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등학교 교실 자료사진. /연합뉴스

2017년 인천 한 초등학교에서 담임교사를 맡은 여성 A(48)씨는 “허리가 아프다”며 엉덩이 일부가 보이도록 바지를 내린 뒤 제자인 B군에게 파스를 붙여달라고 했다. 그러면서 “내 엉덩이 크다. 여자애들 얼굴이 몇 개 들어간다”고 말했다. 또 다른 제자에게는 “너는 남자인데도 (튀어) 나왔다”며 가슴을 주무르듯 만졌다. A씨는 수업 도중 남학생들에게 강제로 여장하게 하고 사진을 찍기도 했다. 이 일로 C군의 부모로부터 항의성 연락을 받자 학생에게 “너희 엄마가 예의 없이 문자를 보냈다”며 “먹고살기 바쁘면 이렇게 예의가 없는 거냐”고 했다.

법원은 제자들에게 여장을 시키고 사진을 찍은 A씨의 행위를 정서적 학대로, 엉덩이를 보인 행위는 성적 학대로 인정했다. A씨는 1심에서는 징역 1년에 집행유예 2년을, 항소심에서는 이보다 감형된 징역 10개월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받았다.

◇왜 집행유예가 나온 건가요?

재판부도 “당사자인 피해 아동들뿐 아니라 다른 학생들까지 상당한 정서적 피해를 입었을 것으로 보인다”고 했는데도 집행유예가 나온 이유는 뭔가요?

승: 아동학대 양형 기준이 턱없이 낮기 때문입니다. 아동학대를 저질렀을 경우 기본 구간이 징역 2개월~1년입니다. 다수 피해자를 대상으로 하거나 상당한 기간에 걸쳐 반복적으로 범행해서 가중한다 해도 징역 6개월~1년 6개월 수준입니다.

여기에 초범이고, 반성하고 있고, 피해자 일부가 처벌을 원하지 않는다고 한다면 집행유예가 선고되는 거죠. 초등학생들에게 속옷 빨래 숙제를 시키고 사진에 ‘울 공주님 분홍색 속옷’ ‘이쁜 속옷 부끄부끄’ 등의 댓글을 남겨 아동학대 혐의를 받았던 남자 교사에게도 징역 1년에 집행유예 3년이 선고됐습니다.

◇가슴을 만졌다면 아동학대가 아니라 성폭력 아닌가요?

승: 이 사건에서 가장 의아한 점입니다. 만일 남교사가 초등학교 여학생 가슴을 만졌다면, 어떻게 됐을까요. 성폭력처벌법 제7조 제3항은 13세 미만의 미성년자에 대한 강제추행죄를 규정하고 있습니다. 형량은 5년 이상의 유기징역이고요.

만약 A교사가 정말 학생의 가슴을 만졌고, 강제추행 혐의까지 적용됐다면 아동학대 혐의와 가중해 징역 5~45년 사이에서 형이 결정됐을 겁니다.

◇학부모가 항의했다고 학생이 혼난다면 아이들이 진실을 말하기 힘들지 않을까요?

승: 학교폭력 사건의 첫 번째 원칙은 가해자와 피해자 분리 조치입니다. 아동학대 사건에서도 같은 원칙이 적용되어야 한다고 봅니다. 만약 학부모의 항의가 있었을 때 담임교사의 직위해제가 바로 이루어졌다면 학생들이 ‘쓰레기’ ‘엄마가 예의가 없다’ 등과 같은 폭언을 듣는, 심각한 2차 피해를 막을 수 있었을 겁니다. 학교장의 과감한 결단이 필요한 대목입니다.


승재현 한국형사정책연구원 연구위원. /조선DB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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