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범계 법무부 장관이 지난 21일 오전 경기 과천시 정부과천청사 법무부로 출근하며 취재진 질문에 답하는 모습./뉴시스

법무부가 검찰 ‘강력부’를 폐지하고 수사협력 부서 신설을 핵심으로 하는 직제개편안을 추진 중인 것으로 22일 알려졌다. 추미애 전 장관이 폐지한 증권범죄합동수사단과 비슷한 역할을 할 수 있는 ‘금융증권범죄수사협력단’을 신설하는 계획도 포함된 것으로 전해졌다.

22일 법조계에 따르면 법무부는 최근 대검에 공문을 보내 검찰 직제개편안에 대한 의견을 달라고 요청했고, 대검은 지난 21일 일선 검찰청에 공문을 보내 의견을 취합 중인 것으로 전해졌다.

◇검찰 직접수사 줄이고, 경찰 협력부서 신설

법무부의 직제개편안에는 각 지방검찰청의 강력부를 반부패·강력부로 통폐합하고, 수사권 조정안 시행에 따른 경찰과의 수사협력을 위한 수사협력부서를 신설하는 내용이 포함됐다. 서울중앙지검의 경우 기존 강력범죄형사부가 반부패수사협력부로, 반부패1·2부가 반부패·강력수사 1·2부로 바뀌는 식이다. 검찰 외사부와 공공수사부(옛 공안부)를 통폐합하는 계획도 포함된 것으로 전해졌다.

법무부의 직제개편은 검찰 직접수사부서를 줄이겠다는 박범계 법무부 장관의 의중이 강하게 반영된 것으로 해석됐다. 법무부는 지난 3월 8일 ‘2021년 업무계획’을 통해 검찰의 수사·기소 분리안을 검토하겠다고 밝히며 수사협력부서 신설과 형사부 검사실을 공판준비형으로 개편하겠다고 예고한 바 있다. 박 장관이 같은 날 이 내용을 문재인 대통령에게 보고하기도 했다.

◇추미애가 없앤 ‘증권범죄합수단’ 비슷한 조직 재창설

서울남부지검에는 금융·증권 범죄 수사에 특화된 ‘금융증권범죄수사협력단(가칭)’을 신설할 계획으로 알려졌다. 지난해 초 폐지된 증권범죄합동수사단과 비슷한 역할을 담당할 것이라고 한다. 다만, 기존 검찰의 금융범죄조사부가 직접수사 기능을 유지하고, 협력단은 검사를 중심으로 합동수사단 형태를 갖추지만 검사가 직접 조사는 하지 않는 새로운 구조인 것으로 전해졌다.

2013년 설립된 증권범죄합동수사단은 50여명 규모의 금융위·금감원·국세청 등 전문인력들이 수시로 파견을 나와 검사들과 같은 사무실에서 일하며 ‘여의도 저승사자’로 불렸으나, 추미애 전 장관 취임 후인 지난해 1월 폐지됐다. 추 전 장관은 합수단을 가리켜 “증권범죄에 대한 포청천으로 알려졌지만, 부패범죄의 온상이었다”고 비판하기도 했다.

추미애 전 장관

추 전 장관은 최근 ‘박범계 장관이 합수단을 부활시키려 한다’는 언론 보도가 나오자 본인 페이스북을 통해 “그나마 한 걸음 옮겨 놓은 개혁마저 뒷걸음질쳐 잘못된 시그널을 줄 수 있음을 신중히 봐야 한다”고 비판하기도 했다.

한 검찰 관계자는 “검찰개혁을 강조하는 전·현직 장관이 서로 엇박자를 보이는 것 아니냐”며 “노하우가 쌓인 합수단을 폐지하고 서울남부지검에 그대로 신설 조직을 꾸리는 게 말이 되느냐”고 했다.

◇검찰 직접수사 더 축소, 인사 앞두고 반발 예상

오는 26일 김오수 검찰총장 후보자의 인사청문회 이후 대규모 검찰 인사를 있을 것으로 예상되는 가운데, 법무부의 이번 직제개편안이 그대로 반영되면 검찰 직접수사 부서는 더욱 줄어들게 된다. 앞서 직제개편 때와 마찬가지로 검찰 반발을 피할 수 없다는 관측이 나온다.

지난해 추미애 전 장관 재임 당시 직제개편으로 전국의 직접수사부서 및 전담수서부서 14곳이 형사부로 전환되는 등 직접수사 기능이 크게 축소된 바 있다. 당시 법무부는 “검찰은 직접수사 총량을 줄이는 대신 인권보호기관과 공소관으로서 본연의 역할에 집중해야 한다”고 밝혔다. 당시 대검은 “국가적 범죄 대응 역량 약화가 우려된다” “신중한 검토가 필요하고, 사전 협의 및 의견 수렴이 부족했다”고 반대 입장을 전달했으나, 법무부는 입법예고 절차도 생략하고 강행했다.

한 검사 출신 변호사는 “‘수사권 조정' ‘형사사법체계 변화’라는 명분을 시도때도없이 가져다 쓰면 검찰 조직을 이랬다저랬다 하는 모양”이라며 “지난해 직제개편이 허술했다는 것을 인정하거나 검찰 직제개편에 다른 이유가 있다는 것을 인정해야 하는 것 아니냐”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