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학의 전 차관에 대한 출금 요청 승인이 난 직후인 2019년 3월 23일 낮 12시쯤 법무부 출입국심사과 직원 A씨와 B씨의 카톡 대화방엔 ‘장관 정책보좌관’이 등장한다. 직원들은 “정책보좌관 한 분 와서 계속 얘기하는데 대응법을 알려달라 한다” “시끄럽고, 말씀 많고, 성격 급하신 분” “엄청 염탐해” “검사 출신이라 눈 부릅뜨고 명령식으로 말하니 기분 별로”라며 그가 출입국 공무원들을 압박한 상황을 전했다.

2019년 5월 9일 오전 김학의 전 법무부 차관이 서울동부지검에 피의자 신분으로 출석하고 있다. 김 전 차관은 건설업자 윤중천씨로부터 뇌물을 받았다는 혐의 등을 받고 있다. 그는 이날 취재진에게 “검찰 조사를 성실히 받겠다”고 말한 뒤 검찰청사로 들어갔다. 그는 검찰 조사에서 자신의 혐의를 부인한 것으로 전해졌다./이진한 기자

이 ‘장관 정책보좌관’은 이종근 현 대검 형사부장을 말한다. 박상기 당시 장관의 정책보좌관이던 그가 김 전 차관 출국 금지 조치가 이뤄진 후 위법성 논란이 불거지자 사후 수습을 지시하는 등 개입한 정황이다.

‘불법 출금’을 수습하는 데 관여한 이종근 형사부장은 현재 김 전 차관 불법 출금 및 은폐 의혹 사건의 지휘 라인에 있다. 국민의힘이 지난달 초 법무부 직원들이 김 전 차관 출국 정보를177회 무단 조회했다는 공익 신고서를 대검에 제출했고 대검은 이를 수원지검 안양지청 형사 3부(부장검사 김제성)에 배당했다. 이 부장은 전국 각 지검 형사부 사건을 보고받고 지휘한다. 불법 출금 관련자가 해당 사건 수사를 지휘하는 셈이다. 이 때문에 검찰 내부에서 “수사가 제대로 이뤄질 수 있을까” 의문을 표시하는 사람들이 있다. 현재 이 사건은 배당된 지 한 달이 넘었지만 신고인 조사조차 이뤄지지 않았다.

안양지청 내 지휘 라인이 김 전 차관 출금 과정의 ‘가짜 사건 번호’ 은폐에 관여한 이성윤 서울중앙지검장 휘하에 있었던 점도 우려를 낳고 있다. 이근수 안양지청장은 작년 2월~9월 중앙지검 2차장, 박진원 차장검사는 작년 2월까지 중앙지검 조사 1부 부장검사를 지냈다. 곽상도 국민의힘 의원이 작년 6월 문재인 대통령의 ‘김학의 사건 진상 규명’ 지시를 직권남용으로 고발한 사건은 아예 서울중앙지검에 배당돼 있다.

법조계에선 공정한 수사를 위해 ‘특임검사제’를 적용해야 한다는 주장이 나온다. 검사가 연루된 사건 수사를 위해 검찰총장이 적임자를 지명해 독립적 수사를 보장하는 제도로 2010년 ‘스폰서 검사 사건’ 을 계기로 도입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