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운규 전 산업통상자원부 장관/조선DB

‘월성 1호기 경제성평가 조작’ 사건 관련 직권남용 혐의로 오는 24일 재판을 앞둔 백운규 전 산업통상자원부 장관의 공소장에 탈원전 정책에 반대한 이관섭 전 한국수력원자력 사장 교체검토를 지시한 사실이 담긴 것으로 23일 전해졌다.

본지 취재를 종합하면, 지난 6월 직권남용 혐의로 기소된 백 전 장관 공소장에는 그가 2017년 8월 산업부 회의에서 “한수원 이관섭 사장도 임기가 많이 남았지만 교체하는 방안을 검토할 필요가 있다”고 발언한 사실이 포함된 것으로 전해졌다. 당시는 이관섭 사장이 취임한 지 7개월 정도 지난 시점으로 임기(3년) 종료까지는 2년 3개월이 남았던 시점이었다.

검찰은 당시 상황에 대해 “(백 전 장관은) 정부의 신고리 5·6호기 영구 중단 추진 등을 공개적으로 반대하던 한수원 사장 이관섭의 교체를 검토하도록 지시했다”고 적시한 것으로 알려졌다.

백 전 장관의 기관장 교체 지시는 이후에도 반복됐다는 게 검찰 판단이다. 백 전 장관은 같은 달 다른 회의에서 “사장, 이사, 감사 등 인사와 관련해 한나라당(현 국민의힘의 전신) 출신, 탈원전 반대 인사, 비리 연루자는 빨리 교체해야 한다”, “에너지 관련 공공기관장 임기 만료 인사에 대해 규정이 없다고 그대로 놔두는 것은 곤란하다”고 질책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관섭 당시 한수원 사장은 정부의 탈원전 정책에 대해 공개적으로 반대 의견을 내 미운털이 박힌 것으로 평가됐다. 이 전 사장은 2017년 10월 31일 국정감사에 출석해, “한수원 이사회 의결만 거치면 월성 1호기 중단할 수 있다고 본다”는 백운규 당시 장관의 발언을 정면 반박하기도 했다. 이 전 사장은 “구체적으로 조기폐쇄와 관련해 정부와 협의가 없었고, 법적인 책임 문제가 발생할 수 있다”고 발언했다.

국감 발언 이후 산업부와의 갈등도 심화된 것으로 전해졌다. 2017년 11월 초 산업부 고위공무원을 만나고 온 한 한수원 임원은 내부회의에서 “이대로(산업부와 협의한 대로) 하지 않으면 자리보전이 어려울 것”이라는 취지로 산업부의 분위기를 전달했다고 한다. 당시 회의는 월성원전 1호기 조기폐쇄 의향이 담긴 ‘설비현황조사표’ 작성 및 제출 여부를 논의하는 자리였다고 한다.

이후 이 전 사장은 지난 2018년 1월 한수원 사장직에서 사퇴했다. 검찰은 이와 관련해 이 전 사장이 자진사퇴하지 않을 경우에 대비해 산업부가 1~3안 등 대책을 검토한 산업부 내부 문건도 확보한 것으로 알려졌다. ‘백 전 장관의 한수원 압박 의혹’에 대해 백 전 장관 측 변호인은 “공소사실 내용은 확인 어렵다”며 “앞으로 진행될 재판에서 다투겠다”고 했다.