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재인 대통령이 김오수 검찰총장 후보자의 임명안을 재가한 31일 오인서(사법연수원 23기) 수원고검장이 법무부에 사표를 제출한 것으로 확인됐다. 오 고검장 사의는 대검이 ‘김학의 불법 출금 사건’의 핵심 피의자인 이광철 청와대 민정비서관 기소를 승인하지 않고 김오수 차기 검찰총장에게 미루는 데 대한 항의 성격이 강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 사건을 수사 중인 수원지검이 지난 13일 이 비서관을 기소하겠다고 보고했지만 대검은 2주 넘게 결정을 미루고 있다.

한 법조인은 “친여 성향인 김오수 총장이 취임하고 6월 초 대규모 인사로 검찰 지휘부와 수원지검 수사팀이 교체되면 이 비서관 기소를 장담하기 어려운 상황”이라며 “오 고검장으로선 좌천당한 뒤 사표를 제출하는 것보다 지금이 적기라고 판단했을 것”이라고 했다. 오 고검장은 ‘김학의 불법 출금 수사 무마’ 의혹에 연루돼 직무를 회피한 문홍성 수원지검장을 대신해 지난 3월부터 이 사건 수사를 사실상 총괄해 왔다. 오 고검장은 이날 언론에 “소신을 지키며 책임감 있게 일해온 대다수 동료, 후배들에게 경의를 표하며 물러나고자 한다”고 했다.

이날 배성범(23기) 법무연수원장도 사의를 표명해 검찰 인사를 앞두고 조상철 서울고검장, 오 수원고검장 등 고검장급에선 3명의 사퇴자가 나왔다. 고흥(24기) 인천지검장도 사의를 표명했다고 한다.

한편, 박범계 법무부 장관은 이날 충북 진천 법무연수원, 청주소년원 등을 방문하면서 청주지검을 찾지 않아 검찰 안팎에선 “전국 형사부를 겨냥한 ‘박범계식 검수완박(검찰 수사권 완전 박탈)’과 ‘학살 인사 예고’에 대한 검찰 내부 반발을 의식한 것”이란 관측이 나왔다. 박 장관은 당초 청주지검도 방문할 예정이었지만 지난 28일 정희도 청주지검 형사1부장이 검찰 내부망에 박 장관을 비판하는 글을 올리는 등 검찰 내부 여론이 안 좋자 일정을 급히 바꿨다는 것이다.

곧 있을 검사장급 이상 인사에서는 ‘서울중앙지검장에 심재철 서울남부지검장이 유력하다’는 말이 나오면서 검찰 내부는 술렁였다. 심 지검장은 윤석열 전 총장 징계를 관철하기 위해 ‘1인 5역’을 했고, ‘유재수 감찰 무마 사건’과 관련해 조국 전 장관 기소를 반대하면서 후배 검사로부터 ‘당신이 검사냐’는 말을 들었다. 현재 서울중앙지검 형사3부는 ‘정운호·최유정 법조 비리’에 심 검사장이 연루됐다는 고발 사건을 수사 중이기 때문에 이해 충돌 문제를 피해갈 수 없다는 지적도 있었다. 검찰 일각에선 “심 지검장이 중앙지검장으로 가고 이성윤 현 중앙지검장이 서울고검장 등으로 승진한다면, 실패한 ‘채널A 수사’ 때처럼 윤 전 총장 처가 사건을 재차 밀어붙일 것”이란 얘기가 나오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