이 전 기자가 백 기자에 대한 증인으로 출석했다. 두 사람은 강요미수 혐의에 대해 공범으로 기소돼 같이 재판을 받고 있지만 이날만 백 기자는 피고인 석에, 이 전 기자는 증인석에 앉았다.

이 전 기자는 채널A 사건을 MBC에 제보한 ‘제보자 X’ 지모씨가 ‘검언유착’이라는 프레임을 씌우기 위해 미리 계획하고 “저희(채널A 취재진)를 갖고 놀았다”고 밝혔다. 이 전 기자는 “이철 전 밸류인베스트먼트(VIK) 대표의 대리인을 자처하는 지씨와 MBC가 (나와 지씨가 만나기) 전에 이미 연락을 주고받았다는 사실이 최근 보도됐고, 검찰총장 징계위원회에서도 검찰이 이 사실을 알면서도 수사하지 않았다는 내용이 나오지 않았냐”며 “지금 생각하면 (지씨를 만났던 2월25일) 그때 이미 프레임을 짜고 그런 식(검언유착)으로 이뤄지게 하려는 시도가 있지 않았나 생각한다”고 했다.

그는 또 지씨와 만날 당시 지씨 측에서 먼저 이 전 기자에게 “총선 전에 (이 전 대표의 정치권 로비 의혹을 보도)하면 검찰에 큰 도움을 받을 수도 있지 않느냐”라고 수차례 회유했다고 증언했다. 그는 “지씨가 총선 이야기를 계속 했고, (우리는) 총선이고 뭐고 상관 없다고 열 번 넘게 이야기 했다”며 “저희가 아니어도 좋으니까 다른 데라도 제보하라고 한 내용도 있다. 그런데 지씨는 모 언론 인터뷰 등에서 ‘(이 전 기자가) 총선에 맞춰서 터뜨리려고 했다'고 말하고 다녔다”고 했다.

이 전 기자는 지난 2월 13일 한동훈 검사장과 부산고검 사무실에서 만났을 때 유시민 노무현재단 이사장에 대해 언급한 당시 상황에 대해 증언하기도 했다. 그는 “채널A가 취재를 하고 있다, 일을 하고 있다 언급하면 힌트를 얻을 것 같아 그랬다”며 “(한 검사장이) 대검찰청 반부패강력부장을 했으니 뭔가 정보가 있을 것 같아서 말해 본 것”이라고 말했다.

또 변호인이 “백 기자에게 유 이사장을 찾아보라고 시킨 적도 없고 나도 찾아본 적이 없다”라며 “여러 보도에서 나온 걸 가지고 한 검사장의 관심을 끌어보려 한 건데 관심을 보이지 않았다”라고 답했다.

이 전 기자는 지난 2월 대검찰청 대변인을 만나 “저는 서민수사보다 시민(유시민) 수사가 주 목표”라고 말하기도 했는데, 이날의 상황에 대해서도 설명했다. 그는 “당시 신라젠 수사가 본격화한다고 하면서 유 이사장 연루 의혹 기사가 상당히 쏟아졌던 상황”이라며 “누가 봐도 이상하다며 유 이사장을 언급해 분위기를 띄우려고 저렇게 말했지만, 유 이사장만 취재하려는 게 아니라 여야 상관없이 두루두루 취재하려고 했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