택시기사 폭행 혐의로 수사를 받아 온 이용구 법무차관이 28일 사의를 표명했다고 법무부가 밝혔다. 작년 12월 윤석열 전 검찰총장 징계 국면에서 공석(空席)이던 징계위원장 자리를 채우기 위해 차관으로 임명된 지 5개월 만이다. 택시기사 폭행 논란으로 검찰 기소를 앞둔 점도 부담이 됐을 것이라는 법조계 관측이 나온다.
법무부는 이날 “이용구 법무차관은 금일 사의를 표명하였고 강호성 범죄예방정책국장, 이영희 교정본부장은 조직 쇄신과 인사 적체 해소를 위하여 명예 퇴직을 신청했다”고 밝혔다. 박범계 법무장관은 6월초 검찰 고위 간부 인사를 앞두고 27일 “인사 적체 문제가 있다”며 대대적인 물갈이를 시사했는데, 법무부 간부들이 대거 사의를 표명하거나 명예 퇴직을 신청하면서 전체 인사 규모가 커질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온다. ‘김학의 불법 출국금지’ 사건 관련으로 이미 기소돼 재판을 받고 있는 차규근 법무부 출입국·외국인본부장도 사의를 표명할 수 있다는 말도 나온다.
진보 성향 판사 모임인 우리법연구회 판사 출신으로 문재인 정부 첫해부터 법무부 법무실장을 맡았던 이 차관은 작년 4월 공직을 마쳤으나, 검찰 출신인 고기영 전 법무차관이 윤석열 전 검찰총장 징계를 앞두고 작년 12월 전격 사퇴하고 차관 당연직이던 법무부 징계위원장 자리가 공석이 되면서 청와대의 ‘긴급 소방수’로 투입됐다.
당시 청와대는 공석이던 윤 전 총장 징계위원장 자리를 급하게 채우다가 이 차관이 서울 도곡동과 서초동에 아파트 2채를 가지고 있다는 기본적인 인사 검증조차 하지 않았다는 비판을 받았다. 문재인 정부는 고위 공직자 결격 사유 중 하나로 다주택자를 자체 기준으로 삼아왔다. 차관 임명 직후 이 차관은 강남구 도곡동 아파트를 매입 4년만에 8억여원의 시세 차익을 보고 팔았다.
하지만 이 차관은 차관 임명 한달 전인 작년 11월 변호사 신분으로 음주 상태에서 택시 기사를 폭행했다는 논란이 불거져 경찰과 검찰 수사를 받아왔다. 택시기사 폭행 건으로 기소를 앞둔 이 차관이 정권에 부담을 더 이상 주지 않기 위해 6월 대대적인 검찰 간부 인사를 앞두고 사의를 표명했다는 해석이다.
이날 연가를 내고 출근하지 않은 이 차관은 “법무, 검찰 모두 새로운 혁신과 도약이 절실한 때이고, 이를 위해 새로운 일꾼이 필요하다고 생각했다”고 사퇴의 변을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