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공수처)가 ‘1호 사건’으로 조희연 서울시교육감의 전교조 해직 교사 특별 채용 의혹에 대한 수사에 착수했다. 공수처는 10일 “최근 조 교육감 사건에 ’2021년 공제 1호' 사건 번호를 부여했다”고 밝혔다. 지난 1월 출범한 공수처가 사건 번호를 부여하고 자체 수사를 개시한 것은 처음이다. 공수처는 서울교육청에 수사 개시 사실도 통보한 것으로 알려졌다.
조 교육감은 2018년 11월 중등교사 특별 채용 과정에서 부교육감과 국장, 과장 등이 반대하자 이들을 배제하는 등 직권을 남용해 전교조 출신 등 해직 교사 5명을 특혜 채용한 혐의를 받고 있다. 당시 채용된 5명 중 4명은 2008년 서울시교육감 선거 때 친(親)전교조 후보에게 선거 자금을 주고 조직적 선거운동을 한 혐의로 대법원에서 벌금형을 확정받아 퇴직했고, 나머지 1명은 2002년 대선 때 특정 후보에게 부정적인 인터넷 댓글을 단 혐의로 징역형의 집행유예를 선고받은 뒤 퇴직했다. 이 사건은 감사원이 적발해 경찰에 고발했고, 이달 초 경찰이 공수처에 넘겼다. 이에 대해 조 교육감은 “특별 채용의 제도적 특성과 혐의 없음을 적극 소명하겠다”며 “공수처가 균형 있는 판단을 할 것으로 생각한다”고 했다.
공수처가 첫 수사 대상으로 검찰을 피해 여권 인사인 조 교육감을 결정하자 법조계에선 “정치적 중립과 공정성, 수사 역량 등에 대한 논란과 우려를 감안해 조 교육감 사건을 1호 사건으로 정한 것 같다”는 말이 나왔다.
공수처는 지난 3월 ‘김학의 전 법무차관에 대한 불법 출국 금지' 사건의 핵심 피의자인 이성윤 서울중앙지검장을 김 처장의 관용차에 태워 공수처에 데려온 뒤 면담 조사를 벌인 사실이 드러나면서 ‘황제 조사’ 논란에 휩싸였다. 이어 김 처장의 5급 비서관 특혜 채용 의혹과 검사와 수사관 정원 미달 채용 등 각종 논란이 잇따라 불거졌다. 법조계에선 “공수처의 존립 기반 자체가 흔들리는 상황”이라는 말도 나왔다.
특히 공수처는 ‘청와대의 김학의 전 차관 기획사정 의혹'과 관련해 공무상 비밀누설 혐의 등을 받는 이규원 검사 사건을 두 달째 처리하지 않아 사건을 뭉개려는 것 아니냐는 의혹을 받아왔다. 이 검사가 2018~2019년 대검 과거사진상조사단에 있을 때 김 전 차관의 성접대 관련 허위 보고서를 작성해 특정 언론에 흘려 기사화되도록 한 혐의를 받는 이 사건은 지난 3월 17일 검찰이 공수처에 넘겼다. 김 처장은 이 사건을 직접 수사하겠다는 뜻을 내비치면서도 사실상 수사 개시는 미뤄왔다. 공수처 측은 “이 검사 사건을 직접 수사할지는 아직 검토 중”이라고 했다.
법조계 한 관계자는 “조 교육감 수사가 본격화되면 현재 공수처 인력이나 수사 역량으로 볼 때 이 검사 사건은 진짜 뭉개질 가능성도 있다”며 “현실적으로 검찰에 이첩해 수사하는 게 타당할 것”이라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