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경수 경남지사가 대규모 변호인단을 꾸렸음에도 불구하고 21일 항소심 판결을 대법원에서 뒤집지 못한 이유는 허익범 특별검사팀이 ‘댓글조작’의 흔적들을 탄탄하게 찾아냈기 때문이다. 법조계에서는 김명수 대법원장이 이끄는 현 대법원이 이념상 진보 진영에 기울어졌다는 평가가 많았기 때문에 판결이 뒤집힐 수 있다는 관측도 나왔지만 이변은 없었다. 법조계 관계자는 “특검팀이 김 지사가 댓글 조작에 직접 개입했다는 구체적인 증거들을 찾아 제시했기 때문에 대법원에서도 원심을 바꿀 만한 별다른 도리가 없었을 것”이라고 분석했다.
김 지사에게 적용된 혐의는 두 가지였는데 대법원에서 최종 유죄로 확정된 혐의는 ‘업무방해'다. 2017년 대선을 앞두고 댓글 조작 프로그램인 ‘킹크랩’을 이용해 인터넷 기사 6만8000여 건에 달린 댓글 순위를 현 여권에 유리하게 조작하도록 드루킹(필명) 김동원씨 일당에게 지시했다는 것이다. 핵심 쟁점이었던 김 지사가 2016년 11월 9일 드루킹의 파주 사무실을 방문해 ‘킹크랩’ 시연을 봤는지에 대해서 김 지사는 “사무실에 간 것은 맞지만 킹크랩 시연은 못 봤다”고 했다. 특검팀은 킹크랩을 개발한 우모씨가 김 지사가 사무실을 방문한 2016년 11월 9일 저녁 8시 무렵, 여러 개의 아이디로 기사 댓글에 ‘공감’을 누른 사실을 발견해 증거로 내세웠고 법원은 특검팀의 손을 들어줬다. 김 지사가 여론 조작에 공모했다는 핵심 증거는 소셜미디어의 ‘비밀대화방’이었다. 드루킹은 김 지사에게 정보보고 형식으로 ‘킹크랩 완성도는 98%입니다’라는 메시지를 보낸 점과 김 지사가 그런 유의 보고에 ‘고맙습니다’라고 답한 내용 등이 특검 수사 결과 밝혀졌다. 김 지사는 메신저로 기사 주소(URL)를 드루킹에게 보내고 “홍보해주세요”라고 말한 뒤 “네이버 댓글은 원래 반응이 이런가요”라고 묻는 메시지를 보낸 사실도 드러났다.
다만 대법원은 2018년 6·13 지방선거까지 댓글 조작을 해주는 대가로 드루킹 측근을 일본 센다이 총영사직에 앉혀 주겠다고 김 지사가 제안한 혐의(공직선거법 위반)에 대해서는 원심과 마찬가지로 무죄로 봤다. 대법원은 “공직제안이 지방선거와 연관됐다는 증거가 부족하다”고 했다.
이 수사는 2018년 1월 31일 더불어민주당이 댓글조작 의혹과 관련해 경찰에 고발장을 내면서 시작됐다. 추미애 전 법무장관이 당시 민주당 대표였다. 사건 초기 경찰이 수사 착수 43일 만에 관련자 압수 수색을 실시하는 등 부실 수사가 논란이 됐다. 이 때문에 정치권에서 수사의 정확성과 공정성에 대해 문제제기를 했고 2018년 6월 27일 허익범 특검팀이 수사에 착수하게 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