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중에 택시기사를 폭행한 혐의로 곧 기소될 것으로 알려진 이용구 법무차관이 일요일인 30일 서울경찰청 반부패·공공범죄수사대에 출석해 조사받았다. 사건 발생 6개월만에 경찰이 조사한 혐의는 서울중앙지검이 수사 중인 ‘택시기사 폭행’이 아니라 이 차관이 택시기사를 상대로 ‘블랙박스 영상을 지워달라’며 증거 인멸을 교사했다는 것이었다. 경찰 관계자는 “이 차관 측에서 ‘토요일은 대기하는 기자가 많을 것 같으니 일요일에 오게 해달라’고 요청한 것으로 안다”고 했다. 그럼에도 출입 통로가 한 군데밖에 없어 대기하던 기자들이 이 차관을 태운 차량이 들어간 것을 알 수 있었다고 한다.
앞서 이 차관은 지난 22일 서울중앙지검에 출두해 조사를 받았는데 그날은 토요일이었다. 당시 중앙지검은 이 차관이 조사를 받고 나간 뒤인 이날 오후 8시 35분쯤 그 사실을 기자단에게 알렸다. 그날 이 차관이 드나드는 모습을 잡은 언론사 카메라는 없었다.
현 정부 들어 피의자 소환은 ‘비공개’가 원칙이다. 조국 법무장관 시절인 2019년 12월 법무부가 ‘인권 보호를 위한 수사공보준칙’을 만들어 공개 소환과 검찰청 포토라인을 폐지했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언론에 출입 장면이 포착되는 경우가 가끔 있었는데 주말이나 휴일은 그럴 확률이 크게 낮아진다.
이런 주말·휴일 소환은 유독 문재인 정부 인사들에 대해 많이 이뤄졌다. ‘김학의 불법 출금 사건’의 경우, 이성윤 서울중앙지검장은 지난달 17일, 이광철 청와대 민정비서관 같은 달 24일 수원지검에 출석했는데 모두 토요일이었다. ‘청와대의 울산 선거 개입 사건’으로 최근 기소된 이진석 청와대 국정상황실장도 토요일인 지난 1월 23일 검찰 조사를 받았다. 이들의 검찰청사 출입 모습도 언론사 카메라에 찍히지 않았다.
반면, 모 대기업 임원은 ‘평일’에 소환됐다가 조사받는 도중에 그 사실이 외부로 알려져 이튿날 새벽에 조사를 받고 검찰청사를 나가는 모습이 카메라에 잡히는 일이 있었다.
한 법조인은 “피의자들로선 언론 노출을 피하기 위해 토요일이나 휴일 출두를 선호하기 마련”이라며 “정권 인사들에게만 그런 배려가 집중된다면 검찰이 불공평하다는 지적을 받을 수 있다”고 했다. 이에 대해 검찰 관계자는 “이번 정부 들어 친정권 인사를 수사하기가 더 어려워졌다”며 “소환 일정을 놓고 밀고 당기기를 하다가 대개는 수사팀이 그들의 요구를 들어주는 걸로 안다”고 했다. 검찰의 한 중간 간부는 “현 정권 인사들은 수사를 받게 되면 대개 ‘내가 뭘 잘못했느냐’는 식의 태도틀 보인다. 그러면서도 언론 노출은 극도로 신경을 쓴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