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동훈(왼쪽) 검사장과 정진웅 광주지검 차장검사(전 서울중앙지검 형사1부장)./연합뉴스

‘채널A 사건’ 압수수색 과정에서 한동훈 검사장을 독직(瀆職)폭행한 혐의로 기소된 정진웅 광주지검 차장검사 측이 23일 법정에서 혐의를 부인했다. 재판부는 한 검사장을 증인으로 채택했다.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22부(재판장 양철한)는 이날 오전 11시 특정범죄가중처벌 등에 관헌 법률 위반 혐의(독직폭행)로 기소된 정 차장검사의 2차 공판준비기일을 진행했다. 준비기일은 피고인 출석 의무가 없기 때문에, 정 차장검사는 이날 법정에 나오지 않았다.

이날 정 차장검사의 변호인은 “정 차장검사는 한 검사장에 대해 압수수색 영장에 따라 직무를 수행한 사실은 인정한다”면서도 “독직폭행은 인신구속(에 관한 직무를 행하는 자)을 대상으로 하는데 압수수색 영장 집행 직무는 인신구속 직무와는 관련 없다”고 주장했다.

또, “독직폭행은 고문 등 가혹행위를 방지하기 위한 조항으로, 정 차장검사는 한 검사장에 대해 고문을 가하거나 가혹행위를 했다는 사실이나 고의가 없었다”며 “공소장 기재 일시와 장소에서 폭행해 상해에 이르게 했다는 공소사실은 부인하는 입장”이라고 밝혔다.

변호인은 이에 따라 “정 차장검사의 행위가 형식적으로 (상해 등) 구성요건에 해당하더라도 이는 법률상 압수수색 영장 집행 등에 해당하기 때문에 정당한 행위로서 위법성이 조각된다”고 주장했다.

검찰은 이날 한 검사장과 상해 진단을 내린 의사까지 총 5명 증인을 신청할 예정이라고 재판에서 밝혔다. 재판부는 “정 차장검사 쪽에서도 이견이 없는 것 같아 증인을 채택하겠다”고 밝혔다. 1회 공판기일은 내년 1월 20일로 정해졌다.

정 차장검사는 지난 7월 29일 서울중앙지검 형사1부장으로 ‘채널A 사건’을 수사할 당시 법무연수원 용인분원 한 검사장 사무실에서 휴대전화 유심(USIM)카드 압수수색을 집행했다.

당시 정 차장검사가 소파 건너편 한 검사장에게 달려들어 팔과 어깨 등을 잡고 누르며 휴대전화를 빼앗으려 한 것으로 서울고검 수사 결과 드러났다.

정 차장검사가 재판에 넘겨진 후 법무부와 대검의 판단은 달랐다. 추미애 법무부 장관은 지난달 5일 대검 감찰부(부장 한동수)에 정 차장검사의 기소 과정에 문제가 없었는지 감찰할 것을 지시했다. 당시 법무부는 “서울고검 감찰부의 정 차장검사 독직폭행 혐의 기소 과정에서 주임검사를 배제하고 윗선에서 기소를 강행했다는 의혹이 언론에 보도됐다”고 했다.

서울고검 감찰부가 “상해 해당 여부를 두고 다른 의견은 있었지만, 독직폭행 혐의에 대해서는 이견이 없었다”고 밝힌 입장은 반영되지 않았다.

이후 정 차장검사에 대한 ‘직무배제 조치’를 두고 형평성 논란도 제기됐다. 검찰 인사를 맡은 법무부 검찰국에서 기소 이후에도 정 차장검사에 대한 인사 조치가 없자, 대검은 지난달 6일 법무부에 공문을 보내 정 차장검사에 대한 직무배제를 요청했다. 이후 검찰국 검찰과 검사가 ‘직무배제를 해야 한다’는 의견의 보고서를 올렸으나 검찰과장이 이 의견을 묵살한 것으로 전해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