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성윤 서울중앙지검장

검찰이 김학의 전 법무차관 불법 출금 사건과 관련해 ‘수사 중단 외압’의 핵심 피의자인 이성윤 서울중앙지검장을 불구속 기소하기로 결론 내린 것으로 14일 알려졌다. 차기 검찰총장 유력 후보로 거론돼 온 이 지검장 기소는 총장 인선 구도에도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인다.

14일 본지 취재를 종합하면, 대검찰청은 이 사건 수사팀인 수원지검 형사3부(부장 이정섭)의 의견대로 이 지검장에 대해 ‘기소’ 결론을 낸 것으로 전해졌다. 이 지검장은 대검 반부패·강력부장 재직 당시인 2019년 6월 수원지검 안양지청이 ‘김학의 불법 출금’ 혐의로 대검 과거사진상조사단의 이규원 검사를 수사하려 하자 수사 중단 압력을 행사한 혐의(직권남용)를 받고 있다.

고위 공직자 비리 사건을 지휘하는 반부패·강력부(부장 신성식)도 이 지검장 기소는 불가피하다는 의견을 낸 것으로 알려졌다. 이 지검장은 수원지검의 소환 통보를 네 차례 거부하며 ‘공수처 관할’을 주장했지만 공수처는 지난달 12일 이 사건을 수원지검으로 재이첩했다.

검찰은 이 지검장이 차기 총장 후보군에 포함된 만큼, 조만간 법무부 검찰총장후보추천위원회의 후보 추천 절차가 끝난 직후 이 지검장을 기소할 것으로 알려졌다. 검찰이 대통령의 인사권 행사 절차에 영향을 미쳤다는 논란을 피하는 차원이라고 한다.

아울러 총장후보추천위가 이 지검장을 총장 후보 중 하나로 추천할 가능성이 희박해졌다는 관측도 제기됐다. 총장 후보로 거론되는 김오수 전 법무차관 역시 2019년 3월 ‘김학의 불법 출금’을 보고받은 일로 수사 대상에 올라 정권이 부담을 느끼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 때문에 구본선 광주고검장, 양부남 전 부산고검장 등이 부상하고 있다고 한다. 그간 법무부·검찰 갈등 과정에서 균형감을 보인 조남관 총장 직무대행이 검찰 내부 신망은 가장 높지만, 윤석열 전 총장 징계 반대 등으로 여권 눈 밖에 났다는 평가가 많다.

한편 2019년 3월 23일 새벽에 이뤄진 김학의 전 차관 불법 출금은 이광철 청와대 민정비서관(당시 선임행정관)이 사실상 총지휘했으며 그날 박상기 법무장관과 문무일 검찰총장은 보고를 받지 못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광철 청와대 민정비서관 /뉴시스

본지 취재를 종합하면 이 비서관은 수원지검 수사팀이 허위 공문서라고 결론을 내린 ‘긴급출국금지 요청서’ ‘긴급출국금지 승인요청서’ 등 두 건의 출금 서류를 휴대전화를 통해 실시간으로 대검 과거사진상조사단의 이규원 검사로부터 전달받았다고 한다. 이 검사는 당시 대검 과거사진상조사위 소속으로 이 비서관과 긴밀하게 연락을 주고받으며 허위 출금 서류를 작성해 출입국 당국으로 보냈다.

수원지검은 최근 이 비서관을 직권남용의 피의자 신분으로 소환 통보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 비서관 ‘지시’에 따라 긴급 출금을 실행한 이규원 검사와 차규근 법무부 출입국·외국인 정책본부장은 지난 1일 직권남용 등 혐의로 이미 기소됐다.

법조계에선 이 비서관이 출금 서류를 전달받은 것이 그의 혐의를 뒷받침하는 유력한 증거로 보고 있다. 당시 이규원 검사가 작성해 이 비서관과 법무부 출입국 담당자에게 보낸 ‘긴급출국금지 요청서’의 경우, 김학의 전 차관이 이미 무혐의 처리된 서울중앙지검 사건 번호가 적혀 있었다. 한 법조계 관계자는 “피의자가 아닌 사람에 대한 긴급출국금지는 혐의가 없는 사람을 긴급 체포한 것이나 마찬가지”라며 “가담한 사람은 직권남용의 공범”이라고 했다.

긴급출금의 경우 출금 후 6시간 이내에 법무장관 승인을 받아야 한다는 규정에 따라, 뒤이어 이 검사가 작성한 ‘긴급출국금지 승인요청서’에는 서울동부지검장의 관인 대신 그의 대리인으로 표시된 이 검사의 서명이 적혔다. 이 검사가 대리인을 사칭한 것이다. 또 당시까진 피의자가 아니었던 김 전 차관은 피의자로 기재돼 있었다.

이 외에도 이 비서관은 김 전 차관이 출국을 시도했던 2019년 3월 22일 밤 10시에서 자정 무렵 차규근 본부장에게 전화를 걸어 “이 검사가 출금과 관련해 연락이 갈 것”이라고 했다. 이어 이 검사와의 통화에선 “김 전 차관을 출국 금지해야 한다. 법무부 대검과 이야기가 됐다”고 했다고 한다.

반면 대검의 경우, 일부 간부에 알렸을 뿐 문무일 총장에게는 전달되지 않은 것으로 전해졌다. 법무부의 경우는 박상기 장관이 연락이 닿지 않아 김오수 차관과 이용구 법무실장에게만 보고된 것으로 알려졌다. 이 검사와 차 본부장의 공소장에는 두 사람의 진술과 포렌식 결과 등을 기초로 이 비서관이 출금 전반을 지휘한 정황이 재구성됐다.

이광철 비서관은 이규원 검사와 함께 서울중앙지검 형사1부(부장 변필건)가 수사 중인 ‘김학의 성접대 기획사정 의혹’ 사건의 핵심 수사 대상이기도 하다. 중앙지검은 이 검사가 2018년 말~2019년 초 건설업자 윤중천씨를 면담한 뒤 그 내용을 조작한 보고서를 작성해 친여 언론에 흘린 혐의를 확인한 것으로 전해졌다. 검찰은 이 비서관이 이 과정에도 개입한 것으로 보고 소환 조사를 준비 중인 것으로 전해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