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옵티머스 펀드 사기 사건’ 1심 재판이 끝나가고 있지만, 70억원대 횡령·조세포탈 등 혐의로 금감원에 고발됐다가 미국 도피 중인 이혁진 전 옵티머스 대표의 국내 송환은 여전히 이뤄지지 않고 있다. 법무부는 작년 9월 미국 당국을 상대로 이 전 대표에 대한 범죄인 인도 청구 절차에 돌입했다고 밝혔지만, 이 전 대표는 최근 자신이 운영하는 미국의 한 김치 판매 업체 사이트에 ‘7월 입고 김장독 김치 예약 주문’ 등의 글을 올리며 여전히 사업을 지속하고 있는 것으로 9일 전해졌다. 법조계에선 “법무부에 송환 의지가 있는지 의문”이란 지적이 나왔다.
이 전 대표는 옵티머스 펀드 사기의 시발점인 ‘옵티머스 1호’ 펀드를 설립하는 데 관여했다는 의혹을 받고 있다. 검찰은 최근 옵티머스 사건 결심공판에서 김재현 옵티머스 대표에게 무기징역에 벌금 4조578억원을 구형했지만, 이 전 대표는 아직 검찰 조사를 한 차례도 받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이 전 대표가 연루됐다는 ‘옵티머스 1호’는 옵티머스가 2017년 6월 5일 한국전파진흥원으로부터 약 100억원을 투자받아 설립한 펀드였다. 옵티머스는 이 돈을 한국토지주택공사(LH) 매출 채권에 투자한다고 했지만 실제로는 성지건설을 무자본 M&A(인수·합병)하는 데 사용했다. 김재현 현 옵티머스 대표 등은 재판 과정에서 “옵티머스 최초 펀드는 이혁진씨가 만들라고 한 것으로, 펀드 판매 최종 결정권자는 이씨였다”고 주장했다.
김 대표 등이 이 전 대표에게 책임을 떠넘기려고 하는 주장일 가능성도 크지만, 이 전 대표의 해외 도피로 실체가 제대로 규명되지 않은 상황인 셈이다. 실제 2018년 이 전 대표는 해외로 출국하기 직전까지 김 대표 측과 경영권을 놓고 다툼을 벌인 것으로 알려져 있다.
2012년 대선 당시 문재인 캠프 금융정책특보를 지낸 이 전 대표는 2018년 3월 횡령·조세 포탈 등으로 검찰 수사 대상인 와중에 문재인 대통령의 베트남·아랍에미리트 순방 일정을 쫓아가 순방단의 정부 인사를 상대로 ‘구명 로비’를 시도했다는 의혹도 받고 있다. 그때 이 전 대표가 베트남에서 만난 인사 중에는 유영민 당시 과기부 장관(현 대통령 비서실장)도 포함돼 있었다고 한다. 과기부는 전파진흥원의 상급 기관이었고 그 이후 전파진흥원은 김재현 대표 측을 서울중앙지검에 고발했다. 이에 대해 유 전 장관은 ‘당시 행사장으로 찾아온 이혁진씨를 단순한 민원인으로 만나 얘기를 들었고 검토를 지시했다'는 취지로 해명한 바 있다.
이 전 대표는 본지에 문자를 보내 “7~8월쯤 한국에 입국해 옵티머스 사태의 진실을 밝힐 것”이라며 “옵티머스 최초 펀드 설립에 관여하지 않았고, 당시 김 대표가 자신이 대표직에 올라 모든 법적 책임을 부담하겠다는 확약서를 제출한 상황이었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