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범계 법무장관이 17일 조남관 검찰총장 직무대행에 대해 수사지휘권을 발동한 사안은 ‘한명숙 전 총리의 불법 정치자금 수수 사건’ 수사팀이 한 전 총리에게 불리한 법정 증언을 했던 재소자들에게 위증(僞證)을 교사했다는 것이다.

17일 오전 경기도 과천시 정부과천종합청사에서 박범계 법무부 장관이 점심 식사를 위해 청사를 빠져 나오고 있다. 장련성 기자

2010년 한 전 총리는 한신건영 대표를 지낸 고(故) 한만호씨에게 9억원을 받은 혐의로 기소됐다. 그런데 그해 12월 한씨는 한 전 총리 첫 재판에서 ‘돈을 줬다’는 자신의 검찰 진술을 뒤집었다.

당시 수사팀은 한씨의 감방 동료가 ‘평소 한씨가 한 전 총리에게 돈을 줬다고 말했는데 진술을 번복했다’고 말하고 있다는 정보를 입수, 재소자 김모·최모씨를 법정 증인으로 세웠다. 두 사람은 법정에서 그러한 취지의 증언을 했다. 박 장관의 이날 지휘권 발동은 증인 김씨의 모해위증죄 공소시효(10년)를 닷새 앞두고 이뤄졌다.

이들이 이처럼 법정에서 증언했지만, 이 증언이 한 전 총리 유·무죄 판단을 위한 증거로는 채택되지 않았다. 실제 한 전 총리의 ‘징역 2년형’ 확정에는 한씨의 수표가 한 전 총리 동생의 전세 자금으로 들어간 사실이 확인된 것이 결정적 역할을 했다. 반면 한씨는 법정 위증죄로 추가 기소돼 2017년 대법원에서 징역 2년 실형을 추가로 확정받았다.

그런데 작년 4월 더불어민주당의 총선 압승 후, 친여(親與) 매체들이 ‘위증 교사’ 의혹을 제기했다. 한 전 총리가 재판에 넘겨진 지 10년 만이었다. 김·최씨의 법정 증언은 수사팀이 강요해 만들어낸 허위라는 것이다. 현재도 수감 중인 최씨는 ‘위증을 강요당했다’며 작년 4월 법무부에 진정서를 냈다. 당시 수사팀이 ‘신뢰성이 떨어진다’는 이유로 법정 증인으로 채택하지 않았던 또 다른 재소자 한모씨는 작년 6월 대검에 수사팀 전원에 대한 감찰과 수사를 의뢰했다. 민주당 민병덕 의원의 로펌 ‘민본’ 소속 변호사가 한씨를 법률 지원했다.

윤석열 당시 검찰총장이 당초 이 사안을 이성윤 검사장이 지휘하는 서울중앙지검 인권감독관실에 맡기자 추미애 법무장관은 작년 6월 지휘권을 발동해 ‘우리법연구회’ 판사 출신 한동수 대검 감찰부장에게 ‘재배당’했다. 이후 8개월간 결론을 내리지 않다가 지난 5일 조남관 총장 대행은 대검 감찰부 검사들의 보고를 토대로 ‘위증 교사 무혐의 처분’을 승인했고 이날 박 장관은 ‘재검토하라’는 지휘권을 발동했다. 법조계에서는 “물증 때문에 한 전 총리 판결 자체를 뒤집기는 불가능하니 수사 과정을 흠집 내 ‘한명숙 명예 회복’을 노린 것”이라는 해석이 나왔다.

‘한명숙 수사팀’ 관계자는 “유무죄 관련도 없는 증인에게 위증을 교사할 이유가 뭐가 있느냐. 최씨는 수사 및 재판 과정에서 자발적으로 진술했다”며 “조서에는 수사팀은 모르고 최씨만 아는 내용, 한만호씨와 대질할 때 한씨 주장을 강하게 반박하는 내용 등이 다수 나온다”고 했다. 다른 증인인 김씨도 작년 언론 인터뷰에서 “검찰의 위증 교사는 없었다”고 했다.

한 검찰 간부는 “법률적 판단과 양심에 따라 내린 ‘무혐의 처분’을 대검 부장 회의에서 재논의하라는 것은 직권 남용”이라고 했다. 다른 검찰 간부는 “이종근·이정현·신성식 검사장 등 친정권 성향 대검 간부들이 포진한 대검 간부회의에서 재논의하라는 것은 수적 우위로 결론을 뒤집겠다는 것 아니냐”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