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일 박범계 법무부 장관과 김오수 신임 검찰총장이 경기 정부과천청사 법무부에서 상견례를 하는 모습./법무부

박범계 법무부 장관과 김오수 검찰총장은 3일 오후 4시 검찰 고위간부 인사 협의를 진행할 예정이다. 검찰 내부에서는 박 장관이 앞서 언급한 대로 ‘인사 적체’를 이유로 고검장을 지검장급인 고검 차장 등으로 ‘강등’시키는 인사를 강행하는지에 관심이 쏠렸다. 그러나 본지 취재를 종합하면, 고검장을 검사장 보직에 발령내는 경우 ‘부당한 인사조치’에 해당해 향후 행정소송 등이 제기될 경우 법무부가 패소할 가능성이 큰 것으로 알려졌다. 검찰 인사를 총괄하는 법무부 검찰국도 뒤늦게 이 문제를 검토한 것으로 전해졌다.

법무부는 지난달 27일 검찰인사위원회를 열고 “고호봉 기수의 인사 적체 등과 관련하여 대검찰청 검사급 검사 인사 때 ‘대검 검사급 이상 검사의 보직 범위에 관한 규정’ 내에서 탄력적 인사를 하는 방안 등 다양한 논의가 있었다”며 향후 인사에서 고검장을 지검장이나 고검 차장검사로 강등하거나 그 반대의 경우가 가능할 수 있다는 취지로 설명했다. 그러나 이후 검찰 안팎에서는 “고검장을 지검장에 보임하는 것은 징계 절차를 거치지 않은 불이익한 강등인사에 해당해 위법 소지가 크다”는 분석이 나온 것으로 전해졌다.

◇“강등인사는 절차 생략한 사실상 중징계”

‘대검찰청 검사급 이상 검사의 보직범위에 관한 규정(대통령령)’에 따르면 고검장과 지검장, 고검 차장검사 모두 ‘대검 검사급 이상 검사’에 포함된다. 그러면서 해당 규정 2조(보직범위)는 고검장, 대검 차장검사, 법무연수원장 등과 일선 지검장, 고검 차장검사 등을 세부적으로 나눴다.

고검장과 검사장 모두 대검 검사급 ‘이상’에 포함되지만 보직으로 구분되는 것이다. 또, ‘국가공무원 명예퇴직수당 등 지급 규정(대통령령)’ 등 유관 규정에 따르면 고검장은 차관에 준하는 대우, 검사장(지검장)은 고위공무원 가급에 준하는 대우를 받는다. 과거에는 고검장과 검사장 모두 차관에 준하는 대우를 받았으나 현 정부 출범 이후 검사장 특혜가 제기돼 고위공무원 가급으로 조정됐다고 한다.

예를 들어, 고검장은 관용차가 제공되지만 명예퇴직금이 없고, 검사장은 관용차 제공이 폐지된 대신 명예퇴직금 수령이 가능한 것과 같은 ‘처우’ 차이가 있다. 따라서 기존에는 승진 인사가 아닌 경우 고검장은 고검장급 보직으로, 검사장은 검사장급 조직으로 수평 이동했다.

법무부가 애초 검토한 것으로 알려진 것처럼 고검장을 고검 차장검사 또는 지검장(검사장급)에 임명하는 경우, 징계 절차에 따른 강등이 아닌 단순 인사로 현재보다 ‘불리한 처우’를 받는 보직에 임명되는 것이다. 검찰국에 근무했던 한 검찰 관계자는 “이 경우 적법한 징계 절차에 따른 강등이 아니라 위법 소지가 크다”고 했다. 강등은 직급을 낮추는 징계로 이에 따라 직급과 임금 등에 불이익에 발생하는 ‘중징계’의 일종인데 단순 전보 인사로 직급을 낮추는 것은 위법하다는 것이다.

◇비슷한 사건에선 법원 “인사 무효, 위자료 지급하라”

중앙노동위원회와 법원 판례도 이런 경우 위법한 인사라고 판단하고 있다. 사내 규정을 개정해 간부급 직원을 팀원급으로 전보 조치했다가 전보명령 무효 확인 및 임금 청구 소송이 제기된 A사 사건에서, 지난해 대법원은 “개정 기준안에 따라 기존 간부급 사원들이 실질적 징계의 일종인 강등과 유사한 불이익을 받게 됐다”며 전보명령을 무효로 하고 위자료를 지급하라고 판결했다.

중앙노동위원회도 비슷한 사건에서 강등 사유가 불명확한 상황에서 직급을 낮추는 것은 부당강등에 해당한다고 봤다. 팀장을 사원으로 인사 명령을 낸 한 사건에서 중앙노동위는 “근로자가 팀장에서 사원으로 변경됨으로써 직급의 변경뿐만 아니라 직책수당이 삭감되는 생활상의 불이익이 존재하고, 당사자 간 신의칙상 요구되는 협의절차도 준수하지 않았다”며 “정당한 인사명령으로 볼 수 없다”고 했다.

서울행정법원도 지난 2019년 문제 행동을 한 직원에게 정식 징계를 내리는 대신 직위를 강등해 전보한 사건에서 “사실상 징계처분을 하면서 절차를 회피하고자 인사 명령 형태로 내린 것은 취업 규칙과 배치된다”며 “제대로 된 절차를 밟아 징계하지 않고 인사발령 형태로 불이익을 준 것은 권리를 남용한 것으로 위법하다”고 판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