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광철 청와대 민정비서관의 ‘김학의 성접대 사건 기획사정 의혹’에 대한 서울중앙지검 수사가 본격화되고 있다. 이는 수원지검이 수사 중인 이 비서관의 ’2019년 3월 김학의 불법 출금 개입' 혐의와는 별개다. ‘기획 사정' 의혹은 이 비서관이 2018년 말~2019년 초 버닝썬 사건을 덮기 위해 ‘김학의 성접대 의혹’을 왜곡·과장해 특정 언론에 흘리고 그 결과 전·현직 검찰 간부들에게 명예훼손 피해를 입혔다는 내용이다.
이 사건을 수사해 온 서울중앙지검 형사1부(부장 변필건)는 이 비서관이 당시 자신과 친분이 있는 대검 과거사진상조사단 소속 이규원 검사와 함께 ‘기획 사정'을 공모했다고 보고 있다.
수사팀은 법무부 검찰과거사위원회 구성부터 이규원 검사의 과거사진상조사단 파견, 건설업자 윤중천씨 면담 보고서 왜곡·과장과 언론 유출 등이 두 사람의 기획하에 이뤄졌다는 각종 정황과 진술을 확보한 것으로 전해졌다. 당시 일부 언론이 보도했던 ‘윤중천씨의 윤석열 전 검찰총장 별장 접대’ ‘윤씨와 윤갑근 전 고검장 유착' 기사는 나중에 오보로 드러났는데 그 과정에 두 사람이 개입했다는 의혹이 제기된 바 있다. 윤 전 고검장은 유착설을 보도한 언론사를 상대로 3억원대 손해배상 소송을 제기해 지난 2월 1심에서 7000만원 배상 판결을 받았다.
수사팀은 이 중 공수처가 수사권을 가진 이규원 검사의 공무상 비밀누설(언론사 유출) 혐의를 지난 3월 17일 공수처로 이첩했었다. 그런데 두 달 넘게 공수처 수사가 시작되지 않자 수사팀은 남겨 뒀던 이규원 검사와 이광철 비서관의 명예훼손 혐의 등에 대해 이번 주부터 수사를 본격화한 것으로 전해졌다. 한 법조인은 “김학의 불법 출금 수사 무마 혐의(직권남용)로 기소된 이성윤 서울중앙지검장이 지난 13일 관련 사건을 회피해 수사에 장애물이 사라진 셈”이라며 “수사 속도가 상당히 빠를 것”이라고 했다.
수사팀은 이르면 금주 중에 이 검사를 조사한 뒤 이 비서관에게 소환 통보를 할 가능성이 큰 것으로 알려졌다. 수사팀은 법무부 과거사위가 회의를 하고 난 뒤 매번 그 내용이 청와대 모 행정관에게 전달됐으며, 복수의 과거사위원들로부터 자신들의 의견과는 반대로 결과 보고서가 작성됐다는 진술도 확보했다고 한다.
또한 이광철 비서관은 2019년 6월 외국 연수를 앞둔 이규원 검사의 부탁으로 조국 당시 민정수석을 통해 안양지청이 이 검사를 ‘허위 출금 서류' 작성 혐의로 수사하려는 것을 막았다는 정황도 수원지검에 포착돼 있다. 이 검사는 허위공문서 작성 혐의 등으로 불구속기소된 상태다. 검찰 내에선 “청와대 인사가 ‘김학의 전 차관 의혹’ 처리를 놓고 벌어진 모든 불법 행위에 연루된 셈”이란 말이 나왔다.
한편, 이와 별개로 중앙지검 형사1부는 최근 이 비서관이 청와대 재직 중 변호사 활동을 했다는 의혹과 관련된 수사에도 착수했다. 수사팀은 최근 해당 의혹을 제기하고 검찰에 고발한 국민의힘 곽상도 의원을 상대로 고발인 조사를 마쳤다.
이 비서관은 2013년 2월부터 2019년 10월 21일까지 국가보안법으로 기소된 전교조 소속 교사 박모씨 등 4명의 변호인으로 활동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 비서관이 2017년 5월 민정비서관실 선임행정관으로 청와대에 들어간 뒤에도 2년 5개월여간 변호사를 겸직했다는 것이다. 국가공무원법은 공무원이 공무 외 영리 업무와 겸직을 금지하고, 변호사법은 보수를 받는 공무원을 겸할 수 없다고 규정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