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1일 오전 댓글조작 공모 혐의로 징역 2년 확정 판결을 받은 김경수 경남도지사가 경남도청 입구에서 취재진의 질문에 답하고 있다.이번 판결로 지사직을 상실한 김경수 경남도지사는 2028년까지 피선거권도 박탈된다./김동환 기자

김경수 경남지사가 대규모 변호인단을 꾸렸음에도 불구하고 21일 항소심 판결을 대법원에서 뒤집지 못한 이유는 허익범 특별검사팀이 ‘댓글조작’의 흔적들을 탄탄하게 찾아냈기 때문이다. 법조계에서는 김명수 대법원장이 이끄는 현 대법원이 이념상 진보 진영에 기울어졌다는 평가가 많았기 때문에 판결이 뒤집힐 수 있다는 관측도 나왔지만 이변은 없었다. 법조계 관계자는 “특검팀이 김 지사가 댓글 조작에 직접 개입했다는 구체적인 증거들을 찾아 제시했기 때문에 대법원에서도 원심을 바꿀 만한 별다른 도리가 없었을 것”이라고 분석했다.

'드루킹 댓글 여론조작' 사건에 연루된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김경수 경남지사에게 징역 2년이 확정된 21일 오전 서울 서초구 대법원에서 허익범 특검이 법정을 나서며 입장을 밝히고 있다./연합뉴스

김 지사에게 적용된 혐의는 두 가지였는데 대법원에서 최종 유죄로 확정된 혐의는 ‘업무방해'다. 2017년 대선을 앞두고 댓글 조작 프로그램인 ‘킹크랩’을 이용해 인터넷 기사 6만8000여 건에 달린 댓글 순위를 현 여권에 유리하게 조작하도록 드루킹(필명) 김동원씨 일당에게 지시했다는 것이다. 핵심 쟁점이었던 김 지사가 2016년 11월 9일 드루킹의 파주 사무실을 방문해 ‘킹크랩’ 시연을 봤는지에 대해서 김 지사는 “사무실에 간 것은 맞지만 킹크랩 시연은 못 봤다”고 했다. 특검팀은 킹크랩을 개발한 우모씨가 김 지사가 사무실을 방문한 2016년 11월 9일 저녁 8시 무렵, 여러 개의 아이디로 기사 댓글에 ‘공감’을 누른 사실을 발견해 증거로 내세웠고 법원은 특검팀의 손을 들어줬다. 김 지사가 여론 조작에 공모했다는 핵심 증거는 소셜미디어의 ‘비밀대화방’이었다. 드루킹은 김 지사에게 정보보고 형식으로 ‘킹크랩 완성도는 98%입니다’라는 메시지를 보낸 점과 김 지사가 그런 유의 보고에 ‘고맙습니다’라고 답한 내용 등이 특검 수사 결과 밝혀졌다. 김 지사는 메신저로 기사 주소(URL)를 드루킹에게 보내고 “홍보해주세요”라고 말한 뒤 “네이버 댓글은 원래 반응이 이런가요”라고 묻는 메시지를 보낸 사실도 드러났다.

다만 대법원은 2018년 6·13 지방선거까지 댓글 조작을 해주는 대가로 드루킹 측근을 일본 센다이 총영사직에 앉혀 주겠다고 김 지사가 제안한 혐의(공직선거법 위반)에 대해서는 원심과 마찬가지로 무죄로 봤다. 대법원은 “공직제안이 지방선거와 연관됐다는 증거가 부족하다”고 했다.

이 수사는 2018년 1월 31일 더불어민주당이 댓글조작 의혹과 관련해 경찰에 고발장을 내면서 시작됐다. 추미애 전 법무장관이 당시 민주당 대표였다. 사건 초기 경찰이 수사 착수 43일 만에 관련자 압수 수색을 실시하는 등 부실 수사가 논란이 됐다. 이 때문에 정치권에서 수사의 정확성과 공정성에 대해 문제제기를 했고 2018년 6월 27일 허익범 특검팀이 수사에 착수하게 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