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9년 대검 반부패·강력부장으로 안양지청의 ‘김학의 불법출금’ 수사를 막은 혐의로 기소된 이성윤 서울고검장의 첫 재판에서 검찰이 수사 중단 당시의 구체적인 정황을 공개했다.
23일 서울중앙지법 형사 27부 심리로 열린 이 사건 첫 공판준비기일에서 검찰은 이성윤 서울고검장에 대한 공소사실을 밝혔다. 공판준비기일은 피고인 출석 없이 검사와 변호인이 쟁점을 정리하는 절차다.
검찰에 따르면 2019년 6월 안양지청은 법무부로부터 의뢰받은 김학의 전 차관에 대한 출국 정보 유출을 수사하던 중, 법무부 직원들이 김학의 전 차관의 출국 여부를 불법 검색하고 이규원 당시 대검 진상조사단 검사가 허위 사건번호로 긴급출금 공문을 작성한 혐의를 발견했다. 안양지청은 그해 6월 19일, 규정에 따라 이를 관할 상급기관인 수원고검에 보고하고 출입국 직원들을 수사하겠다는 보고서를 대검에 보냈다. 지휘부는 보고서를 작성한 윤원일 검사에게 “대검에 보낼 보고서이니 꼼꼼하게 써야 한다”는 지시도 했다.
하지만 이 보고는 대검 반부패부 문턱을 넘어서지 못했다. 검찰은 “이 내용은 김 전 차관 출금에 관련한 민감한 내용이라 당연히 총장에 보고해야 하지만 이성윤 당시 대검 반부패부장은 자신의 관여사실이 발견될까봐 문무일 총장에게 보고하지 않았다”고 밝혔다. 이 고검장은 김 전 차관을 긴급출금한 직후인 3월 23일 오전 한찬식 당시 동부지검장에게 전화해 긴급출금 추인을 요구했다 거부당했다.
이날 검찰이 밝힌 공소사실에 따르면 이 고검장은 6월 20일쯤 대검반부패부 회의에서 김형근 당시 수사지휘과장에게 “안양지청장 왜 오버하느냐”고 했다. 이후 김형근 대검 반부패부 수사지휘과장이 동문인 이현철안양지청장에게 전화해 “이게 최종 의견 맞냐 지청장이 처리해야 하는 것 아니냐”고 하고 “이 보고는 안 받은 걸로 하겠다”고 했다.
이후 안양지청은 더 이상 수사를 진행하지 못하고 당초 의뢰받은 김학의 전 차관에 대한 출국정보 유출 부분에 대한 수사 보고서를 작성해 대검에냈고, 그해 7월 4일 대검 반부패부 요구에 따라 ‘긴급출금 부분은 수사계획이 없음’이라는 문구를 추가하고 수사가 종결됐다.
◇이성윤은 불출석, LKB가 변호 맡아 이광범변호사 직접 나와
첫 공판준비기일인 이날 재판에 이 지검장은 출석하지 않았다. 대신 이광범 변호사를 비롯한 LKB변호사들이 자리를 지켰다. 변호인들은 검찰이 공소사실을 발표하려 하자 “공판 시작단계에서 검찰 주장이 많이 나가는 것은 우려스럽다.공판 단계에서는 언론 보도도 자제돼야 한다”며 공소사실 발표에 이의를 제기했다.
하지만 재판장은 “저희가 보기에는 (검찰이)형사소송법 절차 거쳐서 최초로 기소의견을 밝히는 것”이라며 “(변호인 주장은) 다른 재판에서는 들어본 적이 없어 생경하다”고 했다.
이 고검장 측은 재판 시작에 앞서 언론에 “피고인은 안양지청 수사에 개입한 사실이 없으며 공소사실도 피고인의 행위가 아닌 부분이 피고인의 행위처럼 적시돼 있다. 안양지청 수사에 개입할 동기도 없다”고 주장했다.
이 고검장 측은 검찰이 제출한 대부분의 증거에 대해 부동의한 것으로 전해졌다. 그에 따라 문무일 전 검찰총장을 비롯해 김형근 당시 수사지휘과장(현 부천지청장), 문홍성 당시 선임연구관(현 대검 반부패·강력부장), 이현철 당시 안양지청장(현 서울북부지검 중경단 부장검사), 배용원 당시 안양지청 차장(현 서울북부지검장) 등에 대한 증인신문이 대거 이뤄질 가능성이 높아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