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른바 ‘국정 농단 사건’을 수사했던 박영수 전 특별검사(특검)가 최근 사퇴해 특검 자리가 공석(空席)이 되면서, 특검팀이 기소해 법원에서 재판이 진행 중인 관련 사건 지연이 불가피해졌다. 현행법상 검사가 없는 상태에선 재판이 진행될 수 없기 때문이다. 박 전 특검은 최근 ‘가짜 수산업자’ 김모씨로부터 외제차 렌터카를 제공받았다는 의혹이 제기되자 지난 7일 특검직에서 사퇴하겠다고 했고, 청와대는 다음 날 그의 사표를 수리했다.

2016년 출범한 특검팀이 그간 기소한 사건 중 현재 법원에 남아 있는 사건은 두 건이다. 하나는 김기춘 전 청와대 비서실장과 조윤선 전 문체부 장관이 ‘문화계 블랙리스트’를 작성했다는 혐의를 받는 사건이다. 현재 서울고등법원에서 파기환송심(대법원이 2심 판결을 깨고 다시 돌려보낸 사건)이 진행 중이다. 다른 하나는 문형표 전 보건복지부 장관이 국민연금공단을 통해 삼성물산·제일모직의 합병 과정에 부당하게 개입했다는 혐의를 받는 사건이다. 이 사건은 대법원에서 3심이 진행 중이다.

박 전 특검의 사퇴로 새로운 특검이 임명되기 전까지는 두 사건 재판이 중단될 수밖에 없다고 법조계 인사들은 말한다. 형사소송법은 ‘공판정(재판정)은 판사, 검사, 법원사무관 등이 출석해 개정한다’고 규정하기 때문이다. 특검 없이는 재판을 할 수 없는 것이다.

다만 ‘검사가 출석 통지를 2회 이상 받고도 출석하지 않는 경우’와 ‘판결만을 선고하는 때’에는 검사 출석 없이 재판이 열릴 수 있다고 돼 있다. 하지만 남은 두 사건은 이 예외 조항에도 포함되지 않는다. 한 법원 관계자는 “‘출석 통지 2회' 예외도 검사에게 적법(適法)하게 출석 통지가 이뤄졌다는 것을 전제로 한다”며 “(특별) 검사직 자체가 공석이 된 상황에선 그에 대한 적법한 통지도 어려워 예외를 적용할 수 없을 것”이라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