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명수 대법원장/조선일보DB

김명수 대법원장이 1·2대 회장을 지낸 국제인권법연구회 소속 판사들이 법원 요직을 대거 차지하고 있다는 본지 보도(27일 자 A1·4면)에 대해 일선 판사를 포함한 법조인들은 27일 “인권법의 법원 장악이 이 정도일 줄은 몰랐다”고 경악했다. 법원 안팎에선 “인권법 해체” 필요성도 제기됐다.

본지가 인권법 회원(460여명) 명단을 입수·분석한 결과, 전체 판사 3214명 가운데 인권법 판사 비율이 14%인 데 비해 전국 지원장 41명 중 10명(24%), 대법원 재판연구관 97명 중 33명(34%), 대법원 법원행정처 판사 12명 중 5명(42%)이 인권법 소속으로 나타났다.

일선 법원의 판사들은 “배신감이 든다”고 했다. 한 30대 평판사는 “대법원장이 이렇게 노골적으로 자기 사람을 미는 ‘코드 인사’를 한 줄은 몰랐다”며 “실력과 노력으로 평가받고 있다는 믿음이 완전히 무너졌다”고 했다. 한 고법 부장판사는 “이 정도로 사법부가 이념 편향적인 판사 모임에 장악돼 있다면 어느 국민이 법원의 판결을 신뢰하겠는가”라고 했다.

인권법이 사실상 김 대법원장의 ‘사조직’이나 다름없고 이번 기회에 인권법을 해체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나오기 시작했다. 한 고법 부장판사는 “인권법 출신들이 집행부를 장악한 전국법관대표회의가 김 대법원장의 ‘탄핵 거짓말’ 사태 때 줄곧 침묵한 것을 보라”며 “인권법이 대법원장의 ‘사조직’이자 ‘친위대’로 변질된 상황을 단적으로 보여준다”고 했다.

전직 헌법재판관은 “독립성이 중요한 사법부에 이런 ‘사조직’이 있다는 것은 절망적”이라며 “군내 사조직인 ‘하나회’가 없어졌듯 인권법 연구회도 해체해야 맞는다”고 했다. 실제 인권법 연구회의 전신(前身)으로 평가받은 우리법연구회가 노무현 정부 출범과 함께 소속 법관들이 법원 내 주류로 부상하면서 유사한 비판에 직면, 자진 해체한 전례도 있다. 2009년 한 보수 단체가 우리법연구회 회원 명단을 공개한 직후 ‘사법부의 하나회’라는 비판이 제기되자 주요 멤버가 탈퇴했고, 조직이 사실상 해체되는 수순을 밟았다.

그러나 이 같은 비판에 대해 ‘김명수 대법원’은 이날 침묵했다. 대법원 관계자는 “대법원에선 인권법 회원 명단을 갖고 있지 않다”고만 했다. 한 법조인은 “‘탄핵 거짓말' 사태 때처럼 김 대법원장은 이번에도 시간 끌기로 모든 비판을 뭉개고 넘어가려는 것 같다”고 했다.

변호사 업계는 이날 인권법 판사 명단을 수소문하느라 분주했다. 한 변호사는 “최근 인권법 출신 재판장들이 법리보다는 특정 이념에 치우친 판결을 한다는 인식이 퍼져 있다 보니, 의뢰인들이 인권법 소속 여부로 재판장 성향을 판단하려 한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