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공수처)가 지난 12일 김학의 전 법무부 차관 ‘불법 출금(出禁) 사건’을 검찰로 재이첩하면서 “수사를 마치면 사건을 공수처로 송치하라”는 공문을 보낸 것으로 14일 확인됐다. 수사는 검찰이, 기소 여부 결정은 공수처가 하겠다는 뜻이다.
본지 취재를 종합하면, 공수처는 지난 12일 김 전 차관 사건을 수원지검에 다시 보내면서 ‘이 사건은 공수처가 공소(公訴)를 제기할 대상 사건이니 수사 완료 후 공수처가 공소 제기를 결정할 수 있도록 (사건을) 송치하라’는 내용의 공문을 보냈다. 공수처는 이날 입장문을 내고 “‘공소' 부분은 여전히 공수처 관할 아래에 있다고 본다”고 했다. 공수처 출범이 얼마되지 않아 수사 여건이 안되는 만큼 검찰이 계속 사건을 수사하되, 기소 여부는 공수처가 결정하겠다는 것이다.
공수처는 공수처법 제3조 2항에 ‘고위공직자 범죄의 공소 제기와 유지’가 업무 범위로 명시돼 있는 만큼 기소 여부를 자신들이 결정하는 것이 맞는다는 입장이다. 그러나 법조계에선 “해당 규정은 공수처의 업무 범위 중 기소 권한을 정한 것인데 마치 공수처만 기소할 수 있다고 법령을 왜곡한 것”이란 지적이 나왔다.
공수처 방침에 따르면, 사건을 돌려받은 검찰이 이 지검장 혐의를 입증할 만큼 수사를 진행하더라도 공수처가 ‘불(不)기소’를 결정하면 이 검사장은 사법 처리를 피할 수 있다. 또 형사소송법에 따라 피의자에 대한 구속영장이 발부되면 최대 20일 내 기소를 해야 하는 만큼 공수처에 사건을 보내기 전 검찰이 ‘이성윤 수사’를 본격화하기도 쉽지 않다.
검찰 안팎에선 지난 12일 법무부가 수원지검 수사팀 핵심 인력에 대한 파견 연장을 불허한 데 이어 같은 날 공수처가 이 같은 방침을 밝히자 “이번 사건 피의자인 이성윤 서울중앙지검장이 차기 검찰총장 후보로 거론되자 공수처와 법무부가 ‘방탄’ 역할을 하는 것 아니냐”는 이야기도 나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