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승태 대법원장 시절 '사법농단'에 연루된 임성근 부산고법 부장판사에 대한 탄핵 논의가 한창인 가운데 3일 서초동 대법원에 긴장이 감돌고 있다./연합뉴스

대법원은 3일 전국 지방법원 판사·부장판사와 고등법원 판사 930명에 대한 전보 인사를 발표했다. 통상 판사들은 2년 주기로 법원을 옮겨 순환 근무를 한다.

이날 인사에선 같은 법원에서 3년을 근무해 교체가 유력했던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21부의 김미리 부장판사가 유임돼 주목받았다. 김 부장판사는 조국 전 법무부 장관의 유재수 전 부산시 경제부시장 감찰 무마 사건과 자녀 입시비리 사건, 청와대 울산시장 선거개입 사건, 최강욱 더불어민주당 의원의 선거법 위반 사건 등 정치적으로 민감한 사건을 다수 심리하고 있다. 그 과정에서 야당은 김 부장판사가 이들 재판을 정권에 유리하게 편파 진행하고 있다고 지적해왔다.

대표적으로 청와대 울산시장 선거개입 사건은 공전(公轉)을 거듭하며 공판준비기일만 1년 가까이 진행돼 본격적인 재판은 시작도 못한 상황이다. 김 부장판사가 ‘웅동학원 채용비리’ 혐의로 기소된 조국 전 장관 동생에게 공범보다도 낮은 징역 1년을 선고한 것에 대해서도 형이 가볍다는 비판이 있었다. 윤한홍 국민의힘 의원은 작년 국회 국정감사에서 “정권 관련 사건이 다 우리법연구회 소속인 김 부장판사에게 가 있다”며 법원의 사건 배당 시스템에 의문을 제기하기도 했다.

사모펀드 및 입시비리 혐의 등으로 기소된 정경심 동양대 교수에게 징역 4년을 선고했던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 25부(대등재판부)는 대거 교체됐다. 임정엽 부장판사와 김선희 부장판사가 나란히 서울서부지법으로 발령났다.

또 윤석열 검찰총장이 신청한 징계 효력 집행정지를 인용했던 홍순욱 서울행정법원 행정12부 부장판사는 서울북부지법으로 전보됐다.

이른바 검·언 유착 의혹으로 기소된 이동재 전 채널A 기자 사건을 심리해 온 서울중앙지법 형사1단독 박진환 부장판사는 대전고법으로 이동했다. 박 부장판사는 작년 10월 이 전 기자 측이 신청한 보석을 구속기간 만료(4일 자정)를 하루 앞둔 3일 허가해 이 전 기자 측의 반발을 받기도 했다.

한편 양승태 전 대법원장과 박병대·고영한 전 대법관의 사법행정권 남용 의혹을 심리해온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35부는 전원 교체됐다. 재판장인 박남천 부장판사는 서울동부지법으로, 배석인 심판·이원식 판사는 각각 서울동부지법과 전주지법 남원지원으로 자리를 옮겼다. 새 재판부가 구성돼 기록을 검토하는 데 상당한 시간이 걸리는 만큼 재판은 더 장기화될 것으로 전망된다. 해당 재판은 벌써 100회를 넘겨 진행되고 있다.

이번 인사는 오는 22일부터 시행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