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성윤 서울중앙지검장이 대검 반부패·강력부장으로 재직하던 2019년 6월 안양지청의 ‘김학의 불법출금 수사’를 못하게 한 혐의(직권남용)로 12일 수원지검에 의해 기소됐다. 흔히 ‘검찰의 2인자’로 불리는 서울중앙지검장이 현직인 상태에서 피고인이 된 것은 전례가 전무하다. 검찰 고위 간부가 수사나 감찰 대상이 되면 지휘 권한을 행사할 수 없는 자리로 빼버리는 관례도 현 정부에서는 무시됐다.
여권에서조차 “이 지검장이 스스로 거취를 결단해야 한다”(민주당 백혜련 의원)는 목소리가 나왔지만 이 지검장은 “재판에서 명예 회복 하겠다”며 사실상 ‘버티기’에 들어갔다. 일선 검사들은 “예상은 했지만 참담하다”고 했다.
이 지검장은 이날 ‘개인 사정’을 이유로 연가를 내고 출근하지 않았다. 수원지검 수사팀이 이 지검장을 서울중앙지법에 기소하려면 관할권 때문에 중앙지검 검사 직무대행으로 발령을 받아야 하는데 이 과정을 지켜보지 않으려 했다는 말이 나왔다.
이 지검장은 입장문을 통해 “그간 국민 여러분께 심려를 끼쳐 드린 점은 송구스럽다”면서도 “불법행위를 한 사실이 결코 없다. 재판에 성실히 임해 진실을 밝히고, 대검 반부패·강력부의 명예 회복이 반드시 이루어지도록 하겠다”고 했다.
그러나 이 지검장의 공소장에는 그가 2019년 ‘대검 과거사진상조사단 소속 이규원 검사를 허위 출금신청서 작성 혐의로 수사하겠다’는 안양지청을 가로막은 혐의뿐 아니라, 당시 안양지청이 법무부 출입국 직원을 조사하자 ‘강압 수사를 했다는데 경위를 보고하라’고 지시하는 등의 압력을 가했다는 내용도 담은 것으로 전해졌다.
이날 법조계에선 이 지검장이 대검 형사부장으로 있던 2018년 직권남용죄와 관련한 해설서를 만들어 배포했던 일이 오르내리기도 했다. 해설서에는 자세한 관련 법리와 함께, 유죄 사례 22건이 나온다. 한 법조인은 “사례의 상당수가 이 지검장 사건과 비슷하다. 참으로 아이러니하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