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범계 법무부 장관이 지난 17일 ‘무혐의 처분을 재심의하라’는 지휘권을 발동한 ‘한명숙 수사팀의 위증 교사 의혹’은 한만호(사망) 전 한신건영 대표의 ‘감방 동료’였던 한모(수감)씨의 작년 5월 언론 인터뷰에서 시작됐다. 한만호 전 대표는 한 전 총리에게 정치자금 9억원을 불법 제공한 혐의로 2010년 기소된 인물이다. 그가 재판에서 ‘9억원 제공’ 진술을 번복하자, 수사팀이 ‘감방 동료’들을 상대로 2011년 2~3월 ‘한만호가 위증하고 있다’는 취지의 법정 증언을 하도록 회유·강요했다는 게 재소자 한씨 주장이었다.

그런데 이 의혹과 관련해 채널A 사건에 등장했던 ‘제보자 X’ 지모씨가 재소자 한씨 주장에 동조하는 진술서를 작성해 검찰에 제출했던 것으로 18일 알려졌다. 사기·횡령 전과 5범의 지씨는 작년 2월 MBC에 한동훈 검사장과 유착한 채널A 기자가 수감 중인 이철 전 VIK 대표를 상대로 ‘유시민 노무현재단 이사장 관련 비리 자료를 내놓아라’라고 협박했다는 이른바 ‘검·언 유착’ 의혹을 제보했던 사람이다.

MBC가 보도한 채널A 기자와 '윤석열 최측근' 검사장의 '검언 유착' 의혹 보도/MBC

MBC의 ‘검·언 유착’ 보도 며칠 전, 열린민주당 황희석 최고위원이 최강욱 의원과 찍은 사진과 함께 ‘이제 둘이서 작전에 들어갑니다’라는 글을 페이스북에 올리자 지씨는 이를 자신의 페이스북에 걸며 ‘부숴봅시다. 윤석열 개검들'이라고 썼다.

이후 이성윤 검사장이 지휘하는 서울중앙지검이 이 의혹을 수사했으나 성과가 없었고, 이 지검장은 한 검사장을 무혐의 처분하겠다는 수사팀 보고를 수개월째 뭉개는 상황이다. 이철 전 대표의 ‘대리인’이라며 채널A 기자와 접촉했던 지씨가 정작 이 전 대표와는 만난 적이 없었다는 사실이 관련 재판에서 드러나기도 했다.

검찰 안팎에선 “‘한명숙 사건 위증교사 의혹' 역시 지씨와 그 주변이 만들어 낸 ‘작품’ 아니냐”는 말이 나오고 있다. 본지 취재를 종합하면, 지씨는 작년 12월 대검 감찰부(부장 한동수)에 “재소자 한씨는 검찰의 강요로 거짓 진술을 했다는 사실을 이전부터 폭로하려고 했었다”는 내용의 진술서를 제출했다고 한다. 지씨는 자신이 서울구치소에 수감 중이던 2014년 2월 변호인 접견장에서 재소자 한씨를 만나 그런 이야기를 들었다며 한씨 주장에 신빙성을 부여하려 한 것으로 전해졌다.

그러나 정작 한씨는 2011년 당시에는 수사팀에 ‘한만호 위증을 증언하겠다’고 제안했고, 수사팀은 신뢰성이 떨어진다는 이유로 그를 법정 증인으로 채택하지도 않았다고 한다.

한 법조인은 “여권이 작년 총선 압승 이후 ‘위증 교사’ 의혹을 본격적으로 불 지필 무렵 지씨가 주변에 ‘모 매체와 관련 방송을 준비 중’이라고 말한 것으로 안다”고 했다. 지씨는 작년부터 최근까지 채널A 이동재 전 기자의 ‘강요 미수’ 혐의 사건의 재판부가 수차례 증인으로 불렀지만 출석을 거부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