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9년 ‘리얼돌 수입은 합법’이란 대법원 판례가 나온 뒤 최근 하급심에서도 같은 판결이 이어지고 있지만 관세청은 ‘통관 불허’ 방침을 고수하고 있다. 리얼돌은 여성 신체를 정교하게 재현한 성 기구를 말한다. 손해를 보게 된 수입업자들은 반발하지만, 관세청은 “리얼돌은 풍속을 해치는 수입 금지품”이란 종전 입장을 유지하며 소송전을 통해 수입을 막고 있다.
지난 23일 서울행정법원 행정6부(재판장 이주영)는 리얼돌 수입 업체 A사가 김포공항 세관을 상대로 “리얼돌 수입을 허가해달라”며 제기한 소송에서 A사의 손을 들어줬다. 앞서 세관은 A사가 수입하려는 리얼돌이 관세법상 수입 금지품인 ‘풍속을 해치는 물품’에 해당한다는 이유로 통관을 보류했지만, 재판부는 “성 기구는 필연적으로 신체를 사실적으로 묘사할 수밖에 없다. 리얼돌이 사람의 존엄성과 가치를 심각하게 훼손한다고 단정할 수 없다”고 판단했다.
A사는 지난 2018년부터 3년간 리얼돌 수입 허가 소송을 17건 제기해 모두 승소했다. 첫 소송은 1심에서 졌으나 2심에서 뒤집힌 뒤 2019년 대법원에서 확정됐다. 대법원 승소 이후 나머지 16건은 A사가 하급심에서 승소해 2·3심에 계류 중이다.
하지만 A사의 리얼돌 수입 실적은 ‘제로(0)’다. 세관은 “각각의 판결은 해당 물품에만 효력이 있다”며 대법원 확정판결이 난 1건만 통관을 허가했고, 나머지는 대법원 패소가 확정될 때까지 막겠다는 입장이다. 통관이 허가된 1건도 소송 과정에서 주문이 취소돼 들여오지 못했다고 한다. A사 관계자는 “리얼돌 수입 불허로 누적된 피해액만 최소 수억원”이라고 했다.
현재 국내에서 리얼돌을 제조·유통하는 것은 가능하다. 방을 빌려주고 리얼돌을 이용하게 하는 이른바 ‘리얼돌 체험방’에서 쓰는 리얼돌 대다수는 국내산이라고 한다. 수입업자들은 “국내산 리얼돌은 되고, 외국산 리얼돌은 안 된다는 것은 논리 모순”이라고 말한다.
그러나 관세청 관계자는 “최근 ‘리얼돌 수입을 금지해달라’는 청와대 국민 청원에 26만여 명이 동의하는 등 아직도 국민 상당수는 리얼돌이 풍속을 해친다고 보고 있다”며 “리얼돌을 수입하라는 국민적 공감대가 형성되기 전까지는 수입을 보류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개별 리얼돌 제품에 대한 법원의 판단에 따라 통관 절차를 진행할 것”이라고 했다. 국내 제품과 차별한다는 점에 대해서는 “세관 절차를 관장하는 관세청의 소관 밖”이라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