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무부가 지난 7일 ‘이성윤 서울중앙지검장 유임’을 골자로 한 검사장급 인사를 한 데 이어, 곧 있을 차장·부장검사급 인사에서 임은정 대검 감찰정책연구관을 대검 감찰과장으로 승진시키고 변필건 서울중앙지검 형사1부장은 콕 찍어서 교체할 것으로 18일 알려졌다. 친(親)정권 검사는 요직에 올리고 정권을 거스르는 사건 처리를 했던 검사는 교체하는 내용인 것이다.
또한 이날 ‘김명수 대법원’은 서울중앙지법의 사무분담(재판부 지정)을 통해 우리법연구회 출신 김미리 부장판사에게는 ‘조국 전 장관 사건’과 ‘청와대의 울산시장 선거개입 사건’ 재판을, ‘양승태 대법원’에 비판적이었던 윤종섭 부장판사에게는 ‘사법행정권 남용 사건’ 재판을 그대로 맡겼다. 김명수 대법원장은 지난 3일 ‘중앙지법은 3년 근무’라는 인사 원칙을 깨고 김 판사는 4년째, 윤 판사는 6년째 중앙지법에 잔류시켜 ‘코드 인사’라는 비판을 받았다.
본지 취재를 종합하면, 법무부는 이르면 19일 검찰인사위원회 개최를 목표로 최근 검찰 간부 인사안을 마련했다. 사의를 표명하고 이날부터 이틀간 휴가를 낸 신현수 청와대 민정수석은 이 인사에도 관여하지 않은 것으로 전해졌다. 신 수석은 주변에 “앞으로 박범계 법무장관을 볼 일은 없을 것”이라고 말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 인사안에서 대검 감찰과장으로 승진시키려는 임은정 대검 감찰정책연구관은 그 동안 현 정부를 옹호하는 취지의 발언을 공개적으로 해 왔다. 반면, 교체로 가닥이 잡힌 변필건 서울중앙지검 형사1부장은 ‘채널A 사건’과 관련해 ‘한동훈 검사장 무혐의 처리’를 주장하면서 이성윤 지검장과 충돌했다. 서울중앙지검 1차장에는 이 지검장과 인연이 있는 중간간부가 배치될 것이라고 한다.
법무부와 검찰 주변에서는 “기존의 ‘추미애 라인’을 보강하고 지휘 권위가 붕괴한 ‘이성윤 중앙지검 체제’를 끌고 가겠다는 것”이라며 윤 총장의 반발로 청와대와 검찰 간의 갈등이 재연될 가능성이 제기됐다.
‘방탄용 코드 인사’ 비판은 김명수 대법원장에 대해서도 나오고 있다. 김미리 부장판사는 여러 사건 재판에서 여권 피고인들에게 경도됐다는 비판을, 윤종섭 부장판사는 임종헌 전 법원행정처 차장 재판에서 김 대법원장의 ‘사법 적폐 청산’을 뒷받침하는 재판 진행을 했다는 지적을 받았다. 법조인들은 “문재인 정부가 임기 말로 접어든 가운데 사법(司法)의 양대 축인 법원과 검찰에서 노골적인 ‘방탄 인사’가 이뤄지고 있다”고 했다.
이성윤에 맞선 변필건 ‘핀셋 교체’… 신현수”朴장관 볼일 없다” 휴가
검사장급 인사에서 배제당한 신현수 청와대 민정수석이 사의(辭意)를 표명한 가운데 청와대와 법무부는 친정권 검사들을 요직에 배치하는 내용의 차장·부장급 검찰 중간간부 인사안을 마련한 것으로 18일 전해졌다. 박범계 법무장관은 지난달 21일 평검사 인사안이 신현수 수석에 의해 제동이 걸린 이후 검사장급 인사에선 신 수석을 대놓고 ‘패싱’했고 그 인사 기조가 이번 중간 간부 인사에도 그대로 반영될 것이라고 한다.
◇검사장 인사부터 ‘신현수 패싱’
본지 취재를 종합하면, 지난달 법무부의 평검사 인사안에는 ‘검찰 관계 정상화’를 모색하는 신 수석 의중과 배치되는 내용이 일부 포함돼 있었다고 한다. 그중 하나가 서울중앙지검에서 ‘채널A 사건’을 수사했던 장태형 검사를 윤 총장을 보좌하는 대검 연구관에 발령 내는 내용이었다. 윤 총장은 채널A 사건에서 ‘한동훈 검사장을 감쌌다’는 이유로 직무정지와 징계 청구까지 당했다. 장태형 검사는 ‘독직폭행’ 혐의로 기소된 정진웅 광주지검 차장검사가 한동훈 검사장과 압수수색 중 몸싸움을 벌일 때 동행하기도 했다. 윤 총장으로선 ‘모욕적’으로 받아들일 만한 인사였던 것이다.
당시 이를 알게 된 신 수석은 당시 “윤 총장의 의견을 정상적으로 듣고 반영하라”고 법무부에 강하게 주문했다고 한다. 그 결과 장 검사는 결국 대검이 아닌 법무부 형사법제과로 발령 났다.
이후 지난 7일 법무부는 검사장급 인사를 2차로 발표했다. 일요일 전격 발표된 이 인사에서 신 수석과 윤 총장은 배제된 것으로 드러나 있다. 법무부와 검찰 안팎에서는 “지난 4일 검찰이 월성 원전 수사로 백운규 전 산업통상자원부 장관에게 구속영장을 청구하자 ‘신현수 패싱론’이 더 힘을 받았을 것”이란 말이 나왔다. 문재인 대통령도 박범계 장관의 ‘검사장 인사안’을 결재함으로써 이를 용인했다.
◇임은정은 승진, 변필건은 교체
곧 있을 차·부장급 검찰 중간 간부 인사는 “임기 말 정권 방탄용 인사의 완결편이 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신 수석이 사의를 표명한 18~19일 휴가를 낸 상황인데, 박 장관은 이미 그 이전에 중간 간부 인사안을 짠 것으로 알려졌다. 신 수석은 최근 주변에 “박 장관을 다시 볼 일은 없을 것”이라고 했다고 한다.
대검 감찰과장으로 예정된 임은정 검사는 지난해 추미애 전 장관이 대검 감찰연구관으로 ‘원 포인트’ 인사를 냈던 인물이다. 윤석열 총장과 사사건건 충돌했던 ‘우리법연구회’ 판사 출신 한동수 대검 감찰부장 요청에 따른 것이란 말이 나왔다. 현 정권 인사를 옹호하는 취지의 발언을 자주 했던 임 검사는 검찰 관련 의혹이 제기될 때마다 감찰 필요성을 단골로 제기했다. 한동훈 검사장이 법무부 정책기획과장이던 2013년 ‘검사 블랙리스트’를 만들었다고 주장하며 법무부에 감찰을 요청하기도 했다. 한 법조인은 “감찰 요청을 한 장본인인 임 검사를 감찰 주체로 내세우겠다는 건 ‘정권 코드 감찰’을 하겠다는 것”이라고 말했다.
서울중앙지검 변필건 형사1부장의 교체에 대해선 “소신대로 수사지휘를 했던 것에 대한 ‘핀셋 보복인사’”라는 비판이 나왔다. ‘채널A 사건’과 관련, 한동훈 검사장의 무혐의 결재를 요구하며 이성윤 중앙지검장에 반기를 들었던 게 미운털이 박혔다는 것이다. 중앙지검 형사1부에는 현재 임성근 부장판사 탄핵 관련 김명수 대법원장의 직권남용 사건, 대검 과거사진상조사단 소속 이규원 검사의 ‘윤중천 면담보고서’ 조작 의혹 사건이 배당돼 있다. 정권과 관련된 민감한 고소·고발 사건도 대개 이곳으로 몰리게 돼 있다. 법조계에선 “그런 자리에 변 부장을 그대로 뒀다간 이 검사장을 치받은 상황이 반복될 수 있다고 본 것 아니겠느냐”는 말이 나왔다. 작년 ‘윤석열 징계 ‘국면에서 이성윤 지검장 용퇴를 요구하며 사표를 제출한 김욱준 전 1차장검사의 후임 역시 이 지검장의 ‘입맛’에 맞는 중간 간부가 배치되는 것으로 알려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