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와대의 2018년 울산시장 선거 개입 사건'을 수사해 온 검찰은 9일 공직선거법 위반 혐의로 이진석 청와대 국정상황실장을 기소하고 수사를 종결했다. 서울중앙지검 공공수사2부(부장 권상대)는 이날 이 실장과 울산시청 공무원 윤모씨를 기소하고 송병기 전 울산부시장을 추가 기소했다고 밝혔다. 선거 개입 및 ‘하명 수사’ 연루 의혹으로 수사 대상이었던 임종석 전 청와대 비서실장, 조국 전 민정수석, 이광철 청와대 민정비서관 등에 대해선 ‘증거 불충분’을 이유로 무혐의 처분이 내려졌다.
앞서 작년 1월 29일 송철호 울산시장, 한병도 전 정무수석, 백원우 전 민정비서관, 송병기 전 부시장 등 13명이 기소된 후 1년 3개월 만에 이진석 실장 등이 기소되면서 이 사건 기소자는 총 15명이 됐다. 법조계에선 “송 시장 등의 공소장에서 35번 언급된 문재인 대통령이 관련 보고를 받았는지 여부가 규명되지 않은 것 등은 ‘미완(未完)의 수사’라는 평가를 받을 수 있는 부분”이란 지적이 나왔다. 청와대는 이날 “코로나 대응에 중요한 역할을 하고 있는 상황에서 기소를 해 유감”이라며 “이 실장 거취 등에 대해선 신중하게 검토해 판단하겠다”고 밝혔다.
청와대의 울산시장 선거 개입 의혹 사건의 골자는 2018년 6·13 지방선거에서 문 대통령의 30년 지기(知己)인 송철호 울산시장 당선을 위해 청와대 내부의 민정·정무 비서관실, 사회정책비서관실, 국정상황실 등 8개 부서가 ‘공약 지원’ ‘당 안팎의 경쟁자 정리’ 등의 방식으로 선거에 조직적으로 개입했다는 것이다. 송 시장, 한병도 전 수석 등 이미 기소된 13명에 대한 재판은 지난 1년 4개월간 공판준비기일로 공전하다 ‘코드 재판’이란 비판을 받던 끝에 내달 처음으로 본안 심리가 시작된다.
이진석 청와대 국정상황실장은 사회정책비서관으로 있던 2017년 10월 당시 송철호 후보의 ‘울산 공공병원’ 공약 수립을 지원한 혐의를 받고 있다. 당시 송 후보 측은 송 후보의 ‘울산 공공병원 공약’이 구체적으로 수립될 때까지 ‘산재모(母)병원’ 예비타당성 조사 결과 발표를 연기해달라고 이 실장에게 부탁한 것으로 조사됐다. 산재모병원은 경쟁 후보인 김기현 울산시장(현 국민의힘 의원)의 공약이었다. 이 실장은 2018년 3월 울산시의 공공병원 관련 내부 정보를 송 후보 측에게 제공하고, 같은 해 5월 24일 정부는 산재모병원의 예타 탈락을 발표하는 식으로 송 후보를 지원했다.
앞서 작년 1월 검찰은 송 시장과 한병도 전 정무수석 등 13명을 공직선거법 위반 혐의로 불구속 기소했다. 이들의 공소장에는 문재인 청와대 내 8개 부서가 개입한 상황과 관련 진술들이 낱낱이 적시됐다.
한병도 전 수석은 2018년 2월 송 시장의 민주당 내 경쟁자였던 임동호 전 민주당 최고위원에게 공기업 사장직을 제안하고 출마 포기를 권유한 혐의로 기소됐다. 또 백원우 전 비서관과 박형철 전 비서관은 민정수석실이 재가공한 김기현 전 시장 주변의 비위 첩보를 울산경찰청에 하달하고, 이를 받은 당시 황운하 울산경찰청장(현 민주당 의원)은 ‘하명 수사’를 진행한 혐의로 기소됐다. 당시 울산경찰청은 김 전 시장 공천이 확정된 2018년 3월 16일 당일 울산시청을 전격 압수수색했다. 하지만 경찰 수사를 통해 확인된 비리는 없었다.
작년에 중앙지검 공공수사2부는 청와대 압수수색을 시도하는 등 더 ‘윗선’을 수사하려 했다. 하지만 추미애 전 법무장관은 ‘정권 수사검사’를 겨냥한 ‘대학살 인사’를 통해 이 수사팀 역시 공중 분해시켜 버렸다. 작년 8월 당시 김태은 공공수사2부장은 지방으로 발령 났고 파견검사 3명은 원대 복귀했다.
검찰은 임종석 전 대통령 비서실장, 조국 전 민정수석, 이광철 민정비서관 등은 증거불충분으로 무혐의 처리했다. 작년 수사 과정에서 검찰은 송병기 전 울산부시장의 2017년 10월 업무일지에서 임 전 실장이 문 대통령을 대신해 송 시장에게 울산시장 출마를 요청했다는 메모를 확보하기도 했다. 이 때문에 임 전 실장도 작년 총선 이후 기소될 것이란 전망이 지배적이었지만 검찰은 기소할 만한 증거를 찾지 못했다고 밝혔다.
그러나 법조계에선 청와대 내 8개 부서가 동원돼 선거 개입과 하명 수사에 관여했는데 비서실장 등이 몰랐다는 것은 앞뒤가 맞지 않는다는 지적이 나온다. 송철호 시장 등의 공소장에는 황운하 전 청장이 김 전 시장 관련 수사 상황을 선거 직전까지 민정비서관실과 반부패비서관실 등에 18회 보고한 사실이 기재돼 있다. 검사장 출신 변호사는 “검찰 기소대로라면 비서관들이 민정수석, 비서실장 등을 패싱했다는 얘기밖에 안 된다”며 “선거 뒤 어수선한 틈을 타 꼬리 자르기식 기소를 한 것 같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